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부모자녀

(아동학대/ 방관) 우리가 가진 편견의 무서움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1. 4.

 

 

 

 

 

 

 

 


어제 정인이 사건을 기사로 검색하고 바로 그것이 알고 싶다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는 더 기가 막혀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3번이나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갔고, 특별히 어린이집에서 두 번째 아동⁹학대 신고를 하고 진료를  담당했던 소아과 의사가 경찰에게 부모와 아이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경찰은 양부모의 말만 믿고 학대 신고를 내사종결 시켰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번도 아닌 세 번의 아동학대 신고를 어떻게 이렇게 가볍게 여길 수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방송에서 하는 말은 일단 공개입양이란 훌륭한 일을 한 사람들이, 굳이 아이를 학대할 이유가 없다는 그들의 긍정적인 편견이 있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양부부의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방송중에 양엄마의 엄마, 즉 정인이의 외할머니가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것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린이 집 원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딸이 입양한 영아를 이렇게 학대하는 것을 방치하고 방임할 수 있었을까 싶어서 이 집구석(?)을 좀 더 찾아보았습니다.

양엄마의 아버지는 그 지역 목사였고 어머니는 어린이집을 운영했습니다.  정인이의 양부모 모두 기독대학 한동대 대학원 출신이라고 합니다. 남편은 기독교 방송에 행정직원이라 했습니다. 양아빠의 아버지도 목회자랍니다.  양엄마는 홀트복지원에서 입양 관련 일에 통역봉사를 했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미국 유학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부부사이는 좋았다고 합니다. 정말 온 집안 식구가 기독교로 똘똘 뭉친 집이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랑은 없는 집구석이였습니다. 

아이를 집에 방치하고 혼자 운동하러 다니고, 친구들과 3-4시간씩 수다를 떨고, 정인이만 혼자 주차장에 두고 세 식구만 외식을 하고, 이러면서도 미국식 수면교육을 시킨다며 둘러댔다고 합니다.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었던 것은 부부가 겉으로 너무 번듯해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다 목회자 자녀에 교육자 부모를 둔 양엄마에게 이 긍정적인 " 편견"이 많이 작용한 듯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몇 번 조사받을 때마다, 이 양엄마의 성품상 "우리 아버지가 목사이고 우리 엄마가 어린이집 원장인데 내가 아동학대라니 말이 되냐? 내가 대학원 나오고 미국 유학까지 한 사람인데 "라고 따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마 그래서 이 부부의 말만 전적으로 믿고 깊은 조사가 들어가지 못한 듯합니다. 정말 우리들의 착각이고 편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정인이를 진찰했던 소아과 의사의 말을 경찰이 묵살했던 이유는,  정인이를 양부모의 단골 소아과에 가서 재진료를 받은 후, 학대가 아닌 내구염으로 거짓 진단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단골 소아과는 양부모의 지인이던지 아버지 교회 교인일 확률이 높습니다. 한마디로 그 의사도 크리스천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직업적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지인의 부탁을 들어준 셈입니다. 그때 그 의시가 아동학대라고 조사가 필요하다고만 했어도 경찰을 수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이 단골 의사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였다면 이 사람은 의사면허 박탈과 함께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도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어느 집단이 학대가 심하다거나 덜하다는 게 없다는 말입니다. 그 말은 누구나 아동학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사이던 목회자이던 부자이던 가난한 사람이든 배운 사람이 든 못 배운 사람이든, 그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엔 나쁜 편견도 있지만 이런 긍정적인 편견도 있습니다. " 에이 설마 그 사람이, 대학교수가 그럴 리가 없어.. 혹은 신부님인데 그런 짓까지 하려고.  내가 알기론 그런 사람아냐..." 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적 위치와 인맥에  따른 긍정적 평가가 있습니다. 이것이 오히려 우리가 정말 분별하고 판단해야 할 때 우리의 분별력을 흐리게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부부가 고학력자나 교육자/ 목회자 자녀가 아니었다면 경찰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방송을 보면서 제일 화가 난것은 아이를 학대한 그 정신 나간 가해자 부부는 둘째 치더라도, 정인이를 살릴 수 있는 기회는 너무 많았습니다. 경찰이 자신의 소임을 제대로 했었어도, 양부모의 단골 의사가 진료 소견을 정직하게만 써주었어도, 입양복지관에서 입양이후 아동을 조금더 면밀히 살펴만 보았어도 충분히 아이는 살릴수 있었습니다. 이 상식을 벗어난 판단과 결정들 때문에 허무하게 아이를 고통 속에 살게 하고 떠나보낸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인이는 죽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방송을 보면서 정인이가 사망하기 하루 전 CCTV에서 하루 종일 선생님에게 안겨있는 정인이의 모습이 나옵니다. 이미 췌장이 파열되어 먹지도 못하고 울지도 않는 정인이는 힘없이 그렇게 선생님 품 안에만 안겨 있었습니다. ( 선생님들은 이미 아동학대 신고를 2번 했으나 내사종결이 되고, 오히려 양부모와 사이만 어색해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가 집에 갈때 아빠에게 꼭 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전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인이가 마치 원숭이 애착 실험에 나온 아기 원숭이 같아 보였습니다. 어미와 떨어져 철사로 만든 엄마와 천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 우리에 갇힌 원숭이는 젓 먹을 때만 철사 원숭이에게 가고 나머지 시간은 천 원숭이 엄마에게만 있습니다. 따뜻함을 느낄 곳이 거기밖에 없었으니까요. 입양을 간 부모도 세상도 정인이에겐 차가운 철사 원숭이었던 것입니다. 그나마 위로를 받아던 곳이 어린이집 선생님 품이였던 것 같아요.

이미 정인이가 떠나고 난 후에 이런 일들이 이슈가 되어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같지만, 그래도 다음에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 외양간은 꼭 고쳐야 합니다. 두번 다시  이렇게 아까운 생명을 이렇게 보내진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겉모습만 보고 부정적이든 긍정적으로든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실수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 학벌이 높아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우리의 편견만 아니였어도 정인이는 살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아동학대나 범죄에 대해선 그 무엇보다 아이의 안전과 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꼭 고칠게!

 

관련글

아동학대관리, 정말 이대로는 안됩니다

뉴스를 검색하다 너무 마음 아픈 뉴스를 보았습니다. 정인(가명)이라는 영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끝내 사망했다고 합니다. 응급학과 의사가 기겁할 정도로 복부에 장출혈로 인한 피가 가득하고

artistherapy.tistory.com

(심리상담/인간관계) 방관한죄는 생각보다 무겁다

얼마전에 끝난 '사이코지마 괜찮아'라는 드라마 15회에 중심적으로 나오는 주제가 있었다. 알고도 묵인한 죄, 방관.. 정신병원에 장기 입원한 전직 무당은 알고보니 아동학대의 피해자 였다. 엄

artistherapy.tistory.com

(부모자녀교육/정인이법) 체벌없이 건강한 훈육이 되려면

 이제 곧 가정에서 체벌이 금지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많은 부모들이 말 안 듣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해야 하나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체벌은 사라지지만 언어폭력이나 다른 식

artistherapy.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