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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부모자녀

(부모자녀교육/ 철학이 있는 육아) 우리집 가훈은 무엇인가요?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8. 18.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매년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학기초에 자기 집 가훈을 적어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 집 가훈은 “ 책임 완수”였다. 학년이 어릴 땐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냥 적어 갔는데, 점점 나이가 먹어가면서 다른 친구들의 가훈을 보니 “ 사랑, 행복, 믿음, 가정화목, 우애, 소망" 등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왜 우리 집 가훈은 책임 완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아버지 왈 우리 집은 자신이 저지른 일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당신의 지론이라 하셨다. 사실 정확했다. 아버지 평생의 믿음이셨다. 그래서 우리 남매는 도시락을 잊어버리고 가지고 가지 않아도, 숙제를 집에 놓고 와도, 우산을 빼먹어도 사실 엄마에게 전화해서 가져다 달라고 하지 못했다. 혹여라도 전화를 하면 안가지고 간 니 책임이니 선생님께 맞아라. 혹은 오늘은 점심 굶어라가 답이 였기 때문에...그러니 내가 한 행동에 책임은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 따라서 실수는 용납되지 못했고 그땐 그것이 너무 냉정하고 무서웠다. 그래서 우린 가족이었지만 서로 의지하거나 기댈 수 없었다. 

 

그러니 성인이 되고 난후에도 나는  그 어떠한 일로도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하소연하지 못했다. 정말 아버지의 소원대로 죽어도 나의 일에 대해선 내가 책임을 지고 처리하려고 한다. 그러니 고작 10대 20대밖에 되지 못했던 내가 살면서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나 혼자 감당하는게 쉬웠을 리 없다.  그래서 사실 나는 그 누구도 잘 받아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 혼자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그러니 나에게 짐으로 나가 올 것 같은 이에 대해  손을 내밀어줄 마음의 여유 같은 건 없었다.  원래 내성적이라 폭넓지 못한  나의 인간관계에 이런 가짜독립심 때문에 인간관계의 벽이 상당히 높고 좁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조금씩 그 벽을  허물고 있는 중이다. 

 

그때는 사실 다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어른이 되고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선 왜 우리 아버지는 그렇게 책임완수를 외치셨는지 알고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큰아들 아닌 큰아들이 되고, 부산으로 성공적인 취업을 하신  아버지는 우리 집, 큰집,  작은 집, 시골 친척들의 대소사까지 간섭하고 책임지셔야 하는  가장의 무게가 있으셨다.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아버지에게 짐같이 느껴지셨을 것이고, 당신의 자녀들은 남들에게 짐이 되지 말고 능력 있는 성인이 되길 바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아버지는 늘 돈이 먼저였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돈으로 계산될 만큼 돈, 돈 하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한가지는 모르셨다. 원래 사람은 서로 간에 조금씩 짐이 되고 버거운 존재인 것을... 나의 부족함을 상대가 채워주고 상대의 부족함을 내가 채워가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누구도 어떤이를 온전히 책임지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책임 완수라는 가치가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다른 것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녀들에게 정말 가르쳐야 하는 삶의 태도와 교훈은 사실 가르치지 못하셨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삶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과 남에게 신세 지지 않는 삶이었다.  따라서 나 스스로도 능력 있는 사람이 못될까봐, 남에게 혹시라도 신세를 질까 봐 늘 전전긍긍했다. 

 

 아버지의 가훈, 가치관은  나도 모르게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그것을 깨고 나오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집안에 부모의 가훈을 적어놓고 가르치던 안가르치던, 각각의  가정에 흐르는 정신, 믿음, 가치관이 사실 있다. 돈이 중심이 가족은 돈으로 움직인다. 명예가 전부인 부모는 명예를 좇아가는 삶을  산다.  부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믿음과 가치관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그것을 보아온 자녀들은 그 믿음과 가치를 다 흡수하게 되어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어쩌면 영원히.. 그리고 안타깝게도 부모가 정말 고민하고 생각해서 나의 가치관과 가족문화를 제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녀들에게  내가 배운 데로 가르친다. 왜냐하면 그것이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에…

 

당신의 가훈은 무엇이였고 지금 자신의 이룬 가정에 가훈은 무엇인가? 그리고 정말 나는 자녀들이 어떤 가치관과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가? 만약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자녀교육은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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