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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부모자녀

(육아/부모가 된다는 것) 모성애에 관해서..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1. 16.

 

 

 

 

 

 

 

요즘 정인이 사건이나 여러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기사를 접하면서 모성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가해자는 모성애는 커녕 일말의 인간으로서 양심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녀도 한 아이의 엄마인데 말이죠.  어떻게 말도 못 하는 아이를 그렇게까지 학대할 수 있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정말 직업적으로 너무 궁금한 그녀의 심리 세계입니다.  양모의 행동을 그냥  정신이 나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치부하기가 어려운 것이, 만약 그녀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남편과 첫딸에게도 비슷한 양상이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편이나 친딸에게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양모는 정인이에게 전혀 모성이라는 것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친엄마들에게도 자신의 친 자식에게 모성애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입양한 아이를 정말 지극한 사랑으로 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신이 모든 사람을 돌보기 힘들어 어머니를 보내주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머니의 사랑, 모성애는 신격화됩니다. 특별히 한국문화에선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 어떤 희생과 헌신이라도 할 수 있는 위대한 사람으로 묘사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말 모든 엄마들이 이런 엄청난 모성애와 사랑이 아이를 낳자마자 생길까?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은 부모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직업적인 이유로 모성애나 부성애가 전혀 없어 보이는 부모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저 스스로도 아이를 낳자마자 모성애가 바로 생겼던 것은 아닌 것 같기 때문입니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아이를 낳자마자  갓태어난  아이를 보면서 환희와 기쁨에 찬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지만 사실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산통을 겪으며 지칠 때로 지친 저에게  간호사가 안겨준 큰딸은 그냥 팅팅 부어있는 아기 인형처럼 보였습니다.  (속으로 “앗! 너무 못생긴거 아냐?” 하며요.) 그리고 정말 이 아이가 내가  열 달 동안 품고 있었던 아이가 맞나 싶은 생경함도 같이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와 영화와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 스스로에게 약간의 죄책감까지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고작 만 26살에다가 첫 출산이었던 저에게 아이를 향한 제 마음은 모성애보다는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너무나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한 책임감이 가장 컸던 것 같았습니다. 출산을 하고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냥 자고만 싶었지만,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이가 울면 안아주었던 것은, 내 자식이라는 모성애보다는 너무나 연약한 생명에 대한 어른으로서의 도리에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날이 가면 갈수록 그 책임감이 모성애로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젖을 물리고 눈을 맞추고  같이 웃고 안아주는 교감 등을 통해서 오히려 아이가 더 사랑스러워지고 이뻐지는 것 느꼈습니다.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발가락 손가락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볼수록 남편과 절 닮은 것 같아 보이는 신비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자라고 제가 정성을 들인 만큼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나를 보면 웃고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드는 아이를 보면서, 그때 내가 엄마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으니까요. 

 

 

 

 

 

 

 

 

 

 

 

과학적 연구에선 모성애를 생기게 해주는 것이 출산할때 발생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라고도 하고, 출산할 때 뇌에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어서 그렇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강력한 모성애가 모든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출산을 하지 못한 입양모에게도 모성애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성애의 기본은 애착이고 애착은 아이와 교감하려는 엄마의 노력에 따라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 나간 아내나 병든 아내 대신 아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아빠들도 사실 많습니다. 

 

즉 이 말은 어른이 된 부모, 즉 엄마이든 아빠이든 상관없이 아이를 얼마나 알아가길 원하고 아이와 애착이 형성되길 원하는 부모의 노력에 따라 모성애도 부성애도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내 뱃속에서 낳았던 아니든 상관없이 어른이 아이를 책임지고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길 원하는 마음과 노력에 모성애와 부성애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사실 공감능력과 책임감이 동반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많은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원가족을 살펴보면 그들도 어린 시절 건강한 애착형성이나 돌봄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그들도 배우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사실 정인이 양모보다 그녀의 부모였던 사람들이 어떤 양육을 했는지 너무 궁금한 1인입니다. 양부모의 행동에서 제일 열받는 것이 너무 무책임한 어른들이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어른을 키워낸 원가족이 너무 궁금합니다. )

 

개인적으로  모든 엄마들에게 어마무시한 모성애를 강요하는 한국문화는 사실  저를 불편하게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엄마들도 불완전한 인간이고 미성숙한 어른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마라면  아니 어른이라면 적어도 해서는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한 분별력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성이니 애착이니를 다 떠나서 가해자들에겐  어른으로서의 양심도 도리도 없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마로서 우리 자녀를 어떻게 하면 책임감 있고 성숙한 어른으로 키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더욱더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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