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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일상/위로) 사랑하는 딸에게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8. 24.

 

 

 

 

 

 


사랑하는 딸에게

 

우리 딸이 태어난 지 벌써 17년 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네 덕분에 너무 행복했고

네 덕분에 너무 기뻤지

그러나 때론

힘들기도 괴롭기도 했다. 

그건 너 때문이라기보다는

내 못난 자아때문이였지

 

그때 26살 엄마는 참 어렸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것도 참 많은

 그리고 세상 모든 것 다 내 맘대로 하고 싶은

어린아이였어.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늘지 않는 영어 때문에 주눅 들고

내가 모르던 너의 아빠의 모습에 당황하고

누구한테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너에게 한없이 베푸는 게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엄마는 네가 너무 이쁘고 좋았지만

한번도 빛나보지 못했던 내 인생이라

너보다 내가 더 빛나고 싶었던 시절이었던 같아

 

엄마가 너무 어려서

엄마가 너무 몰라서

엄마가 너무 부족해서

너를 더 많이 품어주고

기다려주지 못한 거 미안해.

 

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훈육이란 이름으로

너를 함부로 대한 거

엄마 상처가 너로 인해 불거질 때마다

너에게 화풀이한 것도 너무 미안해

 

혹 엄마 때문에 

너의 어린 시절이 외롭고 아팠다면

정말 미안해

언제든지 그런 일이 생각난다면

엄마에게 말하렴.

엄마는 백번이고 천 번이고 사과하고 싶다. 

 

지금 내 나이 마흔이 넘어서고 나서야

이제 엄마는 진짜 엄마가 된 것 같아

지금에 와서야

엄마는 너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아

지금에 와서야

너를 품고 기다릴 수 있는 엄마가 된 것 같아. 

그건 네 덕분이기도 해

 

너를 내 맘 데로 해보겠다며

씨름하며 울고불고하던 시간을 지나

내 안에 숨겨진 나의 상처를 발견하고

대면하고 치료하고…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너도 알다시피

엄마 참 많이 울고 괴로워했잖아

 

그래도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너무 잘한 일있은 것 같아..

되풀이되는 별것 아닌 일에 콕콕 마음이 쑤시고 

불쑥불쑥 올라오던 화들이

요즘은 참 많이 줄었으니까..

 

딸아 

엄마가 한 일이 100가지면 그중에  90가지는 

잘못한 일만 생각이 나지만

그래도 엄마가 너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한일이 있어

그건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

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거야

 

너를 낳고

너의 동생들을 낳고도

엄마가 계속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친 것은

네가 나를 보고

후에 네가 어른이 되어

 삶이 만만치 않고 주저 않고 싶을 때

그때 엄마를 생각하며 다시 일어나길 바래서야..

 

늦은 나이에 미국에 와서

안 되는 영어로..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엄마도

이렇게 미국에서 공부했는데라며

너에게 어떤 일이 닥쳐도

너를 포기하는 일은 없기를 하는 마음이었다는 거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17년 전 내 품 안에서 꼬물거리던 너는

이제 나보다 훨씬 큰 숙녀가 되었지만

엄마도 17년 전보다 내면으로 많이 자랐다. 

고마워

나는 너에게 육신의 영양과 성장을 

너는 나에게 내면의 성숙과 인내를 주었네..

 

앞으로 점점 더

너는 나의 도움이 필요 없어질 테지만

그래도  언제라도 지치고 힘들면

엄마를 찾아줘

엄마는 두 팔 벌려 너를 기다릴게

 

그리고

네가 앞으로 무엇을 하든

언제나 엄마가 첫 번째 지지자가 되어 줄게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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