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우리 딸이 태어난 지 벌써 17년 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네 덕분에 너무 행복했고
네 덕분에 너무 기뻤지
그러나 때론
힘들기도 괴롭기도 했다.
그건 너 때문이라기보다는
내 못난 자아때문이였지
그때 26살 엄마는 참 어렸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것도 참 많은
그리고 세상 모든 것 다 내 맘대로 하고 싶은
어린아이였어.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늘지 않는 영어 때문에 주눅 들고
내가 모르던 너의 아빠의 모습에 당황하고
누구한테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너에게 한없이 베푸는 게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엄마는 네가 너무 이쁘고 좋았지만
한번도 빛나보지 못했던 내 인생이라
너보다 내가 더 빛나고 싶었던 시절이었던 같아
엄마가 너무 어려서
엄마가 너무 몰라서
엄마가 너무 부족해서
너를 더 많이 품어주고
기다려주지 못한 거 미안해.
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훈육이란 이름으로
너를 함부로 대한 거
엄마 상처가 너로 인해 불거질 때마다
너에게 화풀이한 것도 너무 미안해
혹 엄마 때문에
너의 어린 시절이 외롭고 아팠다면
정말 미안해
언제든지 그런 일이 생각난다면
엄마에게 말하렴.
엄마는 백번이고 천 번이고 사과하고 싶다.
지금 내 나이 마흔이 넘어서고 나서야
이제 엄마는 진짜 엄마가 된 것 같아
지금에 와서야
엄마는 너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아
지금에 와서야
너를 품고 기다릴 수 있는 엄마가 된 것 같아.
그건 네 덕분이기도 해
너를 내 맘 데로 해보겠다며
씨름하며 울고불고하던 시간을 지나
내 안에 숨겨진 나의 상처를 발견하고
대면하고 치료하고…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너도 알다시피
엄마 참 많이 울고 괴로워했잖아
그래도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너무 잘한 일있은 것 같아..
되풀이되는 별것 아닌 일에 콕콕 마음이 쑤시고
불쑥불쑥 올라오던 화들이
요즘은 참 많이 줄었으니까..
딸아
엄마가 한 일이 100가지면 그중에 90가지는
잘못한 일만 생각이 나지만
그래도 엄마가 너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한일이 있어
그건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
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거야
너를 낳고
너의 동생들을 낳고도
엄마가 계속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친 것은
네가 나를 보고
후에 네가 어른이 되어
삶이 만만치 않고 주저 않고 싶을 때
그때 엄마를 생각하며 다시 일어나길 바래서야..
늦은 나이에 미국에 와서
안 되는 영어로..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엄마도
이렇게 미국에서 공부했는데라며
너에게 어떤 일이 닥쳐도
너를 포기하는 일은 없기를 하는 마음이었다는 거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17년 전 내 품 안에서 꼬물거리던 너는
이제 나보다 훨씬 큰 숙녀가 되었지만
엄마도 17년 전보다 내면으로 많이 자랐다.
고마워
나는 너에게 육신의 영양과 성장을
너는 나에게 내면의 성숙과 인내를 주었네..
앞으로 점점 더
너는 나의 도움이 필요 없어질 테지만
그래도 언제라도 지치고 힘들면
엄마를 찾아줘
엄마는 두 팔 벌려 너를 기다릴게
그리고
네가 앞으로 무엇을 하든
언제나 엄마가 첫 번째 지지자가 되어 줄게
사랑한다 우리 딸
관련글
'나의 이야기 >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생활/소소한 일상) 우리부부가 사는 법 2 (4) | 2020.09.06 |
---|---|
(부부생활/칭찬의힘) 우리 부부가 사는법 (2) | 2020.09.04 |
(육아/소소한일상) 엄마도 엄마가 필요해요 (0) | 2020.08.10 |
(심리상담/소소한 일상) 상처받은 어린아이, 엄마가 되고 치료사가 되다. (0) | 2020.07.22 |
(소소한일상/위로) 당신은 어떤 책입니까? (0) | 2020.07.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