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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부모자녀

( 자녀독립/ 자녀교육) 더 늦기전에..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4. 30.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만 16세 반이 넘으면 운전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고학년들 중에도 운전을 하고 다니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교통이 한국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길도 널찍널찍해서 운전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여름이면 만 18세가 되는 큰 아이 친구들 중에도 운전을 하는 아이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걸어서 가기 애매하기 때문에 미국은 성인이 되면 운전면허가 사실상 필수입니다. 그래서 면허를 따기전까지 늘 학교며 친구 집이나 활동 등이 있을 때마다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운전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미국 부모들의 삶입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도 부모의 통제 안에 있기도 합니다. 정말 과자 하나도 혼자서 사러 갈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지낸 큰딸이 친구들이 운전을 하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한테 운전을 부탁하는것이 미안해서 잘 나가지도 않던 아이가, 친구들이 픽업을 오고 데려다주고 하니 매일같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10시가 가까이 되어야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자유롭게 운전을 하고 다니 모습에 자극을 받은 딸은 시킬 땐 하지 않던 운전면허를 따야겠다고 갑자기 열을 올리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운전사 역할을 할 땐 그게 번번이 귀찮아서 딸이 빨리 운전을 했으면 했는데, 친구들과 나가서 어디를 돌아다니고 무엇을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지자 사실 그게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교통이 한적하고 도로가 좋아도 아직 운전이 미숙한 아이들이 사고가 날까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17-25세 경우 교통사고가 사망률 1위이기 때문입니다.


 큰 아이가 이제 운전을 하기 시작하면 제 몸은 편할지 몰라도 한동안은 아이가 나가있는 동안 제 마음은 계속 불편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올때까지 계속 걱정이 될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혹시 음주는 하지 않을까 혹은 다른 마약류를 호기심에 해보지 않을까 혹은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며칠전 또 친구들과 놀다가 늦게 들어온 딸과 잠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곧 자신도 운전 연습을 시작한다는 것에 흥분된 아이에게 제가 걱정하고 있는 것을 나누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 다 알고 있어.. 엄마가 무슨 걱정하는지.. 내가 그것도 모를까 봐. 앞으로 조심할게"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곤 잔소리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서 대화도 하다가 말았네요.

 

 

 

 

 

 

 


저의 옛날을  돌아보아도 이제 고등학교 졸업할 시절 한창 친구들과 만나 마지막 추억을 만든다며 쏘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성인의 초입에 들어선 그녀의 흥분과 설렘을 사실 모르는 바는 아녔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이젠 정말 내 품을 떠나려고 하고 있는 큰 딸을 보니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정말 제가 그녀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어 보였습니다. 혼자서 빨래도 할 줄 알고 밥도 알아서 챙겨 먹을 수 있고 이제 운전까지 한다면 정말 큰 아이는 저 없이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어 보였습니다.

혼자서 큰아이 키울땐 때론 너무 힘들어서 빨리 커라 빨리 커라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제 간섭이나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으로 날아갈 시간이 이렇게 금방 올 줄은 몰랐네요. 그러면서 이 아이가 이제 혼자 세상이 나아갈 때 해야 되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일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분별을 잘 갖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나름 충분히 아이와 대화하고 소통한다고 했고, 저희 부부의 가치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선택할지는  온전히 그녀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그녀의 선택을 바라봐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 줄 일밖에는 제가 할 일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렇게 제 부모 노릇은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큰딸처럼 18세가 되는 아이를 고치려고 한다거나 훈육하려고 하는 것은 너무 늦은 것입니다. 사춘기가 지나 어른으로 넘어가려는 이시기에 부모의 간섭과 훈계는 사실 시끄러운 꽹과리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다 커버린 이 시점에서 혹은 아이들이 이미 빗나가고 있는 시점에 발을 동동 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얘가 이러면 안 된다고요.. 그리고 이럴 줄은 몰랐다면서요. 솔직한 제 견해론 이제와 아이를 훈육한다고 하거나 부모의 가치나 철학을 주입하는 것은 이미 늦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청년들은 방황하고 넘어지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모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서로 심한 상처만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모를 떠나려고 하기 전에 자녀와 돈독하고 건강한 관계를 미리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날아가버리기 전에 한 사람으로 사회구성원으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그들의 귀를 닫기 전에 좋은 삶의 가치관과 태도 그리고 방향을 알려줘야 합니다. 이런 훈육은 무조건 일찍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 마음속에서 그 씨앗이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여전히 내 품에 있다고 안심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소위 자녀를 가르치고 훈육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 15-16년 정도가 다입니다. 그 이후에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들으리라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부모가 바른 길을 가르치지 않으면 세상의 유행과 유혹 그리고 물질적이고 쾌락적인 가치관이 아이들을 가르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빼앗겨버린 아이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힘듭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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