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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부모자녀

(부모자녀교육/기질/성격) 까불이, 답답이, 공주님키우기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9. 27.

 

 

 

 

 

 

 

까불이, 답답이, 공주님, 저희 집 세 아이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늘 긍정적이고 밝은 큰 딸은 먹는 것과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까불이입니다. 일단 큰 딸이 있으면 온 집이 시끄럽습니다. 에너지와 수다가 넘치는 아이거든요. 그리고 둘째는 정말 두 딸들에겐 한 번도 가르쳐 본 적이 없는 양말 신기, 신발 신기, 옷 입고 단추 잠그는 것, 셔츠 앞뒤 구분하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가르쳐줘야 하는 아이입니다. 거기다 하나 하나 배우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는 답답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막내! 애교 많고 밖에 나가 친구랑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이지만, 자신의 몸에 걸치는 것과 먹는 것에 모두 까다롭기 그지없는 우리 집 공주님입니다. 아이를 셋이나 키웠지만 뒤로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느낀 것은 우리 공주님의 까탈스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다 한 뱃 속으로 낳았지만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다른지요. 이렇듯 아이들에겐 타고난 기질이 있습니다. 인간 기질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토마스와 체스 Thomas & Chess는 만 2-3세 전의 유아들의 기질을 ‘쉬운(easy) 아이’, ‘까다로운(difficult) 아이’, ‘느린(slow to warm up) 아이’로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의 생활패턴, 사회성, 새로운 환경의 변화, 그리고 감각 등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구분한 것입니다. 아이들에 따라  두 기질이 좀 섞여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쉬운 아이>

한마디로 땡 잡으신 거죠. 어른들이 보통 말하는 순한 아이입니다. 규칙적으로 잘 자고, 잘 먹고, 새로운 환경에도 금방 적응하고, 낯도 심하게 가리지 않는 아이입니다. 보통 한 40% 정도가 여기에 속합니다. 저희 큰 딸이 전형적으로 쉬운 아이였습니다.  아이가 어딜 가도 어디에 있어도 별걱정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육아가 쉽진 않았습니다. 저에겐 첫 딸이고 첫 경험이라,  저 나름대로는 서툴러서 많이 힘들었고 아이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순한 기질 아이의 경우에 조심할 점은, 아이가 보통 알아서 잘하기 때문에 부모가 오히려 무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둘 이상이거나 부모가 모두 일할 경우, 이 아이는 다 알아서 한다고 그냥 내버려 둘 수 있지만, 사실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 아이도 가정에서 소외되지 않게 느끼게 해 주시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느린 아이>

보통 신생아일 때는 쉬운 아이와 큰 차이가 보이지 않으나 아이가 새로운 사람을 대할 때나 환경을 바뀌는 것을 싫어하고, 엄마와 떨어지려 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 아이들은 부모의 인내가 정말 많~~~ 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환경을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가거나 학교에 들어갈 때 특별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스스로 하기보다 부모가 다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너무 부모에게 의존적이 되거나 자신감이 없는 아이로 클 수 있습니다. 때문에 훈육과 양육에 지혜가 많이 필요합니다. 

 

저희  둘째 아들이 대표적인 느린 아이와 까다로운 아이가 약간 섞인 기질입니다. 사람이든, 음식이든, 옷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새롭게 적응하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애기였을때 기저귀를 바꿔주거나 목욕을 시킬 때마다 정말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그러나 기저귀를 다 채우고 옷을 입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그 잠깐의 환경변화도 받아들이기 싫었던 것이지요. 언어 발달, 사회성, 모든 것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느렸습니다. 

 

이런 아들을 데리고 만 두 살때쯤 한국을 갔다가 정말 혼을 쏙 빼고 들어온 기억이 있습니다. 친청에 한 달 가까이 있도록 아무에게도 가지 않고 저만 졸졸 따라다녀서, 정말 혹 아닌 혹을 달고 다니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나름 몇 년 만에 친정에 쉬러 간 거였는데, 정말 엄마 집에서 화장실도 못 가게 울었던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오랜만에 왔다고 방문한 친척과 친구들을 우리 아들 때문에 제대로 인사도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러지 않습니다. ^^  그러나 지금도 매년 학년이 바뀌거나 환경이 바뀌면 싫어합니다. 그리고 매 학년 수업을 따라가거나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적응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습니다. 아들 덕분에 정말 제 인내심이 어마 어마하게 자랐습니다. 

