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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부부생활/소소한 일상) 남편이야기 2-그냥 생긴대로 살아~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9. 9.

 

 

 

 

 

 

 

 

 

요즘은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라고 하지만, 사실 저희 집은 맥시멀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연령대가 다른 아이들이 셋이라 필요한 게 많기도 하고, 다른 큰 이유는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남편의 소비성향과 성격 때문입니다.  먹는 거 좋아하고 호기심 많고 도전하길 좋아하는 성격에, 뭐든 많이 싸게 사는 걸 선호하다 보니, 세일 상품 , 새로 나온 상품은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장을 보러 가면 남편은 돈이 두배 이상 듭니다. 선진국인 미국에 살지만 집안 경제 수준은 후진국입니다. 술도 안먹는 우리집은 앵겔지수가 상당히 높거든요.^^

 

또한 집에서 자주 쓰는 물건은  차고에 항시 저장 보관되어 있습니다. 오래전 저희 친정엄마께서 저희 집 차고를 보시고 “ 야야~ 옛날 우리 동네 구멍가게보다 뭐가 더 많다(사투리)” 라며 웃으신 적이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를 시작할 때 미국은 초반에 사재기가 난리였지만, 저희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많아서 전혀 요동할 필요가 없었지요. 그리고 지금도 전쟁이나도 6개월은 버틸만한 식재료와 생활용품들이 있습니다. 

 

거기다 손재주가 좋아서 남들은 돈주고 사람 불러하는 일을 저희 남편은 기계를 사다가 본인이 직접 고쳐야 합니다.  고장 난 것들은 일단 자신이 먼저 고쳐보려고 하기 때문에 관련도구와 장비들이 정말 많습니다.  나무  자르는 전기톱, 시계 배터리 가는 도구, 페인트 도구, 전선, 전등, 수십 가지 드라이버에 나사, 못 등등.. 그래서 저희 집엔 없는 게 없습니다. 거의 만물상입니다. 농담 삼아 아는 지인들은 뭔가 갑자기 필요한것이 생기면 일단 저의 집에 먼저 문의를 해보라고 할 정도 이니까요.

 

거기다 남편은 잘 버리지도 못합니다. 남편의  많은 별명중에 “ 왜 버려?” 가 있거든요.  상품이 담겨온 박스도 모아놓는 성격이니 제가 보기엔 버려야 하는 물건인데  왜 버리냐며 싸운 적이 많습니다. 한 십 년 넘게 입어 늘어난 팬티를 몰래 버렸다고 저를 째려볼 땐 정말 기가 찼습니다. 그러면 정말 “그깟 팬티야? 나야?”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런 성격이니, 남편이 들고 다니는  가방은 웬만한 여자 가방보다 무겁습니다. 그리고 가끔 그 안에서 별의 별것이 다 나옵니다. 그러면 남편은 항상 말합니다. “ 왜~ 다 필요한 거야 ~”

 

그러나 저는 반대입니다. 구질구질한것 싫어하고 뭐든 예쁜 게 좋은 저는 아무리 좋아했던 옷, 신발도 싫증 나면 가감 없이 버립니다. 어디 여행 갈 때도 정말 최소한의 용품 말고는 챙겨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키울 때도 다른 엄마들은 비상약에, 기저귀 깔판에 심지어 손톱깎이까지 들고 다니는 걸 보았지만, 전  ”그냥 필요하면 사지 뭐, 아님 누군가 있겠지” 그런 생각입니다. 기본 성격이 없으면 없는 데로 그냥 사는 성격이라 웬만한 것에 불편하다 느끼지 못합니다. 지금도 외출을 해도 밖에서 화장 한 번 새로 고치지 않는 성격인지라, 저의 가방엔 지갑과 핸드폰 그리고  자동차 키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리고 사실 남편과 같이 다닐 땐, 정말 빈손으로 다녀도 될 정도로 그가 알아서 다 가지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남편과 가끔 성역할이 바꿨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

 

이런 둘이 함께 살았으니 처음에는 많이 부딪혔습니다. 저는 뭐든 쌓아놓고 버리지도 못하는 그가 답답했고, 그는 아낄줄도 모르고 꼼꼼히 챙기지 못하는 저를 보고 한심해했죠. 그러나 오래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조율은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남편은 자신의 물건엔 절대 손 못 대게 했지만, 10년이 지나도 입지도 않는 옷들이나 작아진 옷에 대한 처분 결정권은 저에게 넘겨주었죠. 그리고 제 물건에 대한 간섭은 그는 일절 하지 않습니다. 버리던 말던.. 그리고 저도 그가 사는  일상생활 용품에 대한 잔소리는 줄였습니다. 어차피 다 필요한 거니까요. “싸게 사면 좋지 뭐” 하는 마음으로 바꿨습니다. 

 

그런 그가 올해초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저에게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 자기야.. 이렇게 사는 건 아닌것 같아..”

“뭐가?”

“이렇게 이고지고 사는 건 아니라고… 나도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로 바꿔야겠어”

“풋! 자기가? 그래! 그럼 나야 좋지 뭐.. 그럼 먼저 버려야 해”

“왜 버려?! 그냥 이제부터 안 산다고”

“(속으로 ‘그럼 그렇지’ 했습니다.) 그래.. 사지 마. 내가 맨날 그랬잖아. 우린 그만 사야 한다고…”

“ 진짜로! 나 이제 정말  필요한 것만 살 거야”

“알았어~ 나는 좋아. 내가 바라던 삶이야”

 

그렇게 굳은 다짐은 한 남편은 한 2-3주 참새가 방안간 들리듯 가던 코스코 (미국 할인마트)를 자제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한두번 제가 리스트에 보낸 물건들만 딱 사온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코스코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하고, 반대로 남편은 코스코가 그의 ‘안식처’라, 제가 장봐야할 리스트를 보내주고 남편이 주로 장을 봅니다.) 그리고 또 다시 한 달이 지난쯤 다시 코스코에서 장을 보고, 두 손 가득 한아름 물건을 안고 집안을 들어오던 그는...

“ 자기야~ 나는 안될 것 같아 ~ ㅎㅎ 미니멀 라이프는 도저히 못하겠어~” 저는 그 모습에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 ㅎㅎ 오래 참는다 했다. 그래 그냥 생긴 대로 살아. 뭐 빚지고 사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적당히 살면 되지 뭐”

 

미니멀 라이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았지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물론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것 같아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남편의 정신건강을 위해 저희는 그냥 살던 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대신 재활용을 더 철저히 할려고 합니다.) 아니 넉넉하게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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