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엄마로 코로나 덕분에 학교도 문을 닫고 집에서 옹기종기 보내는 것은, 어떤 면에서 좋은 것도 있지만 어떤 면에선 정말 큰 도전이다. 나 같은 경우도 모든 학교가 문을 닫는다고 했을 때, 그 누구보다 고등학생인 우리 큰딸 때문에 참 걱정이 많았다. 아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 사춘기 아이와 24시간 보낼 생각을 하니…
분명히 자고 싶을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는 일명 백수 같은 삶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감정 기복 심하고, 자기주장,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개인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등학생 딸은 정말 하루 종일 같이 있기 힘든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춘기가 다 이렇다고 보진 않는다. 더 심한 경우도 덜한 경우도 있다. ^^)
나도 머리로는 몸은 저렇게 다 컸지만, 그녀는 아직 전두엽이 다 발달하지 않은 아직은 미성숙한 어린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별것아닌 일에 대들거나, 열 번을 말해도 듣지 않는 그녀의 행동들이 예상되어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이후 거의 6개월 넘게 같이 지내는 동안 큰문제 없이 잘 지냈다. 물론 나는 여러 방법은 미리 준비했다. 나의 기대를 많이 낮추었다.( 많은것을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말자라고..) 그리고 각자의 스케줄을 짜고, 서로가 지켜야 할 우리 집의 규칙은 서로의 긴 토의 끝에 합의하고 미리 주지 시켰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 화상상담을 했기에 그녀에게 그녀의 협조가 정말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사춘기는 자아가 한창 자랄때라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기 쉽다. 이런 사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영역은 인정해 주되,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교류를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물론 이런 심리적 공간과 교류는 사춘기 전에 이미 좀 형성이 되어 있어야 한다. 사춘기라 갑자기 어느 순간 아이가 돌변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그전에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몰랐거나,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이미 자신의 방문도, 마음의 문도 닫아 버렸는데.. 부모가 열자고 달겨들면 더 튕겨나가기 때문이다. 만약 이미 아이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솔직히 기다리는 일밖에 없다. 아이가 그 문을 열어 줄 때까지.. (사실 나도 사춘기 때 시도 때도 없이 내방을 들락거리는 부모님과 별로 나에게 관심도 없으면서 사춘기라 괜히 친한 척하는 아버지를 속으로 극혐 했다. 그래서 사춘기가 지나서 아버지랑은 완전히 멀어졌다.)
사춘기 부모에게 아이는 오히려 하숙생에 가깝다. 하숙생은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이 밥도 먹고 같이 살지만, 내가 함부로 그/그녀의 방에 들어갈 수 없는 것 처럼… (이 시기엔 그들만의 영역이 있다는 것과 그 영역이 존중되어야 한다. 자신의 영역에 허락 없이 들락거리는 사람은 그 누구도 사실 싫다. 그 사람이 부모라 하더라도..) 그러나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는 그/그녀가 언제든 소통하고 의논하길 원하면 부모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영역은 존중하되,내가 너에게 관심이 있고 소통하길 원한다는 것은 항상 보여주어야 한다.
사춘기라고 모든 아이들이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부모에게 반항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커 보이지만 그들도 아직 부모의 사랑이 필요하고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도움과 관심의 정도를 부모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춘기 아이가 정하게 허락해 주는 것이 아마 다를 것이다. 내가 아무리 관여하고 싶어도 아이가 요청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부모에게는 참 쉽지 않다. 내 딸이고 아들이라 , 뻔히 잘못하고 있는 생활습관, 진로선택, 친구 선택 등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부모는 많이 없다. 그러나 내 새끼라 생각하고 달려들어 뜯어말리려고 하면 아이와 더 싸우기 마련이고 그 아이는 더 반항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중립적으로 부모의 의견을 제시 또는 제안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것 같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 고민 끝에 혹은 자신의 경험 끝에 돌아오게 된다. 어차피 우리가 맞으니까 ^^ 우리 딸도 항상 “ 그때 엄마 말 들을걸.. “ 소리를 참 많이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자녀의 실패나 실수도 가만히 바라보아야 할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 남편이 택한 것이 ‘ 사돈 처녀”였다. 우리 딸을 사돈 처녀라 생각하면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부딪히는 문제에 있어서 화도 덜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건 우리 아이를 하나의 동떨어진 인격체로 대하려는 연습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의 쌈박하고 위트 있는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큰딸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부탁할 때 이렇게 표현을 많이 한다. “ 사돈처녀 밥 먹은 건 싱크대에 좀 놔줘요” 그러면 그 유머 덕분에 우리 딸도 웃으며 하더라. 그러나 만약 우리가 “넌 왜 항상 밥 먹고 그대로니? 도대체 몇 번씩 말해!”라고 했다면 우리 딸도 “ 내가 언제 맨날 그랬는데! “ 하며 싸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항상 이렇게 부를 필요가 있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가 좀 무거워 지거나, 싸해지려고 할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사돈처녀 그러지 맙시다 ^^” 그러면 그냥 웃어넘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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