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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인간관계

(상처/트라우마 회복/공감) 잊으라 하지 말아요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2. 23.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관계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하는 위로가 “ 그냥 잊어라, 다 지나간 일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 마음에 깊숙이 박힌 상처와 트라우마는 잊으라 한다고 잊히지 않습니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긴 하지만, 신기한 것은 상처와 아픔은 때론 화석처럼 선명하게 우리 마음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두렵고 아프고 무섭고 부끄러운 그 순간 우리의 뇌는 그 장면은 더 많이 저장합니다. 왜냐하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아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실수를 했거나, 큰 사고를 겪은 분들이 그때의 장면이 그 어떤 기억보다 선명하고 자세히 남는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때 뇌가 평소보다 이미지를 많이 찍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트라우마나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 여유가 없기도 합니다. 이미 자신의 뇌에 이렇게 각인된 이미지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정신질환이 생기기도 하지요.

 

감정표현이 서툰 우리 문화에선 이 복잡한 마음과 감정을 다들 그냥 잊어보려고 술을 많이 찾는 거 같습니다. 어쨌든 술을 먹는 그 순간 만큼은 그 고통스럽고 복잡한 감정을 잊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술이 깨고 나면 다시 괴롭히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또 술을 찾게 되고 그러면서 술에 중독이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합니다.

 

만 스물한 살...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한 어머니는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셨습니다. 무섭고 매서운 친정어머니와 아버지를 벗어나기 위해  도피성 결혼을 한 어머니는 친정부모님보다 더 별나고 무서운 시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상상하지 못한 혹독한 시집살이를 할머니 돌아가시지 전까지 하셨습니다. 머리채를 잡혀 동네방네 끌려다니기도 하시고, 온갖 모욕과 수모를 다 당하셨지만 남편인 아버지는 그냥 묵묵히 방관하셨습니다. 아니 끝까지 할머니 편이시지요. 그래서 그게 어머니에게 상처가 되고 트라우마로 남으셨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TV 드라마에 고부갈등 장면만 나와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마음속에 화 덩어리가 솟구치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아버지가 미워 죽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그냥 잊어라 돌아가신지 20년이 더 된 양반을 욕해서 뭐하느냐 "하십니다. 마치 그 말이 겉으로는 맞아 보이지만, 그러나 이런 말이 어머니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말은 오히려 어머니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어머니의 상처나 트라우마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런 감정적 거부와 외면은 상처와 아픔을 더 깊은 곳으로 가게 만듭니다. 

 

 

 

 

 

 

 

 

트라우마나 상처 회복의 첫 번째 단계는 내 마음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실 인생에서 엄청난 트라우마, 전쟁, 학대, 폭행 혹은 대형 사고에 연루된 경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마음을 여는 것 자체가 다시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이런 심각한 트라우마의 경우엔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   그 다음은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공감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가 되고 화석처럼 굳은 마음이 되어 버린 것은 내 마음을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니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 그 사람”이 전혀 내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해 주지 않기 때문이지요. 

 

어머니가 3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상처가 회복되지 못한 것은 평생 남의 편이었던 아버지의 이해나 공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자식이나 주변인들의 어떤 공감이나 고생했다는 말보다도, 그 당시 함께 살면서 남편으로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던,  아버지의 진정한 사과와 공감을 받고 싶으신 것입니다. 이제라도 시어머니의 편이 아닌 나의 편이 되어달라는 말이기도 한 것입니다.   만약에 아버지가 그래.. 나 만나서 당신 너무 고생했다. 별난 어머니 모시고 사느라 네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 미안하다  나 같은 사람 만나서  젊은 시절 고생만 하고 내가 정말 미안하다”라고 어머니의 마음을 읽어줬더라면 어머니의 상처는 이렇게 오래도록 어머니를 괴롭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공감능력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어머니를 자식들을 이렇게 오래도록 외롭게는 하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가족 안에서 트라우마가 유난히 더 힘들고 복잡합니다. 

 

혹시 잊고 싶은데 잊지  못하는 상처나 트라우마 때문에 힘드신가요? 아니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나요?  억지로 잊으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그리고 함부로 잊으라 권하지도 마세요. 그런다고  잊히고 사라졌다면 그건 상처가 아녔겠죠. 그냥 그대로의 내 마음을.. 상대의 마음을.. 인정하세요. “ 그때 많이 아팠구나. 힘들었구나 참 외로웠구나..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되고 화내고 싶으면 화 내도 돼” 그렇게 오히려 감정의 소용돌이를 깊숙이 같이 들여다보는 것이 회복의 시작입니다. 힘들었던 것만큼 울고 그 감정들을 세세히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잠잠해집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나면 흉터는 남아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순간이 옵니다. 그때 온전한 회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함부로  나에게도 남에게도 잊으라 하지 말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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