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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미국생활

(미국생활/소소한 일상) 영향력의 힘: 우린 어떤 영향을 받고 살까요?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0. 30.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 동물이라고 하죠.  날씨, 환경, 언어, 종교에 따라서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천차만별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문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도 사람은 서로에게 정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생활습관, 말하는 모습을 닮아가고, 친구들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듯이 말입니다.   

 

저는 20년전 미국에 와서 채식주의자에 대해 처음 들어 본것같아요. 그리고 미국엔 의외로 채식주의자들이 많습니다. 워낙에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라, 고기를 금기시하는 문화에서 온 민족들도 많이 있고,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만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부류는 환경을 생각해서 일부러 채식만 하는 채식주의자도 많습니다. 

 

특히 유럽국가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환경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유럽 이민자들 중에 채식만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거든요. 식용으로 먹는 소, 돼지, 닭들을 비윤리적으로 키우는 것과, 그리고 이 동물들을 대량으로 키우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인식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유럽인들 중엔 환경을 생각해서 자발적인 "채식주의자"  정말 많습니다. 가수 이효리 씨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러나 사실 미국은 육류 소비량이 전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고기가 넘쳐나는 곳입니다. 한국에 비해 저렴하기도 하고요. 농담으로 가난한 사람은 고기 먹고, 부자들은 유기농 야채 먹는다고 할 정도 이거든요. 거기다 미국 음식의 대부분 고기가 주식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예전엔 저희도 정말 고기를 많이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환경문제와 건강상의 이유로 고기소비량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많이 합니다. 그와 관련된 정보나 다큐들도 정말 많아서, 그런 것들을 보고 나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편이나 저나 치킨 공화국인 한국에서 컸고, 이미 치킨, 불고기, 갈비, 삼겹살 등 고기의 맛을 알아버린  우리가 갑자기 고기를 안 먹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아이들도 이미 고기 맛에 길들여진 지 오래되었고요.  다만 요즘은 환경과 가족 건강을 위해 적당히 먹으려고 나름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막내딸이 갑자기 남편과 제가 있는데서 “ I want to be a Vegetarian, I’m not going to eat meat, (나 채식주의자 될 거야, 나 앞으론 고기 안 먹어)” 그러더라고요. 같은 동네에서 매일 같이 노는 독일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 그 아이네 가족 모두 채식주의자였거든요. 그 친구가 우리 딸에게 “ 넌 왜 채식 안 해?, 너 고기 먹으면 환경이 오염되어 나중에 우리는 지구에서 못 산다. 그리고 너는 소랑 돼지가 얼마나 불쌍하게 크는 줄 아느냐, 그리고 걔들은 우리 때문에 죽는다” 등등 저희 딸에게 나름 “세뇌”를 시켰던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맘 여린 막내딸이 그 소리에 고기를 못 먹겠다고 한 것이지요. 그러나 고작  만 6살 밖에 되지 않는 아이에게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해 그녀가 포기해야 할 것들을 저는 일일이 설명하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소시지, 치킨 그리고 삼겹살에 김치를 제일  좋아하는 아이가 갑자기 고기를 끊을 수 있을까 의심하며, “알았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하필 저녁 메뉴가 돼지고기였죠. 저희는 평소대로 야채랑 고기 내어 놓고 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막내딸에게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딸도 고기랑 야채를 야무지게 싸서 먹더군요. 너무 맛있다며. 저랑 남편은 서로 눈만 맞추고 살짝 웃었습니다. 그랬더니 막내딸이 저희 귀에다 이렇게 속삭이더라고요  “ 엄마, I’m not ready to become a Vegetarian yet, 엄마 나는 아직 채식주의자가 못될 것 같아”  저는 웃으면서 “ 괜찮아~ 적당히 먹으면 돼”라고 그녀의 죄책감을 달래 주었습니다. 

 

생전 채식주의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을 막내딸이 친구의 영향으로 채식주의자가 된다고 그랬다가, 하루 만에 가족의 영향(?)으로 포기해 버리는 딸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막내딸을 변화시키려고 했던 그 친구는 부모의 지대한 영향력 안에 있어서 그런 것이겠죠. 누가 뭐라 해도 아이들에겐 아직은 24시간 함께 사는 가족의 영향이 가장 클 테니까요.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친구에게 영향을 받아 그 좋아하던 고기를 포기하겠다는  딸을 보면서, 인간은 서로에게  정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주는 존재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나쁜 영향을 받지 않고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 그 영향력을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도 키워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나는 어떤 영향을 받고 살았으며,  다른 이들에게 또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는 하루였습니다. 나쁜 영향력보다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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