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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인간관계

(심리상담/ 정신질환/ PTSD)전쟁 트라우마에 관해서…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2. 20.

 

 

 

 

 

 

 

 

 

지금은 예전만큼 물리적인 긴장  상태나 큰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는 줄어든 것 같습니다. (사실 세계적으로 본다면 북한과 마주한 한국이 좀 위험한 상태이긴 하지만요 ^^) 그래서 부모 이후의 세대나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전쟁의 불안이나 참혹함에 대해서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국가 간의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시 평화로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쟁을 경험했던  세대들은 그 마음속에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이나 광주사태같은 내전을 겪은 분들에겐 심리적 트라우마가 남아 있고,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은 경우 개인의 삶과 주변인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사실 그분들에겐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지금 우리 한국이 어른 세대와 젊은이들이  극명하게 나뉘는 이유 중에 하나도, 전쟁을 겪은 어른들의 불안함과 공포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지금의 정치 모습이 다시 6.25가  곧 일어날 것 같은 불안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전쟁을 모르는 저희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걱정이고 불안이라 생각하지만, 전쟁을 겪은 그분들에겐  저희가 느끼는 안정감이나 신뢰가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트라우마의 형태이죠.

 

사회적으로도 이런 문제가 있지만 사실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보면 트라우마는 훨씬 더 심각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전쟁 참전용사나 심한 고문이나 학대를 받은 사람들이 심각한 정신질환이나 인간관계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잊어버리려고 술이나 마약을 하게 됩니다. 꼭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에 빠지지 않더라도,  트라우마를 겪은 많은 사람들은 생존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공감능력이 떨어집니다. 죽음과 고통 공포에서 살아 나온 사람들의 경우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누군가를 죽이기도 했고 때리기도 했고 극한의 공포나 아픔을 참아야 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갑자기 평화가 찾아온다고 해서 평화를 누리거나 마음이 다시 말랑말랑 해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몇년전 인기 드라마였던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송중기) 캐릭터는 정말 말이 안돼 보였습니다. 국가의 부름에 언제나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가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또 자신도 누군가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상으로 돌아오며 너무나 유쾌하고 따뜻한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신상태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이코 패스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러나 그때 많은 여성들이 유시진에게 열광했고 그런 대중의 모습에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통은 이런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가족의 일원이거나 혹은 부모가 될경우 가정생활은 정말 힘들어집니다. 특별히 부모가 이런 경우 제대로 된 양육이나 보살핌은 불가능합니다. 알코올 중독이나 다른 정신질환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생존에 익숙한  삶의 태도를 가진 그분들에게 사랑이나 공감 그리고 애정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것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과는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기고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1950년대를 전 후반으로 태어난 많은 어른들은 쉽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그분들 중에 혹 운이 좋아 교육을 많이 받았거나  부유했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전시 이후 황폐해진 한국땅에 그런 호사를 누린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을 것입니다.

 

그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고자 했던 어른들  열심 덕분에 사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트라우마적인 생존전략이 제대로 먹혔고 덕분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또 그 덕분에 지금 사실 많은 부작용도 있지요. 남들보다 빨리  남들보다 먼저가야 한다는 경쟁심이나 성실함 때문에  풍요는 누리게 되었지만 그 물질적 풍요가 꼭 전부인 것처럼 사회를 흘러가게 했습니다. 

 

심리학에선  한사람의 성격과 마음을 알기 위해 3대를 살펴봐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개인의 고유의 성격은 부모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고, 또 그 부모는 조부모의 강력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릴 적 어머니가 늘 한탄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동네에서 노래도 잘 부르고 너무 잘생기셨던 외할아버지가 술만 드시지 않으셨어도 우리가 조금은 편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릴 땐 그냥 왜 술을 못 끊으셨을까 생각을 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외할아버지는 PTSD를 심하게 앓으셨습니다. 19살 어린 나이에 전쟁에 끌려가 총탄이 쏟아지는 곳에서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죽은 시체를 넘어오고, 또 자신도 총에 맞는 경험을 하셨던 할아버지는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으셨던 것입니다. 그 당시 한국전쟁 용사들에 대한 예후 관리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런 남편을 데리고 사셨던 외할머니는 아이 셋을 데리고 살아남기 위해 정말 독해지고 악에 받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그 세 아이 모두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삶만 그랬을까요? 아버지의 부모님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가랑촌이란 곳에서 사셨습니다. 그러나 할머니 말씀에 전쟁이 터지고 본인들도 먹을 것이 없던 가난한 시절에, 한 날을 북한군이 마을을 점령해 먹을 것을 다 빼앗기고 또 다음날은 남한군이 들이닥쳐 있는 데로 식량을 빼앗겼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날 북한군이 쳐들어와 그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이기고 작정하고  땅을 파고 동네 주민들을 거기다 몰아 넣고 총구를 겨누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큰아버지와 아버지를 치마폭에 감싸 안고 이제 죽겠구나 했을 때 연합군이 와서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무서운 일과 지독한 가난을 겪은 아버지의 어린 시절 또한 불행하고 아프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두 분이 만나서 결혼을 하셨으니 가정생활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어떤 면에서 전쟁은 휴전으로 끝났지만 저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전쟁과 가난의 상처는 그분들의 삶을 송두리채  잠식했고 저와 오빠도 함께 영향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 그냥 우리 엄마 아빠는 왜 그럴까?라는 단순한 의문이 들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정신질환과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퍼즐처럼 맞춰지는 그분들의 이해 할수 없었던 행동과 심리가 이해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 개인적으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전쟁과 가난 같은 큰 그림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을 전혀 경험하지 않았던 저였지만 저는 그 그늘에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작은 땅덩어리에 유독 전쟁의  다른 나라의 침략과 전쟁이 많았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안에 불안에 대한 공포가 다른 어느나라 국민보다 높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들 " 안정적인 직장과 직업" 그리고 " 안정적인 삶"에 대한 열망이  이렇게 높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이런  한국의 국민성에 대한 연구나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나를 이해하기 위해 또 우리 부모님을 이해하기 위해  부모의 어린시절, 한국전쟁당시 우리 조부모의 삶도 살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 하루입니다. 아마 그 전쟁 트라우마의 그림자의 영향을 받으신 분들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과거를 바꿀수는 없어도 과거를 알면 현재를 더 잘이해하고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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