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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미국생활

(미국생활/ 소소한 일상) 세상 제일 변덕스러운게 사람 마음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0. 20.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 스스로 그런 것을 경험할 때면 참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주부터 둘째가 수업 중에 자꾸 머리가 아프다며 호소했습니다. 워낙 한자리에 앉아서 오전 내내 컴퓨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쉬는 시간 동안 스트레칭도 하게 하고 두통약도 줬는데 별 효과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수요일부터 목도 아프다고 하고 토할 것 같다고 하더니,  어젯밤 기어이 토하고 말았습니다.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기침, 발진 등 다른 증상도 없고 머리를 어디에 부딪힌 적도 없는데 토하기까지 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목 근육이 뭉쳐서 생긴 거라고 말했지만, 저는 계속 속이 매스껍다 하고 토하는 아들이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내일까지 보고 안되면 병원에 연락해야지 하고 맘을 먹고 있었습니다. 미국에 사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긴 병원비가 너무 비싸 웬만해선 병원을 잘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기나 기침 등으로 병원을 가봐야 별다른 치료도 잘 해주 않습니다. 물 많이 마시고 타이레놀 먹고 푹 쉬어라는 다 아는 말만 하거든요. 저도 큰 애 어릴 땐 걱정되어 쪼르르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주사 한 대 안 놔주고, 몇십 불씩 지불하는 병원비가 아까워 이젠 정말 잘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들도 며칠 계속 지켜만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더 아프다며 울기 시작하고, 여전히 토할 것 같다며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병원에 전화부터 했습니다. 미국 병원은 다 예약제라 내가 가고 싶을 때 그냥 갈 수가 없습니다. 안 그러면 응급실을 이용해야 하는 데, 응급실은  보험이 있어도 병원비가 훨씬 더 비싸거든요. 그래서 병원에 전화를해 급히 담당의사와 급하게 화상진료를 보았습니다. 의사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했더니, 그냥 응급실을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머리 아픈지가 오래되었고 울렁거림은 흔한 증상이 아니니 검사를 제대로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갑자기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히고 우는 아이를 달래서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병원 응급실은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가야 해서 가는 동안 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 큰 병이면 어떻하지?”라는 걱정과 함께 요 며칠 학교 수업 제대로 안 듣고 숙제도 땡땡이쳤다고  야단치고 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까짓 공부가 뭐라고..  안 아픈 게 최곤데..”라는 자책까지 하며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별일 아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고 진료를 했는데, 의사가 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목 근육의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같은 자세로 컴퓨터를 너무 오래 봐서 이런 아이들이 흔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울렁증까지 생길 수도 있지만 울렁증은 좀 특이하니 지켜보자고요.   혹시 몰라 몇 가지 신경 이상 체크만 하고, 집에서 마사지와  스트레칭만 열심히 하라는 처방 아닌 처방만 받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지켜보고 호전이 없으면 그때 CT 촬영을 해보겠다 했습니다.  진료를 다 마치고 진료비 235불 (한국돈으로 한 30만 원 넘겠지요. 저흰 보험이 있는데도 이모양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절대로 아프면 안 됩니다. ^^ 물론 좋은 보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덜 냅니다) 내고 집으로 오면서 또 제 마음은 바뀌더라고요.

 

“ 아 뭐야 ~ 남편 말이 맞았잖아” “ 이놈의 자식! 그렇게 자세 좀 똑바로 하라고 하니까 말도 안 듣고..” “ 아~ 누구 닮아 엄살이 이렇게 심한 거야~” 이런 생각으로 금방 바뀌더라고요. 물론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따뜻한 수건에 마사지를 하고 났더니 한결 나아졌다고 동생이랑 놀기도 하더라고요.그 짧은 시간 동안 아들을 위해서 평생을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가, 누굴 닮아 이렇게 엄살이 심하거야 하며  비난하는 엄마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 마음 정말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자식을 향한 내 마음도 이모양인데 , 다른 이를 향해 순식 간에 변하는 우리 마음 정죄할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향해서도 이런 변덕스러운 마음  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럴 때
"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 가 아니라 “ 뭐 그럴 수도 있지~뭔 일이 있나 보지 뭐~”라고 대범하게 넘어가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공부 좀 하기 싫어하고 엄살이 많아도 웃으면서 동생이랑 노는 아들 모습이 너무 이뻐 보였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엄마들에겐 아이들이 건강한 게 최고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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