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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부모자녀

(미국생활/ 아동학대에 대한 다른 시각) 부모자격증, 있어야 할까요 ? 없어도 될까요?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1. 6.

 

 

 

 

 

 

 

미국에 20년 넘게 살면서 세 아이의 엄마로 또 학대 의무 신고자로서 바라보는, 정인이 사건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정인이가 미국으로 입양되었더라면 절대로 그렇게 사망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제 경험으로 본다면,  한국 문화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부모의 역할과 자녀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아동학대 보호과 사후처리는 개선되기 힘들 것입니다. 계속 정인이 사건을 기사로 접하면서 경찰들과 아동학대 방지 공무원들의 하소연도 이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찰들이 그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동학대 신고로 분리 보호조치를 하고 난 후에 친부모로부터 항의와 고소가 빗발친다고 했습니다. 이런 행정처리를 하는 경찰들을 보호해 주는 법적 조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한국문화는 부모 자식관계는 천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제삼자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습니다. “ 네가 뭔데 우리 집에 간섭이냐?” 하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사회의 정서도  누가 뭐라 해도 자식은 부모가 제일 잘 키운다는 전제가 깔려있고 부모들도 내 새끼, 내소유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때려도 굶겨도 내가 키운다는 부모들이 많지요. 이런 이유로 자녀와 동반 자살하는 가족들이 많이 생기는 것입니다. 내가 죽고 나면 돌봐 줄 사람이 없다면서요.

 

그러나 미국이 강력한 아동보호법이 잘 지켜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은 아동도 국가에 소속된 재산 (?) 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부모가 이 아이를 키울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친권은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를 한 번도 볼 수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부모가 경찰이나 아동보호기관에 가서 따지거나 난리를 칠 수가 없습니다. 부모는 그냥 법적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신세입니다.

 

 

 

 

 

 

 

 

물론 이렇게 강력하게 조치를 해도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거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할 사람들은 몰래 다 하기도 하고 또한 막강한 국가 권력으로 인해 가족들이 어이 없게 찢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사실 부작용도 있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강력한 조치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조심을 하는 편입니다. 이웃이 신고를 해도 학교 선생님이나 누가 신고를 해도 사실 부모는 불평을 하거나 따지고 들 수 없습니다. 

 

미국은 아동보호서비스로 24시간 언제나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의 48시간 안에 사회복지사와 경찰이 출동합니다.  학대의 증거가 확실해야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정황만 포착한다면 저 같은 신고의무자들은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습니다. 조사하고 증거를 찾는 것은 사회복지사와 경찰의 의무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들의 판단에 따라 가볍게 경고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부모교육 의무시간을 이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바로 분리해서 심층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일로 만난 한국 부모도 아버지가 훈육을 이유로 아이에게 체벌을 가했고, 그 정도가 심했는지 1년 동안 아버지는 가족과 함께 살 수 없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법원에 가서 다시 판결을 받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사회복지사는  한국과 다르게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가족을 조사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국가가 부모의 자격을 판단할수 있다고 결정적으로 느낀 것은, 제가 첫아이를 낳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입니다. 벌써 한 17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 저희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저소득층 가족들이 이용하는 병원에서 큰딸을 낳고 2인실로 옮겼습니다. 정말  “출산 대환장 파티”를 하고 지칠 대로 지친 저는 밤에 잠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던 순간 옆칸에 산모가 흐느끼며 우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옆칸의 산모는 18살 어린 소녀였습니다. 집을 나와 동거를 하다  아이를 가졌는데 남자 친구가 마약을 판매하고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해 남자 친구를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은 미혼모 센터에 있다가 병원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 이 이야기를 옆칸에서 듣고 미국에 온 지 고작 3년밖에 되지 않았던 저는, 엄청난 문화충격을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와 역시 미국! 스케일이 다르다” 하며요. ) 그리고 울면서 타주에 있는 자신의 아빠에게 전화를 해 "아이를 빼앗길 수 있다"며 하소연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부모도 이혼해서 따로 살고 있었습니다. ) 

 

저는 너무 지치고 힘든 하루였는데 옆 산모의 이야기까지 듣고 너무  심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곤 다음날 바로 사회복지사가 방문해서 산모와 심층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이 어린 산모가 아이를 키울 자격이 되는지 판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산모는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직업도 없이 남자 친구와 동거를 하다가 아이를 가졌으니, 당연히 경제적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또 아이의 생부는 지금 감옥에 가 있는 상태이니 그는 당연히 친부 자격을 박탈당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이 상태이면 아이를 빼앗길 수 있다며 혹시 너를 도와줄 보증인을 찾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때 그 산모가  자신의 엄마가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산모의 엄마가 와서  보증인 자격 인터뷰를  하는 것을 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그때 저소득층으로 신청을 하고 무료로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한달 뒤 집으로 간호사가 방문조사를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키울만한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이 되는지 조사를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여기는 정말 무서운 곳이구나 하며요. 그래서 사실 한국이나 동양문화권에서 온 이민가족들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까지 다르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렇게 강경한 아동학대 방지와 보호를 하는 이유는 한 사람의 생명이 국력이고 국가 자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집안 문제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부모 자격을 국가에서 판단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이 100% 다 맞고 한국이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너무 강력한 학대조항때문에 개인적으로 세 아이들 키우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잠깐 집 앞 마켓을 가려고 해도  세아이를 모두 데리고 나가야 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에게 소리치는 것도 할 수 없었고, 특히 아이 셋 모두 타고난 몽고반점을 병원 갈 때마다 설명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혹시 학교 일기에 "엄마 아빠가 싸웠다. 그래서 너무 무서웠다.  혹은 나에게 소리 질렸다."등등의 일기라도 쓸까 봐 제 성질을 죽여야 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어떤 제도이던 문제는 있고 부작용은 항상 발생합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 우리 집안 문제에 왜 간섭이냐? 내 자식은 내가 알아서 키운다”라는 이런 안일한 생각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인이 사건으로 ‘부모자격증" 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부모도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사실 좋은 부모가 될 만큼 모든 경제적 조건이나 아동발달에 대한 전반적 이해나 인내심과 사랑이 충만한 채로 부모가 되는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사실 저도  첫아이 때 돌아보면  한참 모자라고 부족한 엄마였습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좌충우돌하며 같이 컸습니다. 그래서 또 부모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부족하고 모자라도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고 성장해야 하는 마음가짐은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은 누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자녀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미국처럼 강력한 국가 권력이 발휘되기는 힘들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정인이의 양부모처럼 이렇게 비상식적인 사람들에게까지 부모 자격을 줘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이것만 바로 잡을수 있어도 정인이 처럼 어이없는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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