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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미국생활/ 취미생활) 글쓰기가 취미가 된 이유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1. 14.

 

 

 

 

 

 

 

 

 

 

 

 

글을 잘 쓰는 것이 장점과 중요한 기술이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 어릴 때만 해도 글을 잘 쓰는 건 논술시험 때나 쓰려고 배우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실 중고등학교 작문시간엔 뭘 배웠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거기다 저희 어린 시절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았던 시절이라 작문은 더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가서 긴 페이퍼를 처음 낼 때 정말 난감했던 기억이 아직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의 표절에 짜깁기였던 것 같아요 ^^ 

 

그래서 스스로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글쓰기로 상이나 칭찬을 받아본 적도 논술 점수가 좋았던 적도 없습니다.  어릴 때도 그렇고 대학생이 되고 난 이후에도 글 쓰는 것을 취미로 하거나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들면서, 언젠가부터 저에게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글을 잘 쓴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게 계기가 되어 블로그를 시작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일단 책을 많이 읽고 나서부터 였습니다. 저는 어릴때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들어가고 심리학 공부에 흥미가 생기면서 심리학, 인문학 관련 책들을 많이 찾아보고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나 주제가 있으면 관련된 책을 모두 찾아 읽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노트에 적어놓고 또 제 생각을 적어 넣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책을 읽다가 필요한 부분은 접어놓거나 줄을 꼭 쳐둡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 생각을 간단하게라도 옮겨 적어놓습니다. 이런 사소한 습관들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많이 준것 같아요. 

 

 

 

 

 

 

 

 

 

 

 

 

 

 

그리고 두번째는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였습니다. 성경공부를 인도하기도 했고 미국에 와선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거나 미술을 가르칠 기회가 많았습니다.   사실 지식을 알고 있는 것과 누군가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많이 다릅니다. 아무리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말이나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내가 잘 가르치려면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또 배우는 사람의 수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 여러 가지 면을 생각하다 보니 그 과정을 통해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읽고 말할 기회가 많아도 사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 많이 다릅니다. 정말 말하는 것이라면 어디가서 뒤지지 않는 저희 남편도 늘 글로 표현할 때면 애를 먹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부터  글을 쓰는 것이 두렵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상담 대학원 다니고 난 이후 였습니다. 전에 언급한 것 처럼  미국 대학원 수업의 대부분은 발표와 페이퍼입니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가르쳐주는 것보다 발표와 페이퍼가 수업의 70% 이상이었습니다.

 

원어민들의 경우엔 발표할 때 작은 큐카드정도 만들어하면 되었지만, 저는 앞에 나가서 하는  인사말부터 시작해서 발표할 내용을 미리 다 써놓고 읽어가며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엔  적어놓은 것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니 도입 인사말 부터 마치는 말까지 항상 글로 다 적었습니다. 거기다 기본 한 수업당 10페이지에서 30 페이지가 넘는 페이퍼들을 2-3개씩  매번 써야 했고,  마지막 대학원을 졸업할 때 10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써야 했기 때문에 글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논문을  준비할 땐 1년 반동안 논문에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작문하는 법, 주제 고르기, 분류하기, 정리하기, 자료 찾기, 자료 정리하기 등을 고강도로 배웠습니다. 미국은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를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페이퍼를 쓰던지간에 표절과 짜깁기는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에 그런 문제로 학교에 발각이 되면, 학교에서 쫓겨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논문 심사는 정말 엄격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일년은 정말 글쓰기에 올인한 한 해였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읽고 쓰고 정리하고 다시 내 생각대로 표현하는 연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논문 100페이지를 쓰려면,  다른 이의 논문과 책을 100권에서 150 권이상은 읽어야 한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양을 읽고 다시 제 생각과 논점으로 풀어내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마냥 도망만 가고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과정이었네요. 아마 그 덕분에 남들처럼  창의적이진 않지만, 읽기엔 편한 글을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원을 다닐때 제 초라한 영어실력으로 페이퍼를 쓰고 논문을 쓰느라, 다른 학생들에 비해 2-3배 더 오래 걸리고 힘들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그리고  발표하고 작문하는 것을 초등학교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운 그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 것이 너무 버거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쓰는 많은 분들이 말하시듯, 저도 모르게 그 시간 동안 많이 읽고, 발표하고  써 보는 훈련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쩔수 없이 버텨내고 견딘 시간들이 3-4 년이 지나고 났더니, 저에게 좋은 삶에 기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빨리 읽기와 잘 전달하기.

 

 

개인적으로 저는 글을 잘 쓰고 싶단 생각을 한적도 없고,  스스로 의지적으로 노력한 적도 없습니다. 그냥 미국에 오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반복해서 배운 것들 덕분에 자신감을 얻다 보니, 이제는 글 쓰는 것이 재미있게 된 것 같습니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처럼 화려하거나 유려하진 않지만, 제 생각을 편하게 전달할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대학원 때 배운 가장 중요한 교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때는 논문으로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 논문이 유명해 질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투덜거렸지만 그때의 배움이 4년 후에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가끔은 우리 삶에서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걸 내가 왜 해야 하지? 라면서 요. 그러나 그 시기를 잘 견디고 버티면 우리의 삶의 근육이 더 단단해 질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강해진 근육으로 다른 일들도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팬데믹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를 잘 견디면 우리는 확실히 전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견디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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