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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 미국생활) 한해를 마무리하며..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1. 1.

 

 

 

 

 

 

 

2020년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 대학원을 졸업하고 심리치료사로서 이수해야 할  기나긴 3000시간의 인턴 시간을 2019년에 드디어 마치고 맞이한 해여서 가족 심리치료사가 될 기대에 부풀어있었습니다. 마지막 관문인 캘리포니아 자격증 시험을 치를 계획을 올 여름쯤에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격증만 따게 된다면 정말 이 기나긴 여정( 대학원 4년+ 인턴 3년)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1월부터 코로나 이야기가 돌아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일어난 질병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오리라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월 중순부터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입국한 사람들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리콘밸리가 뉴욕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3월 중순 모든 학교와 가게를 봉쇄한다는 명령이 떨어지고 온 식구가 집에서 지냈습니다.

사실 처음 셧다운 한다고 할 때만 해도 " 앗싸! 3주 방학이네" 하며 속으로 좋아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연히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주일 정말 아이들과 남편과 한께 맛있는 거 만들어 먹으면서 신나게 놀았네요. 그리고 2주째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다닌던 에이전시에서도 화상상담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교육과 훈련이 시작되었고 아이들 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에 대한 정보가 이메일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화상 상담할 것을 생각하니 처음엔 절망했습니다. 한동안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사춘기 딸과 아직 손이 많이 필요한 1학년과 5학년 아이들은 데리고, 삼시세끼 밥을 차리며 과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며요. 생각만 해도 너무 싫었습니다. 그러나 어쩔수 없었습니다. 받아들여하는 것은 빨리 받아들여야 했고, 포기할 것은 포기했습니다. 포기한 것중에 제 캘리포니아 자격증 시험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며 시험준비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루기로 결정했습니다. 

 

 

 

 

 

 

 

3주 자가격리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대로 학교는 열지 않기로 결정하고 제가 했던 모든 일들은 온라인으로 대처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보드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모래 놀이하면서 했던 상담들이 모두 화상상담으로 바뀌면서 과연 아이들과 얼굴만 멀뚱멀뚱 보면서 상담이 될까 멘붕이 왔습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반이상의 부모님들이 상담을 취소해 주셨습니다. 학교에서 40명 넘게 보던 아이들이 18명으로 줄었습니다.  아마도 부모님들도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 키우면서 꾸역꾸역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놀던 우리 아이들도, 줌 미팅이 시작되고 숙제가 늘어나고 저도 일을 시작되면서 정말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이들 숙제 봐주다 보면 점심이고 점심 차리고 나면 저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면 또 저녁을 차려야 했지요. 학교가 끝난 아이들은 집에서 정신없이 떠들고 놀았고, 한시도 조용히 있을 수 없는 반복되는 생활에 점점 지쳐갔습니다. 그러나 가장 힘들었던 건, 도무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기약도 없고 희망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6월 초부터 방학이 시작되고 저는 숨 돌릴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이들 숙제 봐주지 않고 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화상상담을 하면서 느꼈던 한계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디지털 세상에 대한 정보들은 저를 편히 쉬게 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손 놓고 있다가는 미래에 화상상담만 억지로 해야 할 운명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고민 고민하다가 방학 동안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라곤 이메일 쓰고 보내고 ppt 만드는 정도만 할 줄 알았던 저에게 블로그도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공부해서 겨우겨우 만들었습니다.정말 IT 문맹인 저에겐 티스토리 운영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저에겐 새로운 도전이고 공부였습니다. 그러나 블로그 하면서 소중한 인연들도 만나고 그분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도전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는 방학동안 캘리포니아에서 대규모 산불이 나는 바람에 몇 주 동안 창문도 못 여는 '찐격리' 기간을 보냅니다. 그땐 정말 코로나는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기가 이렇게 나빠진다면 정말 재앙임과 동시에 인류멸망이 될것이라는 것을 잠깐 경험했습니다. 코로나와 산불 덕분에 환경오염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제대로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일회용 사용을  여전히 자제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가을이 되면 괜찮지 않을까 희망했지만, 저도 아이들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가을 학기는 오히려 더 체계적인 스케줄을 가지고 아이들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저도 다시 화상상담으로 돌아갔고요. 그러나 두 아이 모두 오후2시까지 내리 줌으로만 하는 온라인 수업에 적응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특별히 둘째 아들은 수업시간에 아예 참여하지도 않고 다른 짓을 하는 것이 몇 번씩이나 발각이 되면서 엄마로서 참 힘들었습니다. 오후 2시까지 아이들과 한 책상이 앉아 있다가 아이들 수업이 끝나면 저는 상담을 하러 제 방으로 들어가는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지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때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면서 겨우겨우 버텄네요.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남편이 나름 도와주려고 참 애를 많이 써주었습니다. 남편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청소, 장보기와 설거지는 도맡아 해 주었습니다. 집에서 제가 밥만 하고 애들 돌보고 일만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남편이 협조적이지 않았다면 아마 저는 100% 일을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힘들어서 울었던 적도 많고 속상하고 짜증 나는 일이 많았지만 돌아보면 얻은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진짜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었다는 것과 가족들에게 전에 없던 전우애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  24시간 하루종일 붙어 있으면  많이 싸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다들 힘들 시기를 버티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 덜 싸웠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제가 공부한 지식을 나누려고 시작한 블로그는, 어느새 제 삶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오히려 제게 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응원을 주고 응원을 받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달았네요. 그리고 블로그 덕분에 기독신문에 칼럼을 쓸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으니 코로나가 제게 준 기회가 된 셈입니다.

새로운 새해가 오지만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젠 좀 더 용감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일 년을 돌아보니 잃은 것도 많지만 또 얹은 것도 있으니까요. 어떤 해도 마냥 행복한 한 해는 없었습니다. 내년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든 한 해를 보냈으니 오히려 작은 것에 더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원래의 자리대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원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아도 이젠  잘 버틸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예측 불가능한 삶에 대한 근육이 좀 생긴 덕분입니다. 이것이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훈련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코로나 이전보다는 우리 모두는 좀 더 성숙한 인생이 된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성숙함과 근육으로 새해를 분명히 잘 살아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모두 이런 확신으로 새해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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