 

이런 느린 기질의 아이들 경우 적정한 자극과 격려, 그리고 인내심으로 무장하고 대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아이들은 자폐나, 지능장애, 언어장애를 가진 아이들과는 다릅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이 아이들은 계속 발달하고 적정 수준까지 도달합니다. 그러나 위의 장애를 가진 경우는 어떤 연령 수준에서 멈춥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기질이 느린 것인지 발달에 장애가 있는 것인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아이의 발달 수준이 다른 아이와 2-3년 이상 차이가 난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까다로운 아이>

안타깝지만 큰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이 아이들은 감각이 예민하고 신체리듬이 불규칙해서 자신도 힘들고 키우는 부모도 힘들 수밖에 없는 아이입니다. 아이가 커서 싫고 좋음의 표현이 명확해 지기 전까지 애기 땐 울거나 징징거리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잘 칭얼거리고 짜증이 심해 부모가 다루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 예민하기 때문에 이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저희 막내딸은 쉬운 아이와 까다로운 아이가 반반 정도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자고 잘 먹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문제가 없었는데 피부와 소리에 너무 예민해서 애를 먹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지금 만 7살이 다되어 가지만 저희 딸은 몸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레깅스 말고 스타킹, 청바지, 면바지 등을 입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다 거부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막내딸 옷은 디자인보다는 항상 재질이 중요해서 인터넷으로 옷을 살 수가 없습니다. 정말 양말부터 하나 하나 다 만져봐야 하거든요.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공주 옷이라도 뭔가가 불편하면 절대로 입지 않습니다. 원래 공주옷에 까슬까슬한 옷감이 많잖아요. ㅜㅜ 아마 그렇게 피부가 예민해 기저귀를 금방 뗀 것 같아요. 두 돌이 되기 전에 한번 재미 삼아  팬티를 입혀봤는데 그 뒤로 기저귀를 거부했습니다. 아마 촉감이 팬티가 훨씬 좋아서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엔 생글생글 애교도 잘 부리고 뭐든 똑 부러지게 잘하는  막내딸인데 아침마다 옷 갈아입는 것이 전쟁이었습니다. 그날 그녀의 컨디션이 별로이면,  잘 입던 옷들도 다 퇴짜를 맞거든요. 그러면 정말 등짝을 한대 후려치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던 적이 많습니다. 그리곤 한마디 하죠” 막내로 태어난걸 복이라고 생각해, 너 첫째로 태어났으면 엄마한테 많이 맞았다~” 그러나 이렇게 촉감이 예민한 아이를 등짝이라도 후려쳤으면 정말 충격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다른 아이보다 훨씬 더 아프게 느낄 테니까요.

 

저희 딸은 촉감이 예민했지만 어떤 아이들은 소리일 수도 있고 후각, 시각, 미각일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여러 가지 섞여 있는 경우도 있고요. 따라서 이런 아이들의 경우는 부모가 어릴 때부터 예민하게 관찰하고 아이에게 맞는 것을 찾아주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도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따라서 부모님의 인내와 섬세하지만 일관적인 훈육이 많이 필요합니다. 

 

저도 둘째를 낳고 셋째를 낳을 때, 이제  육아 경험이 많으니 잘하겠지 라고 했지만 늘 제 예상과는 다른 기질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우왕좌왕한 적이 많았습니다. 똑같은 부모에 비슷한 환경에 자랐음에도 큰애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수다가 많다고 선생님의 경고를 자주 듣고, 또 둘째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선생님의 걱정 소리를 계속 들었습니다. 지금 막내는 뭐든 잘한다며 칭찬을 듣지요. 제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은 비슷한데 말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너무 잘 나간다고 그게  부모의 자랑이 될 수 없고, 또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하지 못한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인정하고 환경과 사회에 자기 나름대로 잘 적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론 그것이 부모의 기대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성장하니까요.

 

그러나 부모가 아이들의 기질을 바꾸려고 하면 아이는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잘 맞는 아이만 편애하면 다른 아이는 상처를 받습니다.  꼭 티를 내고 편애를 하진 않더라도 부모의 눈빛과 말투, 비교 등에서도  아이들은 다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어떠한 기질이든 그 아이가 우리 가정에서 온전히 수용되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부모가 생각한 기질과 다르고  또 다루기가 쉽지 않더라도 기다리고 참아주고 지지해주는 쪽은 어른인 부모이지 아이가 아니거든요. 이렇게 아이를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수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가 되면 어른이 된다고 하는 것 아닐까요? 저를  포함하여 모든 부모님들, 힘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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