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미국생활

(미국생활/ 소소한 일상) 나의 "대환장" 출산이야기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1. 19.

 

 

 

 

 

 

 

어제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를 1회랑 2회를 보았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출산해서 출산과정이나 환경은 조금 다르고, 또 드라마는 과장과 개그코드가 들어가 100% 현실적이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산모가 출산할 때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산모의 출산과정을 굴욕기에서 짐승기 그리고 대환장 파티라고 표현하더라고요. ^^ 그 표현에 너무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첫아이를 출산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신기한 것이 첫째는 출산한 지가 벌써 17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제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오히려 둘째랑 셋째는 기억이 왔다 갔다 합니다. 아마도 첫째 때보다는 덜 힘들어서이겠죠. 첫아이는 남편이나 저나 여러면에서 다 처음이라 힘들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저희 부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결혼을 좀 일찍 해서 주변에 결혼한 친구나 형제들이 없어서 조언을 들을 곳이 없었습니다. 정말 책으로 출산을 배웠지요. 노산에 초산인 드라마 주인공만큼이나 저희도 너무 순진한 초보 엄마 아빠였습니다. 호기롭게 무통주사를 맞지 않고 잘 낳아보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진통이 점점 심해지고 정말 허리가 끊어져 나갈 것 같은 순간, 저도 짐승처럼 무통주사를 놔달라고 외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마침 마취과 선생님이 응급 수술에 들어가는 바람에,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짜 "자연분만"을 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둘째와 셋째 때는 미리 "주문"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그 응급수술 덕분에 무통주사도 못 맞고 저는 병원에서 한 3-4시간동안 짐승처럼 홀로 울부짓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평소엔 부끄러움이 많아서 남의 이목 집중시키는 어떤 행동도 하는것을 정말 싫어하는 저이지만, 정말 그땐 병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던 것 같습니다. 부끄러움 따위는 정말 출산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그 와중에 정말 황당한 일도 겪었지요. 사실 아직도 그때 그 미국간호사가 왜 그랬는지 의문이지만, 그 간호사가 진통 중에 있는 저에게 와서 " 인상쓰지 말고 소리를 지르지 말아라" 하는 것이 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그때 제정신이 아니였기에, 그 간호사가 하는 말이 제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요. 저에게 말해도 듣지 않자, 그 간호사가 남편에게 가서 또 똑같이 말했습니다. " 네 와이프 소리지르지 말고 인상 쓰지 않게 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저희 남편은 간호사에게 그 말을 듣고, 울부짖고 있는 저에게 다가와 귀에다 대고 조용히 " 자기야~ 간호사가 인상쓰지 말래~ 소리 지르지 말래~" 하는 것이 였습니다. 헐....

 

정말 지금 생각해 보면 둘 다 너무 순진했죠. 마지막 진통을 하는 산모에게 가당치도 않는 요구였습니다. 남편은 지금 같으면 "무슨 소리하냐?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소리를 안지르냐?" 라고 따질텐데, 애를 낳아본 경험이나 지식이 없던 남편은 다들 병원에서 그렇게 애를 낳는 줄 알았답니다. 그렇게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습니다.  이런 바보부모의 좌충우돌은 정말 한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뭐든지 처음 해보는 것이여서, 첫아이에겐 실수도 많았고 그렇지만 다 처음이라 여전히 제 기억에 생생합니다. 처음 아이를 품에 안아보던 때, 벌벌 떨면서 기저귀 갈던때, 처음 젓을 물리던 순간, 젖이 잘 안나와 울던 애기를 안고 쩔쩔매던 일, 처음 아이를 안고 집에 오던 순간.

 

 

 

 

 

 

 

 

 

첫아이때 경험으로 둘째 셋째는 확실히 수월해 진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저희 첫째도 늘 " 자기는 기니피그 (실험용 쥐)였어" 라고 억울해 합니다. 자신 덕분에 동생들만 덕을 본다구요. 하지만 첫째는 잘 모를것 입니다. 너무 서투르고 어설플때 키웠던 그녀가 아직도 제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 것을요. 때로는 너무 몰라서 우와좌왕 힘들었지만,  모든 것이 너무 신통방통하고 신기하기만 했던, 그녀의 예쁜 모습이 제 마음속에 가장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첫아이는 누가 뭐라해도 엄마에게 특별한 존재인것 같아요.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부족함을 가장 먼저 알게 해줬지만, 또 엄마이기에 느끼는 경이로움까지 알게 해줬으니까요.  바보엄마였던 저를 성장시켜준 첫째에게, 오늘은 그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맛있는 저녁을 차려줘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입니다. 

 

 관련글

 

 

(추천도서/자기계발) 쓸모없는 짓의 행복 북리뷰

살아가면서 사람의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난 아이에서부터 인형같이 예쁜 외모, 어릴 때부터 눈에 띄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엔 정말 많습니다.

artistherapy.tistory.com

 

(소소한 일상/ 우리 부부이야기) 아는 맛 VS 세상에 없는 맛

사람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사람의 행동은 참 많이 다릅니다. 저는 호기심도 별로 없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별로 궁금한 것도 없고 알고 싶은것도 없고 먹고 싶은

artistherapy.tistory.com

(미국생활/소소한 일상) 찰나의 행복을 잡으세요

정말 오랜만에 산책을 했습니다. 저의 게으름이 주원인이지만 굳이 핑계를 찾자면,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서머타임이 해제되고 나서 오후 5시만 되어도 어둑어둑 해가 지는 바람에 산책을 하기

artistherapy.tistory.com

(소소한 일상/소통의 중요성) 생각이 복잡할때.

살다 보면 생각이 복잡해질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하던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거나, 억울한 소리를 듣거나, 뭔가 더 잘하고 싶을 때, 혹은 현재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인 것 같습니

artistherapy.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