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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미국생활

(소소한일상/ 미국생활) 인종차별, 생각보다 깊고 아프다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8. 27.

 

20년 전 미국에 왔을 때, 사실 여러 가지로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장애인 주차시설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턱을 낮춘 보도블록이 항상 있었고, 그래서인지 몸이 불편한 분들을 정말 자주 만날 수 있었죠. 그리고 그 누구 하나 장애우를 이상한 시선이나 힐끔거림으로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고요. 또한  학교 수업에 들어가면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부터, 중년, 아줌마,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 같은 어린 학생들에서부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다양한 국적이 사람들이 섞여있는 교실은 저에게는 그야말로 진풍경이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선 외국인 장애인을 떠나, 조금만 뚱뚱해도, 조금만 키가 작거나 커도, 남의 이목을 한눈에 받을수 있었죠. 그러니 장애인들을 공공장소에서 보거나 그들의 편의시절은 정말 없던 때입니다. 그리고 정말 1년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외국인들은 보고 나면 늘 엄청난 수다거리였었죠. 지금은 한국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매번 한국을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니까요.

 

그런 미국의 다양성과 사람에 대한 평등함이 저에게 너무 매력으로 와 닿았고, 미국에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굳혔던 것 같아요. 미국은 정말 모두에게 평등한 나라구나 하며.. 그러나 여기 오래 살다보니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인종차별이나 문화차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특히 올해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큰 소동이 일어나고, 여전히 인종차별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거의 한국과 일본 수준인 것 같아요.

 

제가 같이 일하는 흑인 치료사가 말하기를 자신은 말을 알아듣기 시작할때부터 엄마에게 들은 말이  무조건 경찰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것과 절대 경찰에게  말대꾸하지 말 것을  배웠답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면 절대 혼자 돌아다니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사소한 행동은 거의 불이익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지요. 미국에서 태어나는 것은 복이라 생각했던 저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후에 “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는 슬로건이 무섭게 퍼져나갔습니다. 더 이상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싶지 않아서 이겠지요. 그러자 그 반대에서 “ All lives matter!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슬로건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All lives matter은 맞는 말이긴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찜찜함의 정체를 몰랐습니다. 

 

그러는 중에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린 사람을 보았습니다. 만약 너의 직장동료가 “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는 말을 듣고 “ 모든 사람은 죽는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았냐고 말이죠.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말은 진실입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직장동료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말입니다. (사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아버지가 돌아가신 분에게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All lives matter는 진실이다. 그러나 몇 백년동안 차별과 무시를 당하고 살아온 흑인들에게, 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차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의 그들에게 정말 아프고 잔인한 말이다 라고 쓰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찜찜함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그건 지금 이 상황에 전혀 배려가 없는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때론 진실이면 모든것을 해결해 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차별의 고통이나 아픔도 모르고 배려도 없는 사람들의 진실 타령은 누군가에게 큰 비수로 남을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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