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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 남편이야기 ) 내가 더 많이 먹었거든!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2. 2.

 

 

 

제 블로그에서 남편의 이야기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저희 남편은 잘 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의 수많은 별명 중 “ 왜 버려?” 가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이나 빵도 일단 먹어보고 버립니다. 먹어 보고 자신이 괜찮다 느끼면 잘 버리지 못합니다. 식구들이 다 기겁을 해도 자기가 먹을 테니 버리지 말라고 합니다. 거의 옛날 할머니들 수준입니다. 거기다 살림이 구석구석 어디에 있는지 너무 잘 알아서 함부로 버렸다가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편 몰래 버릴 땐  기술이 필요합니다. ^^

 

아까워서 잘 버리지를 못하면 많이 사오지를 말아야 하는데, 이전글을 보시면 아시다시피, 그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 맥시멀 리스트입니다. 아이들이 잘 먹고 좋아하면 쟁여놓고 쌓아놓기 일수입니다. 그런데 아이들도 어느 정도 먹다가 싫증이 나면 잘 안 먹게 되지요. 그러다가 며칠 시간이 지나면 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코로나가 시작하기전 한동안 아침으로 크루아상 빵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들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고 학교 가느라 바쁜 아침이라 빵을 간단하게 오븐에 데워서 치즈나 계란을 넣어 아침으로 해결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남편이 12개짜리 크로와상 팩을 코스트코에서 계속 사다 날랐었습니다. 뭐 식구가 5명이라 사실 이틀만 먹어도 뿅 하고 사라졌지요.

 

 그래서 한동안 매번 남편은 코스트코 장을 보러 갈때마다 크루아상을 사 왔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아이들이 지겨워졌는지  안 먹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크루아상에 곰팡이가 핀 것을  어느 날 아침에 남편이 발견했습니다. 제가 보면 무조건 버릴걸 알았는지 곰팡이 핀 곳을 제거(?)하고  오븐에다 굽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큰딸이 학교 갈 때  먹으라고  준 모양이었습니다. 

 

아침에 학교가는 차 안에서 빵을 한입 베어 문 큰 딸이

 

“ 어? 아빠, 빵에서 흙 맛이나..”

“ 무슨  흙 맛이야~ 별소릴 다하네!”

“아니야 ~ 진짜야  왜 빵에서 흙맛이 나지?”라고 하면서  몇 번 더 베어 문 모양이었습니다.

“ 아빠 ~ 이거 이상해.. 상했나 봐. 빵에서 진짜 흙 맛이 나~”

“ ㅎㅎㅎㅎ 사실 아침에 곰팡이가 폈었어. 내가 다 떼고 구웠는데..”

“ 아~~~ 뭐야!!! 나한테 왜 상한 거 주고 그래~ 아빠 진짜 ~ 너무 하잖아~”

“ 괜찮아~ 그거 먹는다고 큰일 안나~”

“ 아~ 그래도 왜 상한 걸 주고 그래. 흙 맛이 났다고! 진짜 많이 먹었단 말이야~”

라며 막 짜증을 낸 모양이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 왈  “아~ 진짜!  먹어도 내가 더 많이 먹었거든!!”

 

그렇게 딸이랑  한바탕 난리를 치고 저에겐 미리 고해성사를 했습니다. 

 

“자기야, 크루아상에 곰팡이가 다 폈었어. 아… 000한테 먹어보려고 했더니 금방 알데.. ㅎㅎ”

“ 아... 그냥 좀 버려 제발 ~”

“ 왜 버려? 내가 다 먹을 거야 ㅎㅎ”

 

이렇게 사소한 것에 좀 쩨쩨하게 구는 면이 있지만, 그래도 베풀어야 할 땐 한없이 통 큰 남자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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