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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인간관계

(성폭행 예방/ 심리상담) 그루밍(Grooming) 성범죄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2. 5.

 

 

 

 

 

 

 

 

성범죄와 성추행이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모든 형태의 성폭력과 범죄는 모두 나쁜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지능적이고 교활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루밍 성범죄입니다.  그루밍이라는 말이 관리하고 훈련시킨다 다는 뜻이 있지요.  자신의 높은 위치를 이용하여 신뢰와 믿음이 바탕으로 시작해서 성도나 환자 그리고 미성년자를 교묘히 자신의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범죄입니다. 보통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사제지간, 사회복지사나 상담사와 환자, 의사와 환자 또 종교지도자와 성도 등의 관계에서 종종 나타납니다.

 

이런 그루밍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는 이미 피해자와 돈독한 신뢰관계를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너무 신뢰하거나 존경하기 때문에 저항이나 거부감 없이 성관계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만 13세 이하의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는 법적 처벌이 힘듭니다. 왜냐하면  가해자는 “자발적인” 성관계였고 폭력이나 강압이 없었다는 것을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사회에서는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폭력과 강압만 없었을 뿐이지 심리적 고통은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믿고 신뢰했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단순히 나를 성적 노리개 정도로 여기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인간에 대한 불신, 신체적 수치심과 더불어 말할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해자로부터 어떠한 법적 보상이나 사과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작년에 유명한 정신과 의사의 그루밍 성범죄가 기사화 된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여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동시 다발적인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개개인들에게는 모두  “너만을 사랑한다. 환자와 이런 기분 처음이다”라 는 명목이었습니다. 피해자 여성들 모두, 정신과 의사인 데다가  TV 방송까지 한 그의 말을 한치의 의심 없이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그가 한 말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고  피해자들이 소송을 걸었지만 아무런 법적 처벌을 주지 못했습니다.  모든 성관계는 다 “합의하”에 일어난 것이 때문이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관한 전문가들입니다. 자신을 찾아온 환자가 얼마나 심리적으로 취약한지 누구보다 그들이 잘 알고 있고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 길들여” 지는지도 너무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환자를 자신의 성적 착취 대상으로 삼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지요. 

 

 

 

 

 

 

 

 

 

또한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지위나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는 경우에도 이런 그루밍 성범죄가 잘 일어납니다. 대내외적으로 보이는 그의 이미지와 행동은 너무 존경받을 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한경우 신적으로 따르고 복종하는 관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교지도자나 사제지간에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몇년전 서울에서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로 유명했던 목사님이 그루밍 성범죄가 발각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작 이제 스물을 갓 넘은 여자 대학생들을 오랫동안 성 착취했었습니다. 나이도 한참 많은 아버지뻘 되는 목사님과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교회를 다녔던 아는 지인에 의하면 주일날 설교나 대학교 집회 때 보이는 목사님의 카리스마와 위트에 모든 학생들이 다 빠져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여학생들 중에는 목사님을 맹신하는 학생들도 꽤나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존경받고 자신의 카리스마로 청중을 사로잡은 말재주에 어떤 여학생들은 그를 신처럼 따랐고, 그녀들을 이용하여 그 목사는 자신의 욕망을 채웠습니다.  그러나 이 목사도 다른 어떤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왜냐하면 다 강압적인 폭력이나 폭행은 없었다는 명목이었습니다. 심지어 여학생들이 그 목사를 유혹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피해자들에겐  어떠한 사과나 보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이것이 “ 합의한 것이고 자발적인가” 하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친밀감과 신뢰를 이용해 심리적 저항이나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놓은 후에 이루어진 성관계인데 말이죠. 이것은 마치 자신으로 부터 빠져나가지 못하게 심리적으로 묶어 놓은 상태에서, 너는 왜 위험한 곳을 빠져나오지 못했냐라고 비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실 피해자들 중에 전에 언급했던 심리적 바운더리가 약한 사람들인 경우 이런 말도 안 되는 관계에 묶여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또 가해자들은 그것을 기가 막히게 잘 파악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입니다. 

 

(심리상담/심리적 경계선): 바운더리 (Boundary),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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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그루밍관계는 우리 인간관계에서  의외로 많습니다.  부모와 자녀, 또 직장에서 상사와 직원, 학교에서 선생님과 제자, 종교 지도자와 추종자 등 많은 관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친밀함과 자신의 위치를 무기로 약자를 길들여서 내 맘대로 하려는 관계입니다.  이런 인간관계의  문제는 경계가  참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가 친밀함과 신뢰이고 어디부터가 착취이고 폭력인지 구분 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선 법적규제와 처벌이 꼭 필요합니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도 법의 목적이니까요. 특별히 정신과 의사, 치료사, 상담사, 종교 지도사, 혹은 선생님 등처럼 신뢰와 친밀감이 필요한 직업군들의 경우 직업윤리와 법이 좀 더 견고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신과 의사나, 치료사, 선생님, 종교지도자들에게 간혹 이런 “ 유혹” 의 손길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까지도 잘 다루고 어떻게 육체적 심리적 적정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배워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국에선 아예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의 경우 환자와 치료사로 만난 경우는 교제나 데이트 등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합니다. 아무리 진짜 둘 사이에 사랑이 시작된 경우라도 말이죠. 정말 애인 사이가 되고 싶다면 환자와 의사관계를 종결하고 나서 일정 기한 이후에 교제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를 어기고 성관계나 착취까지 간 경우 자격증이 취소되고  법적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까지 심한(?) 규제가 있는 이유는 그들이 환자를 휘두를 수 있는 전문가라는 것을 사회가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너무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관계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위의 정신과 의사도 목사님도 모두 상대하는 여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로 설득했습니다. 유명하고 잘 나가는 분이 나를 특별히 생각해주고 아껴준다는 느낌은 너무 소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특별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나를 숨기고 쉬쉬할 필요가 없겠지요. 두 분 다 대내외적으로 그 여성들이 그들의 애인이나 여자 친구가 아녔습니다.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아야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랑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평범한 사람의 심리입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모든 여성들을 “비밀 애인”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평범하지 않고 평등하지 않은 관계는 절대로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상식과 이성의 판단을 따라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심리적 바운더리를 좀더 견고하게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존경받고 위대한 사람이라도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바운더리는 나의 허락하에만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로 저는 자녀들에게 “ 싫어요. 안돼요”라는 거절하는 법을 꼭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엔 아직도 나보다 높은 사람의 부탁이나 청을 거절하는 것이 마치 나쁜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극히 나의 개인적 영역을 침범하려 할 때  그 누구라도 정중하게 “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 No"를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론 그루밍 성폭행 피해자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들은 사실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다 “ 그러게 왜 그렇게 따라다녔냐? 사람을 왜 그렇게 잘 믿냐? 너도 좋아서 한 거 아니냐?  네가 일부러 꼬신 건 아니냐?” 등등의 억측과  추측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이중삼중으로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과 바보 같은 선택을 한 자신에 대한 실망, 자책 그리고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세상에 대한 불안 등등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립니다. 이런 이유로  더이상의 그루밍 성폭행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 법적 조치가 견고하게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주변의 건강한  인간관계를  배우고 익혀서 이런 비밀스럽고 불평등한 관계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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