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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 가족이야기) 눈물나는 오빠사랑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0. 7.

 

 

2년전 한국에서 둘째와 막내입니다. 

 

 

오늘은 저희 막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집에서 막내로 자란, 이제 곧 만 7살이 되는 저희 딸은 조금 예민하고 까다로운것 말고는 정말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고 똑 부러지는 아이입니다. 타고난 성향이 그런건지 아니면 어릴 때부터 막내여서 사랑을 많이 받고 커서 그런지, 저희 집에서 가장 거침이 없고 감정표현이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오빠사랑이 끔찍합니다. 몇 년 전 교회에서 저희 아들을 조금 괴롭힌 꼬마가 있었는데, 저희 아들은 자기 보다 나이 어린 그 꼬마에게도  말 한마디 못했습니다. 그러나  막내딸이 그 꼬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 빨리 우리 오빠한테 미안하다그래! 너 미안하다고 안 했잖아!”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이렇게 된 것은 저희 아들의 동생 사랑이 먼저였지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아들은 막내가 태어나자마자 부터 너무 이뻐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둘째아들은 완전 제 껌딱지 였습니다. 그리고 아들 귀한 집에 태어난 아들이라 주변의 사랑과 이쁨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밑에 동생이 태어나면 큰 충격을 받을까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웬걸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동생을 너무 이뻐했습니다. 저랑 늘 꼭 붙어서 제 입술을 만지고 자던 놈이었는데,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두말없이 제 옆자리를 동생한테 주고 혼자 자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눌한 말로 늘 자기는 00 오빠라며  얼마나 이뻐하고 챙겨줬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생이 원하는 데로 거의 다 맞춰줬습니다.  정말 속으로 " 나도 저런 오빠 갖고 싶다" 할 정도 였으니까요.  아들은 누나랑은 맨날 티격태격 싸워도 막내에게는 다 양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너무 신기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니  막내는 그냥 이쁘고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둘 다 조금씩 크면서 동생도 자기주장이 생기고, 또 자신보다 뭐든지 똑 부러지게 하는 동생이 얄미울 땐,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둘은 영원한 연합군입니다. 특히 큰 언니가 오빠에게 뭐라고 한마디로 할라치면 막내가 더 감싸고 같이 싸워 줍니다. 그 연합은 웬만한 사람이 깰 수 없을 정도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고작 산책과 자전거 타는 게 전부인 아들은 살이 좀  많이 찌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활동적이지도 않고, 살찌는 음식들을 좋아하는 아이라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간식과 디저트 먹는 것을 다른 아이들보다 조심시키는 편입니다. 막내는 워낙에 마르기도 했고 활동적인 아이라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수제 햄버거를 실컷 먹고 아이스크림도 이미 하나 끝낸 아들이  초콜릿 과자를 집으려던 순간 아빠가 “ 너 아까 간식 다 먹었잖아. 이건 오늘 먹지 마~ 너 요즘 배가 많이 나온 거 같아”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그랬더니 소심한 우리 아들은 말 한마디 안 하고  알았다며 풀이 죽은 채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하고 막내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 어! 왜 그래? 왜 울어?” 그랬더니 갑자기 서럽게 울면서 말합니다 

 “ 아빠는... 아빠가 더 뚱뚱하잖아!

근데 왜 오빠한테 뭐라그래.. 아빠도 뚱뚱하면서~ 오빠 왜 과자 못 먹게 해~"

 

" 오빠가 너한테 뭐라 그랬어? 아빠가 뭐라 그랬다고? " 제가 물어봤습니다. 

 

" 아니야~ 내가 방에서 다 ~들었어. 아빠가 오빠한데 뭐라 하는 거"

라고 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살짝 그 아이의 말에 암묵적 동의했습니다. ( 사실 아까 남편이 아들에게 한마디 할 때 전 속으로 그랬죠.

‘자기가 할 말은 아니네..’ 전에 제 글에 자주 묘사한 데로 저희 남편은 풍채가 있습니다. )

 

아무튼 그녀의 눈물겨운 오빠사랑에 잠시 모두가 멍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들에게 물어보니 동생이 대신 자기 마음 표현해줘서 그는 내심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 

 

 

벌써 5년전이네요 이때가 너무 그립습니다. ^^

 

 저는 막내를 잘 이해시키느라 좀 애를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오빠사랑이 너무 이뻐 보였습니다. (전 옛날에 저희 오빠가 혼나면 속으로  엄청 꼬시다 하며 기뻐했는데 말이지요.) 그녀의 그 마음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 역시 뭐든지 베푼 대로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내가 오빠사랑이 끔찍한 것은 오빠에게 그만큼 받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사랑은 주는 대로 받는 거 같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을 베풀어 한다는 걸 또 다시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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