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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미국생활/ 소소한 일상) 우리 뭐 먹어?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1. 5.

 

 

Photo by Joseph Gonzalez on Unsplash

 

 

 

미국에선 미식가들을 푸디 ( foodie)라고 합니다. 먹는 걸 좋아하고 먹는 것이 인생의 낙인 사람들이죠. 저희 집이 약간  foodie family 입니다. 쉬는 날이 되거나 여행을 가도 잘 먹는 게 너무 중요합니다. 정말 매끼마다 밑반찬 빼고 싹쓸이 해주는 덕분에 음식쓰레기는 거의 안나올 정도입니다. 가족 중에서도 가장  심한 미식가들이 남편과 큰딸입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남편은 행그리가 있을 정도로 먹는 게 큰 삶의 일부인데, 아빠를 빼다 박은 큰딸이 있습니다.  먹는 취향, 입맛도 비슷하고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 부녀지간입니다.  둘다 달걀을 너무 좋아해서, 삶은 달걀 서로 더 먹겠다고 부녀지간에 싸우는 걸 보면 기가찹니다. 저는 계란에 대해 아무 감정 없던 사람이었는데, 둘이 너무 먹어대는 바람에 삶은 달걀이 싫어진 적도 있었습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서로 먹겠다고 싸우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맛있는 걸 먹으면서 제일 행복해하고 마음이 잘 맞는 사이입니다.

 

만 17살이 된 큰 딸은  정말 야채, 해물, 고기 가리지 않고  다 잘먹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각종  김치,  젓갈, 회도 잘 먹고, 고기엔 무조건 생마늘이 있어야 하는 토종 입맛입니다. 한국으로 매년 나가고 싶어 하는 이유도 늘 맛있는 음식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양념통닭과 회를 먹고 싶어서입니다.  몇 년 전 한국에 나갔을 때, 한국에 태어나고 자란 조카들은 김치도 안 먹고 야채도 안 먹고 매운 것도 못 먹는데, 미국에서 간 저희 딸은 파김치, 매운 떡볶이, 복어국, 육개장, 아귀찜, 초장에 회 찍어먹는 걸 보고 모두 누가 한국애나며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완전 한국 토종 입맛이라고요. 가끔  저랑 싸워서 삐져도, 맛있는 거 만들어주면 금방 풀리는 아빠 빼박인 아이입니다. 큰애도 엄마랑은 싸우면 자기만 손해라고 하거든요. 맛있는 거  못 먹는다고.

 

그 아이가 저에게 자주  하는 말이 " 오늘 뭐 먹어?" 입니다. 엄마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때론 그 말이 정말 스트레스입니다. 매일 뭐해먹지가 엄마들의 큰 숙제 이니까요. 특히 팬데믹이 시작하고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어보는 통에 짜증이 나서 제가 요즘은  집에선 금기어로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큰애는 자기에겐 한 끼 한 끼가 소중하다네요.  왜냐하면 맛있는 거 먹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답니다.^^

 

 

 

 

 

 

이런 아이이니 먹는 것 가지고 가족들이랑 싸울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아끼는걸 누가 말도 없이 먹거나, 자신만 빼고 우리끼리 맛있는 걸 먹은 날엔 난리가 날 때가 있습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 콩나물 볶음 " 사건이 있습니다.  팬데믹이 시작하고 얼마후 아침에 콩나물 볶음을 해서  다들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고 남편도 딸도 남은 양념에 밥 볶아 먹으면 맛있겠다고 해서  남은양념 까지 싹싹 모아 냉장고에 두었습니다.  그날 저녁 남은 콩나물 볶음 양념에 밥을 볶아서  준비했는데, 큰딸이 늦은 낮잠을 자고 있는것 이였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 우리 저녁 먹을꺼야 ~밥볶아서 먹는다. 일어나~" 라고 불렀는데 딸은 세상모르고 자는 것이였습니다. 너무 꿀잠을 자고 있어서  더 깨우지 못하고 저희끼리 그냥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는 자는데 이런걸로 깨우는거 정말 싫거든요.)

 

그리고 나서 한 시간쯤 후에 부스스 일어난 딸이 냉장고로 직행을 하더니,

"  어? 콩나물 남은 거  어딨어? "

"아까 다 먹었지. 우리가 깨웠는데 안 일어났잖아"

" 아 뭐야! 나는 못 들었어. 제대로 깨워야지. 내가 먹고 싶다고 했잖아!"

라고 난리를 치면서  우는 것이었습니다.

 

저랑 남편은 헐… 하며 " 불렀어.. 우리는 네가 안 일어나길래 그냥 자라고  둔 거야"

"나는 못 들었어. 나를 깨웠어야지.  내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 내가 하루 종일  생각했단 말이야! 나도 먹고 싶었다고!"

라고 하면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무슨 양념통닭도 아니고 갈비도 스테이크도 아닌 남은 콩나물 볶음에 이렇게까지 울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면 그런 거겠지요.

 

그 이후로, 아침잠이 많아 아침은 거의 안 먹는 큰딸이지만, 가끔 그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를 할 때면 모두가 큰소리로 외칩니다.

 

" 우리 지금 000 먹는다! 지금 안 나오면 없다. 우리는 분명히 말했다! 나중에 짜증 내지 마라!!"

 

그러면 덩치는 저보다 큰 녀석이 눈도 안 뜨고 부스스한 몰골로 나와서 아침을 먹는 모습은 볼 때마다 너무 웃깁니다.  정말 대단한 음식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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