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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 미국생활) 지옥을 맛보다 ! (?)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1. 10.

 

 

 

 

 

 

살면서 혹시 지옥 같았던 시절이나 경험이 있으신가요? 살면서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으면 지옥 같다고들 표현합니다. 저도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엔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에 아주 잠깐 지옥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한 3년전 막 대학원을  졸업하고 인턴생활을 하느라 초등학교로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계셨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를 끝나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봐주셨지요. 그래서 저는 큰 걱정 없이 직장을 다녔습니다. 제가 일을 다 마치고 집에 들어갈 쯤이면 보통 4: 30분 정도이고, 아이들을 3시 이전에 집에 다 들어옵니다.  미국은 부모들이 거의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픽업해 오기 때문에 중간에 무슨 일을 당할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큰 딸이  울면서 “ 엄마 큰일났어! 00가 없어!”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아들이 집에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대수롭지 않게 “ 아~ 왜 호들갑이야! 테너 집에 갔겠지” 하고 말했습니다. 테너는 바로 옆집에 살던 아들친구였습니다. 둘이서 자주 만나,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놀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한국처럼 혼자서 편의점이나 놀이터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앞마당 아니면, 테너 집에서 놀던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둘째는 워낙 낯가림이 심하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을 따라갈 리도 없고, 그 당시 할아버지도 앞마당 뒷마당을 돌아다니시며 밭도 가꾸셔서서 말도 없이 어딜 가리라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그냥 시부모님께 “00이 보셨어요? 안보인다는 데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시부모님 모두 “ 잘 모르겠다” 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테너 집에 찾아가 아들이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것은 시부모님도 아들을  본 것이 오래된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온 이후론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차를 타고 아들의 학교 친구 집을 다 방문했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가기는 힘든 거리였지만, 혹시 몰라 다 방문해 보았으나 여전히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불안과 공포가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절대로 낯선이를 따라갈 아이는 아니지만, 누가 작정하고 마음만 먹는다면,  초등학교 2학년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납치하는 건 사실 식은 죽 먹기나 나름없었습니다.  미국도 실종사고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는 나라거든요.

 

 

 

 

저희 동네입니다. 사실 아들이 갈데라곤 친구집 말고는 없거든요

 

 

 

 

큰 딸이 이미 남편에게 연락을 해서 남편이 집에 도착을 하고, 여기저기 찾으러 다녔지만 아들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정말 눈물이 와락 쏟아지면서 너무 걱정이 되고 무섭기 시작했습니다. 남편도 저도 당황해서 뭐부터 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습니다. 아들을 아는 동네 아이들도 모두 자전거를 타고 아들을 찾으러 나갔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부턴 남편도 저도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경찰에 연락하는 것 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30분 동안 모든 가족들이 동네를  미친 듯이 찾아도 아들을 찾을 수 없어서,  결국은 남편이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습니다. 남편이 경찰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저는 다시 학교를 시작으로 엉엉 울면서 아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때의 심정이란…심장이 철렁한다는 소리와 세상이 무너진다는 소리를 알 것 같았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때 알았습니다. 아들을 잃어버린다면, 내 삶은  절대로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시부모님께 대한 원망 더불어 내가 공부를 하고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를 죽을 때까지 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집에 있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사건이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한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들이 돌아와 있었습니다. 모든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이 다나와 자신을 찾고 있었던 것을 몰랐던 아들은 어리둥절하게, 울고 있는 아빠와 엄마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는 아들을 껴안고 한참을 울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은  같은 학교 형이였던  reading bubby를 따라간 것이었습니다. Reading buddy 란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반에 들어가서 일대일로 책을 읽어주는 형이나 누나입니다. 그러니 아들은 알고 있던 형을 길에서 만났고, 그 형이 같이 놀자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따라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들의 reading buddy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그리고 아들이 다른 학년과 알고 지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아들의 친구 집만 찾아다녔습니다. 다행히 아들의 친구였던 테너의 아버지가 동네 마당발 이어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집을 학년에 상관없이 일일이 방문해 줬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그 형집에서 신나게 놀고 있던 아들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아들이 아무일 없이 무사하게 집으로 돌아온 것은 너무 감사했지만, 한동안 그 두렵고 무서웠던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남편은 그 날 경찰과의 만남에서 경찰이 물어보는 모든 질문에  다 틀린 답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남편에게 “ 아들이 키가 어느정도냐?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냐? 아침에 옷은 뭐를 입고 갔냐?" 등등 물어보는 질문에 머리색 빼고 다 틀린 답을 했다면서요. 너무 당황해서 사실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이렇게  오작동을 많이 할 때가 많다는 것도 새삼 알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가끔 남편과 저는  웃으면서 그때의 해프닝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겪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냐면서 안타까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실종뿐 아니라 사고사를 당하거나 하는 일도 정말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니까요.  그러면서 저도 남편도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무슨 일을 당하면 절대로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겠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고 했습니다. 가끔 다큐멘터리나 뉴스에 평생 자식을 찾아다니거나, 자식을 못 잊고 사는 부모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요.  우리는 함부로 “ 산 사람을 살아야지” 라고 말하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는 절대로 “ 제대로 살 수 없다”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식을 먼저 잃고 나면 자식만 잃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와 관계했던 평범했던 관계들이 모두 어긋나고 부서질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런 큰 사건 사고 이후, 남은 가족들이 다시 똘똘 뭉쳐서 헤쳐나가는 경우가 정말 드뭅니다. 각자 받은 충격과 슬픔으로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정말 많거든요. 왜 그렇게 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다행이 그날 저희는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우리 인생에서 이런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일을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아들을 찾아 헤맬 때, 아들의 안전이 제일 걱정이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 아들이 알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혹시 그날이 마지막일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날 이후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엄마 아빠가 너를 꼭 찾을 것이고, 항상 사랑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이들에게 잘해준 것 같아요. 그러나 그 마음도 점점 약해진다는 걸 요즘 또 느끼네요. 제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거든요. 이 날을 생각하며 그러지 말자고 오늘 다시 다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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