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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부모자녀

(아동학대/ 아동심리) 학대받고 자라는 아이들의 심리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5. 11.


어제 알쓸범잡에서 아동학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천안 계모사건과 서현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미 7-9살 된 아이들이 그런 가정에서 도망치거나 살려달라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 궁금해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인이 사건이나 구미 여아 사건의 경우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 사실 자신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지만, 위의 두 아이는 분명히 말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어른의 입장이라면 주변의 이웃이나 선생님에게 도와달라 살려달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아이들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학대를 막기위해선 아이들의 심리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아이들에겐 부모가 자신의 생명줄이자 세상입니다. 따라서 자신을 돌보아주는 부모가 자신에게 다정하거나 친절하지 않다는 걸 배운 아이들일수록 세상에 대한 불신이 커집니다. 나를 낳고 키운 부모도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고 불편하게 하는데 밖의 세상은 오죽 위험하고 무서울까 싶은 불안과 공포가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무서워합니다. 그래서 분리조치를 시켜도 다시 학대가정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사를 많이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대하는 부모나 주변인들이 아이들이 부모를 좋아한다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건 아이들이 살기 위해서 썩은 동아줄인 줄 알면서도 매달리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세상에선 그줄 밖에 없는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 사는게 나으니까요. ㅜㅜ 따라서 학대받고 큰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사람도 믿지 못하게 되거나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헌신하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전자는 세상엔 사랑이 없다고 믿고 홀로 외톨이처럼 살아가고, 후자는 사랑받기 위해 무슨짓이는 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사실 둘 다 건강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 학대받은 아이들은 "학습된 무력감"을 경험합니다.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죠. 줄에 묶인 강아지에게 전기충격을 계속 가하면 처음엔 나가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자신이 변화시킬 수 없다고 느끼면 강아지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 그 전기충격을 고스란히 감내합니다. "아.. 원래 세상은 이런 곳이구나 " 하며요. 학대받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느끼면 아이들은 그 세상에 순응하게 되고 무력해 집니다. 그래서 도망이나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구미의 여아 사건 같은 경우도 죽기 전 엄마가 이미 여러 번 집을 비운적이 있었기 때문에 울지도 않고 그렇게 굶어 죽은 것입니다. ㅜㅜ

마지막으로 아이의 자아상과 자존감은 형편없이 낮아집니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중에 " 사실 네 잘못은 아니지만 엄마 / 아빠가 좀 화가 나서 네가 맞아야겠다. 혹은 욕을 들어야겠다"라는 부모는 없습니다. 다들 "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고 , 네가 말을 듣지 않아서 맞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아이들의 자아상은 자신은 문제아에 말썽쟁이, 나쁜 아이 그래서 맞고 욕을 먹어야 하는 아이라는 부정적이고 나쁜 자아상이 생깁니다. 이런 자아상을 가진 아이는 절대로 용기를 가지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한마디로 그냥 흙속에 묻혀버리는 진주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선 주변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심이 사실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잘못해서 혹은 엄마/아빠를 화나게 해서 맞거나 혼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아동학대는 단순히 신체적 학대나 유기 방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체적 학대나 유기 방관은 몸에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몸에 멍이 들어 있거나 제대로 못 먹어서 너무 말라서 왜소하거나 혹 계절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서학대나 성적학대의 경우는 사실 학대 정황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사실 신체적 학대만큼 동일하게 아프고 힘듭니다.

특별히 부모에게 성적학대를 받는 경우는 어릴땐 그것이 학대인 줄도 모르고 자라는 피해자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대의 경험이 길고 오래된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가정도 부모가 자녀에게 그런 줄 알고 크거든요. ㅜㅜ 불편하고 싫지만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부모의 태도 때문에 견디는 피해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나중에 좀 더 크고 나서야 자신이 당한 것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피해자들은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배신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더 나아가 그 상황을 알고도 묵인하고 방관하는 다른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자신을 성적 노리개로 이용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의 세상은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의 세상과 절대로 같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어른들이 쉽게 간과하는 정서적 학대도 자녀들에게 동일한 심리상태를 만듭니다. 정서적 학대는 아이에게 직접적인 신체적 성적학대를 하거나 방관 방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심리적으로 피를 말리게 합니다. 자녀들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자녀들 앞에서 심한 부부싸움을 보이는것, 아이들과 정서적 교감 없이 냉정하고 차갑게 대하는 것, 조건적 사랑을 주는 것 ( 1등 해야 내 아들이지. 서울대 가면 000 해줄게 등등)그리고 자녀를 부모의 욕심대로 조종하려고 하는 모든 종류의 협박이 모든 것이 정서학대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자식들이 말을 안 들으면 천장에 줄을 달아 목매다는 시늉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식들이 모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예전에 유명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도 아들의 성적이 떨어졌다고 아들 방의 침대를 치워버리고 잠도 자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 모든 것이 대표적인 정서학대입니다. 개인적으론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한국에서 이런 종류의 정서적 학대가 심하리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은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사람은 어린아이같은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얼마 전 제가 소개했던 Sinner(죄인)이라는 미드에서 코라의 엄마가 전형적인 정서적 학대를 두 딸에게 가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둘째 딸을 낳은 자신의 죄책감을 큰딸에게 뒤집아 씌웁니다. 네가 내 뱃속에 있을 때 좋은 영양분과 에너지를 다 가져가는 바람에 동생이 아픈 거니 넌 동생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며요. 미운 배우자를 닮았다는 이유로 아이를 미워하고 귀찮아하는 부모, 형제를 차별하는 부모, 자신의 삶의 불행을 어린아이들에게 하소연하는 부모, 아픈 형제의 부모역할을 하길 바라는 부모.. 사실 다 정서적 학대입니다. 그리고 이런 정서적 학대는 의외로 정말 많습니다. 부모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이죠. 그리고 이런 정서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딱히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남들이 보기엔 너무나 정상적인 가정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심리적 상처와 불안감은 위의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학대받는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 한다면 주변 어른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아이들 스스로는 도와달라 살려달라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같이 아이들과 일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책임감을 가지고 관여해야 하지만 주변 어른들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웃의 가정 그리고 아이들의 친구들도 잘 살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또 다른 서현이 정연이와 같은 불상사는 막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적인 관심과 조기 예방으로 우리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 또한 미래의 다른 불상사를 막는 길이기도 합니다. 폭력과 학대는 되물림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 일에 어느 누구도 방관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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