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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 직업병) 심리 치료사들의 직업병(?)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1. 15.

 

 

 

 

 

 

 

 

특정 직업을 오래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직업병이 있습니다. 저희 남편은 교정치과에서 오래 일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빨 상태를 금방 알아차립니다. "저 사람은 이가 너무 상했다. 혹은 래미네이트를 했나 보다. 교정을 했네, 부정교합이네..." 등등 꼭 다른 사람 이빨만 보는 것 같습니다. 또 선생님이나 교수님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아무래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 가르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교수들의 배우자들이 큰 불만이 "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 것이더라구요. 그리고 개그맨들은 어딜가면 꼭 웃겨야하거나, 진행을 해야 할것 같은 직업병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든 직업에 따라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행동하는 것이 많이 다릅니다.  

 

제가 심리치료사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우리 직업군의 공통적인 직업병을 발견했습니다. 많은 치료사들과 심리학 교수님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원 다닐 때 교수님들 대부분, 가까운 지인들 말고 식당, 가게, 미용실에서 스치듯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심리학 교수라던지 심리치료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반응이 2가지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행동이 어색해진다는 것이지요. 이 부류의 사람은 치료사들이 자신을 분석하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뭔가 자기 속마음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다른 부류는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다른 이의 이상행동이나 부부 문제, 자녀문제를 쏟아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치료사들은 평소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자신의 환자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치료사들과 상담 공부를 한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를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 말고, 참 어쩡정한 관계에서 제 직업을 드러내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친하지 않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나 공공장소에선요. 괜히 저를 불편해하거나 제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거라 착각할 것 같았습니다. 이렇듯 많은 분들이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에게 가지고 있는 오해들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내 마음을 꽤 뚫고 있을 것 같다.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상대의 마음을 꽤뚫어 보는 것같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인간의 생각이나 행동에 일정한 패턴과 이유가 있음을 공부했고, 거기에 대한 정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많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개개인의 마음 상태를 한눈에 알아보는  독심술가나 점쟁이가 아닙니다. 물론 교육과 훈련으로 관찰력이 발달되어 있어서 남들보다는 더 빨리 알아차릴 수는 있지만, 살아온 경험과 기질이 다른 모든 사람들의 속마음을 한 번에 알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사람의 기질, 경험과 그의 인간관계에 따라서 사람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사람을 보고 쉽게 판단하는 것에 오히려 조심스러워합니다.  다만, 정신과 의사나 치료사들은 상대를 편안하게 해서 마음을 열어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기술이 좀 더 있을 뿐입니다. 

 

완벽한 부모, 완벽한 결혼생활을 할것이다. 

 

많은 분들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공부했으니 모든 인간관계가 완벽하리라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치료사들 중에서도 이혼한 사람들도 많고, 저를 포함하여 자녀 때문에 고민이 많은 분들도 참 많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어떤 문제는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문제들도 있습니다. 또한 치료사들 가운데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많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 이유로 치료사나 상담가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큰 치료사들을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만큼 어떤 면에선  각각의 연약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인간의 몸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어도, 자신의 몸과 때론 가족의 병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요. 지식으로 공부해서 다른 이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치료하는 것과,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꾸려가는 것은 사실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 늘 고민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치료사들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부부 문제로 자녀문제로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가 조금 더 많기 때문에 좀 더 깊게 고민하고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지요.

 

강철 멘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다루는 사람이니 치료사나 정신과 의사들은 모두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털을 가지고 있을 거라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희 남편도 가끔씩 아이들 문제로 조급해하고 안달하는 절보고 “ 너는 상담하는 사람이 왜 그래?”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더 뚜껑이 열립니다. 그리고 “ 내가 지금 상담사야? 나는 지금 엄마라고!” 소리를 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이 치료사의 덕목이지만, 사실 그런 순간은 환자와 대면할 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치료사나 상담가들이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이에게 더 공감을 잘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스트레스를 잘 받는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치료사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도 똑같이 힘들고 슬프고 화날 때가  많습니다. 다만 환자들 앞에선 숨기는 법을 배웠을 뿐입니다. 

 

 

 

 

 

 

 

 

 

 

 

인생의 모든 문제의 답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치료사로서 가장 어이없는 질문은 아마 이런 것 일 것입니다. “ 이 사람과 헤어져야 하나요?  결혼을 해야 하나요. 혼자 살아야 하나요?  저는 앞으로 뭘 먹고살아야 하나요? “ 등등 인생 전반에 정말 중요한 결정을 저희에게 물어보는 경우입니다. 사실 저희도 잘 모릅니다. 저희도 다 처음 살아 보는 인생이거든요. 다만 과학적 연구나 역사를 보고 이것이 맞는 방향이 아닐까 제안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획일화되어 있지도 않으니 몇 가지 길에 끼워 맞출 수는 없는 것입니다.  "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아가길”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리고 때론 그 길이 실패의 길이 될 수 있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어그러지고 꼬여진 인간관계에서 실타리를 풀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저희가 개인의 인생에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은 없습니다. 혹 그런 치료사나 상담사가 있다면 신고하세요. 돌팔이일 확률이 높습니다.^^  혹여 내담자가 더 나은길을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없습니다. 마음만 안타까울 뿐이지요. 각자 자신들의 살아가는 인생이니까요. 저희는 어둡고 막막한  길을 걷고 있는  지친 사람들에게 스스로 힘을 찾고 길을 만들수 있는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지, 우리가 길을 만들어주거나 그들을 이끌고 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대신 개개인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게 해 주거나,  함께 동행하며 힘을 주고 격려하는 역할은 할 수 있겠지요.

 

다른 직업은 직업과 개인의 삶이 좀 분리되는 경향이 있는데 치료사나, 성직자, 선생님 같은 부류의 직업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네가 가르치는 데로 한번 살아봐라” 내지는 " 네가 그러고도 상담가냐?"라는  암묵적이 기대와 시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밖에선  제 직업을 숨기는 직업병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도 제 스스로 “공부한 네가 애들에게 이렇게 하면 되겠니?”라는 내면의 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그때마다 늘  “그냥 엄마 할래. 치료사가 될 필요는 없지”라는 또 다른 내면의 소리로 마음을 다스립니다. 물론 때로는  아이의 마음을 잘 살펴야 할 땐, 상담사의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건 의사 엄마나 선생님 아빠를 둔 혜택과 그냥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상에선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때로는 소리도 지르고  때로는 방울뱀 소리, 씁~ 소리도 냅니다.  다른 이의 마음을 살피고 들어주는 이런 “감정노동”은 24시간 내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저도 그냥 웃고 장난치고 수다 떠는 걸 더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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