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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부부생활)남편이야기: 대중탕에간 남편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9. 28.

 

 

 

 

 

 

 

 

“엄마 엄마 또 없어? 다 알고 있는데도 너무 웃겨 ㅎㅎ”

요새 남편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걸 알고 있는 큰딸의 반응입니다. 

그래서 정말 잊어버린 기억까지 소환하느라 나름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기억난 몇 년 전 에피소드입니다 

 

2 년전 겨울에 모든 식구가 방학을 보내러 한국을 나갔습니다. 저 말고 저희 모든 가족들은 부산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1-2년에 한 번이라도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모든 직계가족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사실 남편은 한국에 나갈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저와 결혼하기 전까진.

 

친정에서 제주도 여행이 잡혀서 남편도 거의 5-6년 만에  다시 한국에 나갔습니다. 저랑 아이들은 한 달 일정이었지만 남편을 직장 때문에 2주일정으로 나중에 들어왔지요. 그 2주 동안 제주도 여행에 친적 방문에 빠듯한 일정을 보내야 했던 남편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 오랜만에 온 김에 대중목욕탕을 이용하고 싶어 했던 남편을 위해 막내딸과 아들만 데리고 우리는 대중탕을 갔습니다. 저희 큰딸은 미국에서 자랐고 또 이제 덩치가 저만큼 되고 나서는 대중탕 소리에도 기겁을 했지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대중목욕탕을  수영장 정도라고 생각하는 둘째와 셋째만 데리고 목욕탕에 갔습니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질 못해 9시에 문을 닫는 목욕탕에 한 7:30쯤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좀 놀아야 되니까 8:50분에 만나자 하고 저는 막내딸을 데리고 남편은 아들을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저는  남자들은 보통 30 분이면  목욕이 다 끝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혹시 미리 나와 기다릴 봐  더 놀겠다는 딸을 달래서 8: 40분쯤 정리를 하고 목욕탕 로비에 나갔지요.

 

그러나 남편과 아들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만 기다리면 나오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9시가 다되어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들어올 때 남편은 2주만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핸드폰 로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카운터를 보시는  아주머니께서 일부러 남탕에 전화를 해주셨어요. 엄마와 딸이 기다리고 있다고.  추운 겨울 젖은 머리를 하고 기다리는 저랑 딸이 안돼 보이셨던 것 같아요. 전화를 끊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 보통 아빠들이 먼저 나와 엄마를  기다리는 데, 이 집은 신기하네~ㅎㅎ”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9시가 넘어서야  시뻘건 얼굴을 하고 허겁지겁 남편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 아~ 뭐야~ 8:50에 만나기로 했잖아” 제가 짜증 섞인 소리로 말했죠.

“ 자기야 ~  미안해! 우~ 씨 때가 너무 많이 나와 멈출 수가 없었어. 도대체 어디서 멈춰야 할지 모르겠잖아”

“ ㅎㅎㅎ 아 뭐야~ 진짜??”

“ 다 밀고 나오지도 못했어~ 다리는 하지도 못했어. 시간이 없어서 반밖에 못하고 그냥 나온 거야”

“ㅍㅎㅎ 뭐야? 그럼 상체만 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린 거야”

“ 자기야 ~ 진짜 때가 장난아니였다니까~"

“ㅎㅎ 알았어, 남은 반은 다음에 해”

 

 5-6년 만에 간 대중탕에서 남편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남은 하체는 다음을 기약하며 깔깔거리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반은 끝까지 밀지 못하고 그는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젠간 마무리할 날이 오겠지요.  코로나 때문에 언제나 한국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땐 남편을 위해 2-3시간 넉넉히 여유를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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