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미국생활

(미국교육/ 교육정책 ) 표절문제, 과연 당사자만의 문제일까?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1. 13.

 

 

 

 

 

 

 

 

 

가끔 때가 되면 유명인사들의 표절 문제가 거론됩니다. 특히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유명인이 최정상을 달리고 있을 때 마치 끌어내려고 작정한 듯이 표절 시비를 거론합니다. 그 그물에서 빠져나올 사람이 없다는 것 처럼요.  몇 년 전에 김미경 강사님도 그랬고, 얼마 전 인기가수 홍진영 씨와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의 논문 표절이 문제가 되어 지금 방송에서 사라졌습니다. 홍진영 씨 같은 경우 방송에서 바쁘게 가수 생활을 하면서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이야기에 사실 갸우뚱 하긴 했었습니다. 박사 논문을 쓰는 것이 그렇게 쉬울 리가 없는데 하면서요. 그리고 설민석 씨 같은 경우도 참 안타까웠습니다. 가르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분이었는데, 과거의 자신의 실수가 이렇게 최정상이 되었을 때 그분의 발목을 잡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분 말고도 이런 표절시비로 구설수에 오른 유명인들은  정말 많습니다. 그러면 많은 대중은 마치 그분들이 공부하고 학위를 딴 모든 것이 거짓이 되고 대중을 속이려고 한 것처럼 비난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의 연구자료나 책, 논문을 많이 참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많은 자료의 출처가 어디인지 분명히 밝히고 또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설명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사실 쉽지 않습니다.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하고 논문 심사도 까다롭게 해야 합니다.그러나 이런 모든 과정은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채, 단순히 당사자들을 표절했다고 비난만 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기본적으로 논문 표절 문제의 핵심은 쓴 사람보다,  논문을 평가하고 심사하는 과정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선 교수님들과 학교에서도 알고도 묵인했거나 아니면 제대로 논문 심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보통 50 % 이상의 표절을 찾아낼 정도이면 분명히 논문 평가를 하기 전에 교수님들이 알아야 하고, 미리 수정을 요구를 했어햐 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대로 쓸 때까지 패스를 해 주지 않았다면 학생들은 분명히 똑바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논문 심사에서 패스한 논문들이 나중에, 이렇게 항상 표절로 기사화되는 것이 이상하기만 합니다. 사실 비난을 같이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그 학생을 지도했던 교수님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고 학교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이 요즘 Plagiarism (표절)에 관한 것을 배웁니다. 그래서 자신이 숙제를 할 때 사용했던 참고문헌 즉 책과 웹사이트를 어떻게 인용하고 어떤 형식으로 문서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에 아들이 표절에 관한 것을 배운다고 할 때 깜짝 놀랐습니다. 10년 전 큰 아이때는 중학교 때쯤 가르쳤던 것을 이젠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초등학생이니 그냥 간단한 내용으로 가르치고 말겠지 했는데,  MLA 형식을 따라서 어떻게 참고자료를 쓰는지 제대로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읽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은 칼럼을 어떻게 자신의 말로 정리하고 표현하는지도 배우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학교 교육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 땐 사실 대학교나 가서야 처음 표절에 관해서 접했던 것 같고, 사실 자세히 배우지도 못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미국에 와서  과제를 낼 때마다, 인용하는 법, 참고문헌 쓰는 법을 익히느라 진땀을 뺀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선 Research paper 와 논문 (Thesis)등, 즉 자료를 조사해서 쓰는 모든 과제에선, 이 인용구와 참고문헌을 제대로 썼는지 안 썼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학생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빨간 줄로 표시하고 성적이 깎입니다. (미국와서 썼던 저의 처음 에세이는 온통 빨간색이었던 기억이 있네요. ㅜㅜ)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아이도 이미 이 인용, 색인과 참고문헌 쓰는 법을 알고 있고 제대로 써야 함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다른 사람의 에세이를 copy 하거나 표절했을 때, 정도가 심각한 경우 학교에서 퇴학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표절을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다룹니다. 

 

고등학교도 이런 수준이니 대학교나 대학원은 까다롭기가 이루 말수 없습니다. 이 인용구와 참고문헌 쓰는 법, 자료 정리하는 것만 가르치는 수업이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졸업논문을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논문 심사를 패스하지 못해서 졸업을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은 대학을 들어가기는 너무 힘들어도 졸업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대학은 들어가기 쉬워도 졸업은 아무나 못한다고 까지 합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대학 졸업률이 한국보다 많이 낮습니다.

 

표절시비가 나올 때마다 마치 개인에게 모든 비난을 돌리지만, 대학교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논문 심사를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사실 홍진영 씨나 설민석 씨가 유명인이라 이렇게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했지만, 그 두 분만 표절을 하는 “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행"처럼 했으리라 예상합니다. 다만 그 사람들의 논문을 일일이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그냥  모르고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도 시스템의 문제이지요. 이런 시스템적인 문제는 우리나라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장하고 발전한 후유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이런 허점들도 바른 방향으로 수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관련글

 

(특별한 고등학교 졸업식/미국생활) 배려란 이런것이죠

www.youtube.com/watch?v=bPFgYpxMEuA 미국 고등학교의 특별한 졸업식입니다. 배려란 어떤 것 인지 정말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소음에 민감한 자폐증 친구를 위해 모든 친구들이 조용히 그 학우를 맞이해

artistherapy.tistory.com

(TV속에서 배우는 세상/ 소소한 일상) 삼겹살 랩소디 vs 해방촌 채식주의자

며칠 전 넷플릭스에 백종원의 “삼겹살 랩소디”라는 다큐를 보았습니다. 백종원 씨와 여러 요리 전문가들이 나와서 한국인이 왜 돼지고기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왜 이렇게 까지 여러 요리로 발

artistherapy.tistory.com

(심리상담/ 패션 심리학) 옷은 당신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어떤 옷을 입고 계신가요? 아마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편안한 차림의 실내복을 입고 계신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외출할 땐 어떤 옷을 입으시나요? 당신의 옷장엔 어떤 색깔의

artistherapy.tistory.com

( 미국생활/일상생활) 하기싫은 일도 해야할 때..

살다보면 좋아하는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때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사는 분들에게도 하기 싫은 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유명한 김미경강사님도 강의하는 일은 너

artistherapy.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