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유아기일 땐 아이의 모든 문제가 사실 부모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의사가 생기면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부모의 문제보다는 자녀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아집니다. 자녀가 사춘기가 되고 어른이 되면 사실 자식의 문제가 내 문제인 경우는 점점 줄어듭니다.
그래서 자녀가 자랄수록 부모로서 얼마나 아이의 일에 간섭하거나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아이가 학교를 들어갈때 쯤이 되면 아이는 별일 아닌 걸로 울고 떼를 쓸 때가 많습니다. 모든 아이의 문제가 부모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때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간섭하고 참견하면 소위 헬리콥터 맘이나 타이거 맘이 되고, 아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면 방임적인 양육으로 버릇없고 공격적인 아이로 클 확률이 높습니다. 그때 부모가 기준을 찾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쓰던 부모교육 교재 중에서 발췌했습니다. (Systematic Training for Effective Parenting of Children)
Decide who owns the problem (누구의 문제인지 판단하기/결정하기)
Are my rights being disrespected?
부모의 권위/존중에 위배되는가?
Ex. 부모에게 욕을 한다. 폭력을 행한다. 부모의 허락없이 외출을 시도한다.
Could anybody hurt?
누군가의 안전/건강이 위험한가?
Ex. 동생을 때린다. 카시트를 하지 않으려 한다. 겨울에 반팔을 입고 간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
Are someone’s belongings threatened?
누군가의 소유물을 침해했는가?
Ex 벽에 그림을 그린다. 엄마 핸드폰을 함부로 만진다. 누나의 물건을 함부로 쓴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만진다.
Is my child too young to be responsible for this problem?
문제를 감당하기엔 너무 어린나이인가?
Ex.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긴다. 3살짜리가 모르고 유리잔을 깨뜨린 경우. 5살 아이가 실수로 물감을 옷에 다 흘린 경우
위의 질문에 한 가지라도 YES 라면 이것은 부모/엄마의 문제입니다. 이 경우엔 부모가 반드시 간섭하거나 중재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처리하는 것을 도와줘야 합니다. 때로는 도움일 수도 있고 때로는 훈육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질문에 모두 NO 가 나온 경우는 아이의 문제입니다.
아이의 문제인 경우엔 아이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키워줘야 합니다. 그럴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4가지입니다. 아이의 연령대, 문제의 종류와 빈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 4지 방법으로 자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Ignore the problem
문제를 무시한다.
Ex. tv 광고에 나오는 장난감을 계속 사달라 떼를 쓴다.
Use reflective listening
경청해주고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Ex 친구와 말로 다투어 속이 상해 우는 경우 아이의 감정은 들어주고 다른 활동을 제시한다. “00이랑 그런 일 있어서 속상했구나. 뭘 하면 기분이 좋아질지 한번 생각해봐”
Use an I-message
“나 메시지 사용하기”
Ex. 동생이라 자주 말다툼을 경우, 사소한 거짓말을 한 경우
“너희들이 싸우는 걸 보니 엄마가 너무 속상하다. 이번에 또 거짓말을 해서 엄마가 실망했다”.
Help your child see the choices and the possible consequences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결과를 책임지게 한다.
Ex 외출할 때 장난감을 가지고 가지 않기로 했으니 아이가 고집을 피워 가지고 간 후 잃어버린 경우. “ 엄마가 미리 말해 줬는데 네가 가져가기로 해서 잃어버린 거니까 새로 사줄 수는 없어”
때로는 위 4가지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만 7-8세 이상의 아이가 엄마가 경고를 했음에도 비싼 장난감을 함부로 가지고 놀다가 아이의 실수로 망가뜨리고 새로 사달라고 떼를 부릴 때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 주고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기회를 보여주면 됩니다. (경청/공감하기.그리고 결과를 책임지게 하기)
“ 장난감이 망가져서 너무 속상하겠다. 근데 전에 엄마가 말한 데로 이건 비싼 거라 다시 살 수는 없어. 네가 다시 사고 싶으면 네 용돈을 모아서 사는 거야.. 아니면 다른 장난감 가지고 놀아야 해. 엄마랑 전에 이야기한 거 기억나지?”
다른 예는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약속이 취소되어 우는 경우입니다.자녀의 마음은 읽어주고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경청/공감해주기. 선택할 기회주기)
“ 비가 와서 00못놀아서 너무 슬프지? 슬플 땐 울어도 돼 근데 다른 재미있는 거 할 것도 집에 많아. 다 울고 나서 괜찮아지면 엄마한테 말해 알았지?”
동생이랑 보드놀이를 할 때 규칙을 지키지 않고 이겨 동생이랑 싸우는 경우입니다. 아이에게 엄마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고 결과를 책임지게 하는 것입니다. ("나 대화법"사용하기/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게 하기)
“ 엄마는 00가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실망이야, 보드 게임은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 그래야 모두 공평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잖아. 이번판은 00가 규칙을 지키지 않았으니 무효야. 다음 판에서 공평하게 해서 이긴 사람이 진짜 승자야 알겠지? ”
사춘기 자녀가 숙제를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자녀에게 엄마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어날 결과를 경고할 수 있습니다. ( "나대화법" 사용하기/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게하기)
“ 엄마는 네가 숙제를 안한것에 너무 놀라고 걱정이 된다. 숙제를 하는 것은 책임있는 사람으로 크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야. 늦었지만 선생님께 늦게 제출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할수 있는 만큼 하길 바래. 그리고 숙제를 안하면 네 성적에 영향을 주는 거 알지? 엄마는 나중에 니가 원하는 대학을 가는데 이 일로 영향을 받지 않길 바란다.”
사실 이런 이렇게 아이들의 문제가 생길 때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립적인 태도입니다. 아이가 실수하고 잘못했다고 너무 엄하고 무섭게 할 필요도 없고, 또 자녀가 슬프고 속상한 일이 있다고 감정적으로 같이 동요되어서 어르고 달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의 마음은 읽어주되 경계와 한계가 있다는 것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어느 순간 그 경계 안에서 규칙을 익히고, 또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겠지요^^)
저를 포함하여 한국 부모들에게만 유난히 강하게 보이는 현상이 자녀와의 동일시입니다. 자녀의 실수, 실패, 아픔까지 나의 실수, 실패 아픔이라 여기는 증상입니다. 실제로 여러 실험을 통해서 이런 심각한 동일시를 보여주는 연구가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자녀가 실패하지 않도록 애를 씁니다. 물론 자녀가 실수하고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입니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동일시는 절대로 건강한 관계가 아닙니다. 때로는 아이가 넘어지고 쓰러졌을 때 일어날 힘을 빼앗아 버리기도 해서, 아이들의 날개를 꺾는 것과 같은 일이라 이전 글에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물론 부모는 자녀의 안전하게 지키고 사랑으로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경계가 있습니다. 그 경계를 지혜롭게 존중함으로 우리 자녀들을 정서적으로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입니다. 자녀의 모든 문제가 모두 부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녀가 책임을 지고 해결할 능력을 키우고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하는 것도 부모의 큰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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