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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부부생활/소소한 일상) 우리부부가 사는 법 2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9. 6.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니  장례식에 화한 하나도 안 해줄 거야!”

 COSTCO(미국 대형 할인마트)에서 꽃다발을 한 아름 사 오면서 남편이 하는 말입니다. 남편이 이런 냉정한 (?) 말을 하는데는 사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몇 년 전 탤런트 김자옥 씨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여전히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이  납골당 근처로 이사를 가서 매일 그녀를 만나러 가는 모습이 TV에 방영된 적이 있었습니다. 생전에 꽃을 좋아하던 아내를 생각해서 꽃다발도 자주 사서 말이죠.

 

그 모습을 보면서 남편분의 마음이 백분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죽은 다음에 저게 다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분은 평소에도 아내가 좋아하는 꽃을 항상 사다주셨을 것 같았지만요. 그러면서 갑자기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 나도 내가 좋아하는 꽃 죽기전에 많이 보고 죽을래. 죽고 나서 사다 주는 저 꽃이 무슨 소용이 있어?”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저는 꽃을 너무 좋아하지만, 저희 남편은 ‘먹지도 못하고’ 보관도 안되는, 며칠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꽃 같은 것에 돈을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전에는 꽃을 살 때마다  눈치가 많이 보였지요. 그러나 그 방송을 보고 나서 남편에게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습니다. “나 앞으로 한 달에 한 두번씩 꽃 살 거야! 나 말리지 마. 대신 나 죽고 나면 꽃 안 사줘도 돼. 나 죽고 나서 꽃 사들고 오지 말고 살아있을 때  많이 보게 해 줘!” 이 말에 약간 움찔한 남편은 알았다며 꼬리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눈치 보지 않고 맘 편하게 집안에 꽃꽂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어떤 곳보다 COSTCO에 무한 신뢰와 믿음이 두터운 남편은 COSTCO에서 꽃을 사다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꽃을 비싸게 살까 봐 미리 사 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꽃화분이나 나무가 있으면 그것도 냉큼 사 왔지요. 나무나 화분은 그냥 꽃보다 훨씬 오래갔으니까요. ^^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꽃 한 다발을 저에게 안겨주며, 남편이 저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 니 장례식에 진짜 꽃 한 개도 없을 거야.” 그래서 저도 그랬지요. “ 누가 뭐래? 근데 누가 먼저 죽을 줄 알고~”  그래도 “ 이제 그만하자. 돈 아깝다” 하지 않고 때마다 알아서 사 오는 게 고마울 뿐입니다. ^^ 역시 남자들에겐 변화구가 아니라 직구로 말해야 제대로 먹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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