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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 생각/ 인생의 사춘기 )사춘기는 필요하다.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1. 28.

 

 

 

 

 

십 대 사춘기 아이들을 보고 어른들은 “ 가장 좋을 때다. 한창 필 때이다”라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춘기야 말로 가장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시기입니다.  몸은 어른만큼 자란 것 같지만  특별히 타고난 재능이 있는 아이들 말고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잘하는지 혼돈스러운 시기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좀 더 어른스럽게 그리고 주변의 기대에 맞게 행동해야 될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어른들의 세상은 그렇게 완벽하지도 훌륭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가정에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보여지는  불합리함과 억울함을 가장 민감하게 느낍니다. 때문에 심한 경우 그 감정이 극대화되어서 반항이나 일탈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현상때문에 부모들이 두려워하는 시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도 사춘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엔 무난히 보낸 것 같습니다.  그 당시 가족이나 친구 중에  제가 그 시기를 힘들게 보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겉으로는  학교도 잘 다니고 큰 반항이나 일탈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내면은 달랐습니다. 저는 부모님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혀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못한  부부싸움과 해결방법에 늘 불만이 많았습니다. 너무 지긋지긋하다고 느꼈지만  이 불안하고 깨어질 것 같은 가정에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암묵적 압력에 순응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때 받았던 분노와 억울함은 사실 제 안에서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그 당시 너무 하고 싶었던 미술에 대한 꿈이 무참히 꺾이고 나서 참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가 그림을 그리면 얼마나 잘 그리냐? 미술이나 예체능은 머리에 똥이나 든  애들이 하는 거다!”라고 매섭게 몰아치던 아버지의 날카로운 말보다, 내가 얼마나 그림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1도 없었던 서운함이 아버지에 향한 마음을 닫게 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예고나 미대를 가고 안 가고를 떠나서, “딸의 마음보다는 쓸데없는 곳에 돈 낭비하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버지" 가 참 밉고 서운했습니다. 

 

 

 

 

 

 

그렇게 인정받지 못한 제 꿈은 누구도 알아서 안되는 비밀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정말 아침 7:30 분부터 저녁 10시까지 학교에서 수업받고 자율 학습하면서, 그나마 저에게 제일 즐거웠던 시간은  일주일에 2시간 있었던 미술시간이었습니다. (그나마도 고등학교 3학년 땐 자율학습으로 대체되었지만요.)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은 미술시간을 싫어했죠. 한 학년에 1-2명 미대 갈 아이들 말고는 “ 우리가 왜 이런 거 해야 하냐? 대학교 시험에 나오지도 않는데.. 시간낭비다” 며 불평하는 친구들과 같이 맞장구치며 불만을 쏟아 냈지만, 속으로 저는 미술 시간을 일주일 내내 기다렸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싶은 생각이 지금 듭니다. 아마도 미대를 갈 것도 아니니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것을 표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친구들 사이에서 튀는 아이가 되고 싶지도 않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듯 돌아보니  저의 십대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 저 답게” 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선  속으론 불만과 분노가  너무 많았지만  그냥 “ 착한 딸” 이 되어야 했고, 학교에서도 저는 제 꿈과 소망을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평온했으나 마음은 늘 소용돌이치는 바다 같았습니다. 그런 태풍이 부는 바다를 잠잠하게 하는 데는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아마  그때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못해 어른이 되고 심하게 사춘기를 겪기도 한 것 같습니다. (지랄 총량의 법칙은 진실입니다. ^^)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실 별로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만약 갈 수 있다면 정말 그때 십 대답게 사춘기 소녀답게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록 부모님께 혼나더라도 혹은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더라도 “ 나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게 지긋지긋하다.” " 도대체 우리는 뭐냐?"  “ 왜 아빠는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지도 않고 판단하냐? 왜 나보다 다른 사람 이야기만 듣냐?” “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게 제일 재미있고 행복하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 이런 제 모습이 부모님에겐 반항과 일탈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 부모님의 기대나 주변의 기대에 순응하지 않았다면 제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사춘기를 두려워합니다.  왜냐하면    각자의 생각과 가치가 생겨나고 어른들의  생각과 사회에 질문을 하고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낯선 모습이 불편하고 싫지만,  사실 지극히 당연하고 건강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혼란과 혼돈의 시기를 거쳐야만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사춘기는 단순히 십대에만 겪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인생의 답을 찾는 것은 평생에 걸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십대부터 그  과제를 시작하는 것이겠지요.

정체성을 찾는 의미로 본다면  모든 이들에게  각자만의 사춘기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일찍 오던지 늦게 오던지 차이는 있게지만요. 저도 그런 의미로 본다면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환경과 부딪히고, 거기서 방황하며 찾아는 낸 자신만의 답이 자신의 인생의 행로를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인생의 한순간만 이라도 이런 혼돈과 혼란의 시기,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분의 사춘기는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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