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부모자녀

(육아/ 부모상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쉬운 타이틀, 부모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4. 16.

 

 

 

 

 

 

 

 

이번 주부터 학교로 출근을 합니다. 아직 풀타임으로 하진 않지만 반나절 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담하고 옵니다. 학교에 가면 제 사무실이 있고, 문 앞엔 이렇게 제 타이틀이 걸려있습니다. 이 타이틀을 따기 위해 대학원 4년을 죽어라 공부하고 2년의 실습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카운슬러이니 치료사라고 불리는 것이 정말 어색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일한 지 한 4년쯤 되어가니 이 타이틀에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카운슬러뿐만 아니라 의사, 강사, 공무원, 박사, 작가,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기 위해 우리는 정말 많은 공부와 실습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그냥 됩니다. 사실 요즘은 불임이 많아져서 부모가 되고 싶어도 못 되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너무 많지만 대부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 모두 엄마 아빠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부모가 된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간호사도 되었다가 선생님이 되었다가 요리사가 되어야 하는 수만 가지 일들과 책임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힘든 일들을 다들 묵묵히 감당하며 그렇게 부모가 되어갑니다. 그러나 요즘 뉴스에서 들리는 사건들을 보면 부모 같지 않은 부모들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얼마 전 구미 3세 여아 사건도 그렇습니다. 외할머니가 자신의 딸과 손녀를 바꿔치기한 것도 너무 기가 막힌 일이지만, 어쨌든 동생을 딸로 알고 키운 둘째 딸의 행태에도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에서 나온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집과 밀린 고지서들... 그리고 만 3세 정도밖에 되지 않은 보람이를 과자만 우유만 주고 집을 며칠씩 비운적이 여러 번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보람이는 엄마가 아주 이사를 간 후에도 울지 않았을 거라 했습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울어도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안 아이는 무력감이라는 것을 이미 세살에 알아버렸습니다. 아무리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이렇게 생각이 없고 무책임한 엄마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감옥에 가서도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엔 자신이 키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잘 적응했는지 그리고 아빠가 면회 왔으면 좋겠다고 보낸 편지에 정말 말문이 막혔습니다. 지금까지 키운 보람이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면 자신이 낳은 딸은 지금 생사여부도 알지 못하는데 그런 걱정이나 불안한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녀는 몸만 컸지 아직 자신밖에 모르는 4-5살 꼬마 아이라는 것을 편지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도 엄마라는 타이틀을 준다는 것에 화가 났습니다. 이런 여자에게도 아이를 두 번이나 출산했으니 부모 자격이 있다는 것에 짜증이 났습니다. 엄마라는 타이틀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지만 또한 가장 고귀한 이름이니까요. 부모의 무책임함과 무정함은 단순히 자신의 인생만 망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는 자녀의 인생을 기적적으로 바꾸기도 하고 송두리째 망가뜨리게도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이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 자리를 보람이 엄마나 정인이 양엄마 같은 사람에게 준다는 것이 너무 분하고 화가 났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정인이도 보람이도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이런 엄마들 밑에서 10년 20년 크지 않고 일찍 떠난 것이 오히려 다행이지 않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자세히 드려다보면 그들을 제대로 된 어른으로 키우지 못한 그들 부모의 잘못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인이  양엄마나 보람이 엄마 그 외에 아이들을 학대 방임 유기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보면 부모이기 이전에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실수이든 선택이든 간에, 어른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생명을 학대하고 방치하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성장하고 직장을 다니고 번듯한 타이틀이 있다고 어른이 아니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명문대 졸업장이나 번듯한 타이틀만 만들어 주고 싶어 하는 부모보다 제대로 된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소망하는 부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의 행보와 선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지 너무나 자주 보고 있습니다.

성숙한 어른만이 부모노릇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부모 노릇이 힘든 것입니다. 성숙한 어른이 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부모됨이 힘들어도 인내하고 참고 책임지는 노력이 우리를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어 주리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 아빠라는 타이틀에 더 당당한 부모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엄마, 아빠, 부모라는 타이틀을 절대로 경히 여기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상 그 어떤 타이틀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에 맞는 부모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