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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일상/미국생활) 블로그의 장점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9. 29.

 

 

 

 

 

블로그를 한지 이제 두 달이 지났나 봅니다.  미국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제게  몇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개인 스튜디오를 겸비한 미술/놀이 치료실을 오픈하는 것과 한국 이민자들 대상으로 부모교육/부부교육 세미나를 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안 팔리면 우리 미래의 손녀 손자들에게 줄 생각으로요. ^^  그러나 컴퓨터 사용은 겨우 일할수 있는 정도밖에 하지 못하고 그림도  손으로 그리는 것만 익숙한 사람이라 늘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지요. 내 나이 한 50쯤 되어 우리 막내까지 다 고등학교 들어가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 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시작되고 집에서 화상상담을 하던 저는, 제가 생각한 미래와 다른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화상상담을 몇 번 하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이건 제가 원한 스타일의 상담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과 제 사무실에서 같이 그림도 그리고 게임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미술/놀이 치료를 좋아했거든요. 컴퓨터 화면으론 그런 상호작용이 안돼서 너무 힘들고 답답했습니다. 

 

그러니 만약 코로나가 종식되지 못하거나 아니면 다른 바이러스 때문에 또 다시 팬데믹 시대가 반복된다면 저는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거기다 이제 좀 일하는 것도 적응이 되어 한국 이민자 대상으로 부모교육이나 부부세미나 등을 준비하려고 했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자 블로그가 생각나더라고요.  미국에서 울며불며 공부한 것이 아깝기도 했고, 내 인생 후반에 가정을 세우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뭐가 되든지 간에 일단 온라인에 발을 담가야겠다는 생각과 이제 와서 뭔 블로그,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한참 업치락 뒤치락하다가 일단 해보자라고 결정을 봤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어쨌든 정리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긴 했거든요.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꾸준히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다 말이 지배적이어서  용기를 얻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두 달이 막 지났네요.

 

 

 

 

 

 

처음 한달은 정말 제가 전에 모아놓은 부모교육 강의안과 부부교육 강의 안으로 정신없이 쓰다 보니 다른 블로그에 비해 너무 무겁고 재미없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미국 일상과 남편 이야기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아직  방문자 수는 미미하지만  용기 주시는 분들이 많고, 글을 잘 쓰던 못쓰던 상관없이 글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주는 힐링이 있어서 지금 까지는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블로그의 여러 가지 장점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가장 좋은 점은  대충 제 구글 파일에 어질러 있던 정보들을 부모, 부부, 인간관계로 크게 나눌 수 있었고 스스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주제가 있을 때 다시 찾아보거나 업데이트할 수 있어서  후에 주제별로 필요할 때 꺼내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상담이든, 책이든 그림이든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잘 정리해 놓으면 나중에 좋은 정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확실히 내 생각을 정리하고 제 자신을 좀 돌아보는 자아 성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의 괴리감도 고민하고  내 속에서 그냥 빙빙 맴돌던 것들을 적어 놓는 것 만으로 여러 가지로 가벼워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공간을 주는 것과 동시에 언젠가 정말 동화책이라도 쓰게 된다면 좋은 자료로 쓰일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나타난 긍정적 효과는 가족 간의 사이가 오히려 더  돈독해졌습니다. 남편의 이야기를 쓰고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보고 신이 난 저는, 남편과 아이들을 더 유심히 관찰하는 이상한 습관까지 생겼습니다.^^ 이야기 소재를 찾으려고요.  그리고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많아서 다시 되새기게 되면서 혼자서 웃게 된달까요? 그래서 남편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가 훨씬 더 많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나누다 보니 같이 웃을 일도 많아지고 확실히 집안 분위기가 밝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왠지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과 기록이 될 것 같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려줄 돈은 없지만 이런 좋은 추억들이 아이들에게 후에 더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블로그를 통해 만난 인연들과 다른 블로그들을 보면서  사람 사는 이야기와  그분들의 글 쓰는 방법들을 보면서 공부도 되고 자극도 많이 되었습니다. 한동안 일만 하느라 약간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보면  정말 열심히 살고 계신 분들이 많아, 그분들의 삶을 보는 것 만으로 좋은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또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고민으로 살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서 공감도 되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고민 혹은 다른 고민들로 채워진 블로그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Photo by Greg Rakozy on Unsplash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사실 저는 큰 꿈은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과 스스로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동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몇 명이라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때로는 지식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웃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한답시고 나의  어쭙잖은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자 시작했는데, 오히려 제 삶에 생각지 못한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 만으로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제 삶에서 이렇게 찍은 점이 언젠가 또 다른 점으로 저를 이끌어, 제가 꿈꾸던 꿈에 도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늘 제 삶이 그랬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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