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산책을 했습니다. 저의 게으름이 주원인이지만 굳이 핑계를 찾자면,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서머타임이 해제되고 나서 오후 5시만 되어도 어둑어둑 해가 지는 바람에 산책을 하기가 꺼려졌습니다. 그래서 정말 한 2주 동안 집콕만 했네요.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이 꼭 동네 한 바퀴를 하자며 조르는 바람에 정말 잠옷 바람 그대로 남편과 둘째 막내를 데리고 나섰네요. 그런데 이렇게 온 동네가 온통 알록달록 바꿔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무들은 온통 제가 좋아하는 노랑색, 주황색, 빨간색 등 따뜻한 색깔로 변해 있고,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기분이 금방 좋아졌습니다. 처음에 나올 땐 거의 아이들에게 끌려 나오다시피 했었는데 며칠이 지나면 모든 낙엽이 떨어질 것 같아 여기저기 예쁜 풍경을 찍느라 오히려 산책은 저 때문에 길어졌습니다. 마치 생전 처음 본 낙엽처럼 다시 못 볼 낙엽처럼 말이죠.
사실 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낙엽의 아름다운 찰나를 찍었습니다. 사실 시간이 더 지나서 이 낙엽이 더 지고 떨어지고 나면 사실 이런 색깔은 사라집니다. 봄에도 꽃이 화창하게 필때 잠깐 화려하지만 일 년 내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인생도 어쩌면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늘 행복하고 즐겁고 싶지만 일 년 내내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 내다 보면 가끔 행복할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는 거 같아요.
마치 젊은이들이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건물주가 되고 이상형을 만나 결혼을 하면 내 일생 꽃길만 걸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지요.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던지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희노애락이란 인생의 여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다만, 기쁠 땐 그 기쁨은 온전히 누리고, 또 슬플 땐 슬픔을 부정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것이 성숙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기쁜 일이 있어도 기뻐하지 못하고, 슬픈 일을 당했는데도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정말 불쌍한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누구의 인생에서도 늘 행복하고 좋은 일만 있는 사람도 없고 늘 힘들고 불행한 일만 생기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찰나의 행복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대수롭지않은 일로 넘기느냐 아니면, 그 순간을 기쁨으로 즐기냐는 정말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도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더 행복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찰나의 순간만 바라보고 사는 것도 또 이것만 목적으로 사는 것도 어리 석인 일이지만, 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처럼 느닷없이 찾아오는 행복한 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매년 보아왔던 단풍들이고 또 내년에 다시 볼 단풍들이지만, 오늘 처음 본것처럼 그리고 마치 마지막으로 볼 것처럼 바라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훨씬 더 아름답고 의미 있게 보였습니다. 비단 이 단풍나무뿐일까요.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인연들을 그렇게 바라본다면 훨씬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감수성 터지는 생각을 해본 하루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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