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드라마/응답하라 1988)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0. 27.

 

 

 

 

 

 

 

 

 

 

요즘 둘째 아들이 “ 응답하라 1988”에 빠졌습니다.   저는 방영할 당시  이미 다 보았지만 다시 재방송으로 보아도 재미있더라고요.  아들은 거기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 한국 할머니랑 할아버지 처럼 말한다”라고 합니다. 제 고향이 부산이라 부모님과 친척들이 다 사투리를 쓰시니까요. 사투리가 심한 대사를 어떨게 다 이해할까 싶었는데, 영어자막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으며 좋아합니다. 아들은 거기 나오는 드라마의 몸개그 코드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보면 볼수록 정봉이와 저희 아들이 겹쳐보여 혼자 웃었습니다. ^^

 

처음 방영할 당시엔 덕선이 남편찾느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나라면 과연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을까? 하면서요.  물론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에서 살고 싶은 가정은 다르겠지만 저는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았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다가 복권으로 벼락부자가 된 정환이네, 다정한 남편과 반에서 1-2등을 하는 둘째 아들이 있지만 선천적인 심장병에 앓고 있고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큰아들 정봉이가 있죠.

 

남편은 은행원에 건강한 아이셋을 둔 덕선이네. 너무 잘나서 자랑스럽지만 안하무인 성격의 첫째 딸과  공부 빼고 다 잘하는 둘째 딸과 아들이 있습니다.  아내에겐 무뚝뚝하나 다른 사람들에겐 한없이 맘 좋은 남편은 결국 친구  빚보증으로 월급이 차압당한 상태라 매일 돈 때문에 싸우죠.

 

흠잡을것 없이 착하고 똑똑한 모범생 아들과 귀여운 진주가 있는 선우네. 그러나  2년 전에 남편을 여의고 남편의 연금으로 겨우겨우 생활하고 있고 몰상식한 시어머니에게 여전히 험한 소릴듣습니다.

 

아들이 어릴 때 아내를 잃고 홀로 천재 바둑기사 된  아들을 뒷바라지하느라  TV 하나 제대로 크게 틀어놓지 못하는 절간 같은 택이네.

 

그리고 학교 선생님인 남편과 그 당시에 아들을 넷을 키우는 워킹맘 동룡이네.

 

제가 아이들이라면 아마 당연히 정환이네가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선 그 어느 집도 만만치 않아 보였어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약한 아들을 키우는 것도, 남들에게 빚보증 서주는 헤픈 남편 뒤치닥거리하는 것도,  독한 시어머니 상대하며 그 당시 여자 혼자 아이 둘키우는것도,  그리고 남자 혼자서 예민한 아들 키우는 것도,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아들 넷을 키우는 것도 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니까 모든 가정은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현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선우 엄마가 시어머니의 담보로 집이 넘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선우 엄마가  “형님! 나만 이렇게 힘드나? 나한테만 와이라는데..”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사실 때론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만 구질구질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모든 가정의 뚜껑을 열고 보면 힘들지 않은 가정이 없고 아프지 않는 인생은 없었습니다. 정말 살면 살수록 많이 느낍니다. 내가 그토록 바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한없이 부러워 보이지만,  때론 내가 가지고 있는 ‘ 이 사소한’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거든요. 예전에 김미경 강사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각자 인생에 가지고 있는 복의 양은 같다고요. 다만 그 모양이 제각각일 뿐. 그러니 쫄필요도 없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예전에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어릴 때 속섞이는 놈은 커서 잘되고, 어릴때 말 잘 듣던 놈이 커서 " 지랄"을 할 때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분 말씀은 그러니 아이들이 너무 잘 나간다고 자랑할 것도 없고, 또 못한다고 속상해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그 총량은 다 비슷하다고요. 그 말이 요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진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도 "그 총량의 법칙" 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일찌찾아 오던지 후에 찾아오던지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드라마에서도 각각의 가정이 때론 너무 힘들고 벅차 보일 때도 있었지만, 또 각각 그 가정 나름대로 기쁨도 소소한 행복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더하고 빼고 보니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네 인생도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복 즐거워하고 감사하는 것이 남는 장사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차피 다 비슷비슷하게 가졌으니 말이죠. 


관련글

 

(추천다큐: 다큐 인사이드 ) 바이러스 전쟁: 코로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뿐

어제 남편과 함께 몇 개월 전에 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다큐를 보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온 세계가 멈춰버린 것 같은 지금, 온 나라가 백신과 코로나 종식에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그리

artistherapy.tistory.com

(넷플릭스 다큐/ The Staircase) 계단: 아내가 죽었다.

남편도 저도 범죄/심리물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보통 그런 류의 드라마나 다큐가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 The Staircase'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

artistherapy.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