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부모자녀

( 부모자녀/ 대화의 기술 )말 안하는 아이의 마음문 열기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5. 8.

 

 

제 블로그 유입이 아직 참 미미하지만 글을 올린 날부터 거의 매일 조금씩 유입해서 들어오는 글이 있습니다. 바로 "말 안 하는 사람의 심리"입니다. 이 말은 우리 주변에 가족들이나 배우자가 말을 안 해서 답답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보통 불안이 높은 남성형 뇌를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보입니다. 감정표현이 서툴고 불안이 금방 차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용하다가 버럭 하거나 갑자기 분노를 폭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문화는 수다스럽고 감정표현이 풍부한 사람보다는 과묵하고 진중한 사람을 선호했으니까요.  침묵이 금이란 말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점잖고 조용한 사람을 선호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억누르는 법만 배웠지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치료 부부/자녀관계) 말 안하는 사람의 심리

많은 부부간의 문제나 자녀문제를 듣다 보면 자주 나오는 하소연중 하나가 배우자나 자녀가 말을 안 한다는 것이 많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남편이나 아들들이지만 아내와 딸 중에서도 말을

artistherapy.tistory.com

 

 

그러나 사실 이런 감정을 억압하고 특히 화나 억울함을 억누르는 습관은 정신건강에 정말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학교나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을 많이 연습하는 것도 보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억압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잘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언어나 청력에 문제가 없음에도 말이죠. 특별히 분명 속상하거나 화난 일이 있는 것 같은데도 절대 입을 열지 않거나 눈물만 뚝뚝 흘리는 아이들이 사실 꽤 많습니다.  솔직히 저도 어릴 때 이런 아이에 속했습니다.

 

특별히 가정에 큰 문제가 있지 않은경우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내향적이고 수줍음이 많으며 불안이 높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말을 했을 때 일어날 불상사가 두렵기도 하고 또 때로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이 금방 정리가 되지 않아 말을 하는데 한참 걸립니다. 더 나아가 이미 감정이 너무 차올라서 눈물만 흘리거나 흐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따라서 이런 아이들을 보고 있는 부모는 정말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속이 터지는 것입니다. 

 

저희 둘째가 이 부류에 속합니다. 그나마 집에서 말을 하는 아이가 학교에 가선 거의 선택적 함구증이 있을 정도로 말을 하지 않는 아이인데, 혹여 무슨 일이 있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아예 입도 뻥긋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장선생님 이나 담임선생님이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학교에서 아이들과 무슨 일이 생기면 말을 하지 않는 둘째가 옴팍 뒤집어쓰고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찬찬히 물어보면 억울한 일이 많아서 학교에 가서 해명을 해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녔습니다. 그래서 전 둘째 아들에게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수다스러운 큰딸과 막내딸은 무슨일만 있어도 쪼르르 달려와  미주왈 고주왈 다 일러바치는데, 둘째는 무슨 일이 있으면 오히려 더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려 참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서 저 말고도 아마 이런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이 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일수록 부모들이 어려서부터 감정 표현하고 대화하는 기술을 먼저 가르쳐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의 첫번째 자세는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입을 꾹 다물어도 혹은 눈물만 뚝뚝 흘려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랬지만 부모가 오히려 더 호들갑을 떨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이 아이들은 더 당황하고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감정은 읽어주되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 지금 화나서 말하기 싫구나.. 혹은 속상한 일 있어나 보내..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그리고 진정되면 이야기하자"라는 식으로 엄마 아빠는 너의 감정과 이야기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일단 아이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강요하거나 윽박지르지 않습니다.  말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 아이를 보면 사실 제일 답답한 것은 부모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인지 당장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보통 이런 아이들은 감정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따라서 이렇게 다그치기보다는 "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구나, 근데 엄마/ 아빠는 왜 그런지 꼭 알고 싶다. 그러니 네가 준비되면 알려줘"라든지 너무 우는 아이에겐  "울음이 그치고 진정이 되면 그때 이야기하자. 네가 준비되면 말해"라고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야 합니다.  저희 둘째 같은 경우는 이 과정이 2-3일씩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번째는 사건의 경중을 부모가 판단하거나 결정 내리지 않습니다. 보통 사실 아이들이 화가 난 경우나 우는 일중에 어른들이 보기에 큰 사건은 별로 없습니다. 다 사소한 일입니다. 따라서 보통은 " 별일 아닌 걸로 난리야. 난 또 무슨 일이라고. 넌 그까지 것으로 우냐"라고 미리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 엄마/아빠는 내 맘을 몰라준다"라는 생각이 들어가고 그러면 아이는 나중에 더 입을 열지 않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괜히 말했다. 다음에 말하나 봐라"라는 마음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아이의 이야기를 반드시 "경청"해주고 그냥 "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속상했구나. 화날만도 했네"라는 정도로  부모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연령대가 좀 큰 아이들의 경우 학교문제나 친구 문제 등으로 고민이 생겼을 때 이래라저래라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 너는 어떻게 하면 좋겠니? 엄마/ 아빠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엄마 아빠는 000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정도의 조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실 아이들도 다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답이 있거든요.

 

 

 

사실 이렇게 입을 닫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부모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기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적절한 관심과 노력은 아이들의 입을 열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립니다. 보통 이런 아이들은 적응과 변화에 반응을 늦게 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명히 좋아집니다. 저희 둘째는 표현력으로 비교하자면  여전히 막내 딸보다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아이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또 때로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훨씬 좋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침묵이 금이 되는 경우는 쏟아내고 싶은 폭언을 참을 때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오해받기 쉽고 외로워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감정을 억압하는 것을 습관 할 경우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어려운 자녀들이 앞으로의 미래에 혼자 떠도는 섬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예의 있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기술을 꼭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