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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미국생활

(미국생활/소소한일상)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9. 17.

 

 

 

산불이 나기전 우리동네 보통의 하늘이였지요
학교는 못가도 매일같이 나가서 자전거 타는게 일상이였습니다.

 

 

 

 

 

 

 

첫째딸과 막내딸!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몇 주째 우중충한 하늘과 연기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란색 하늘이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회색빛 하늘이 24시간 계속되고 있어서, 원래 이 동네 하늘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사진을 찾아보았네요.

사진 속 정말 높고 푸르른 하늘과  예쁜 구름들이 너무 그리워지네요. 그때는 매일 보던 하늘이라 큰 감흥이 없었는데 말이죠. 지금 이렇게  다시 보니 그야말로 그림 같은 배경입니다. 그래서 미국에 놀러온 가족들과 지인들이 하나같이 날씨만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다곤 했었는데요. 그 그림 같은 배경에서 아이들이 자전거 타고 산책하던 때가 너무 그립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산불은 진압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캘리포니아는 12월 겨울이 되기 전까지 비가 거의 오지 않습니다.  즉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상태가 호전되기가 어렵다는 말이지요. 저도 처음엔 코로나도 산불도 "몇 주면 괜찮아지겠지. 설마 큰일이야 날려고"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무것도 호전되지도 않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 지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끝이 정해져 있으면 견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군대도 버틸 수 있는 것이지요. 아무리 힘들어도 제대 날짜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육아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5년만 버티면 아이들은 학교를 가거든요. 그러나 예상할 수도 없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들이 사실 사람을 많이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긴병에 효자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 중  자신에게 닥친일이 너무 힘들어서 시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일이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 절망하게 되고 그냥 자신의 삶을 포기함으로 끝을 내고 싶어 합니다. 

 

코로나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앞으로를 전혀 예측할 수도 없고 끝이 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렇게 더 예측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을 것 같아서 더 걱정입니다. 사람들이 망가뜨린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환경을 바라보고 불안해하는 것보다 지금 누리는 작고 소소한 일상에 더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누리는 이 일상도 언젠가 전혀 당연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제가 누렸던 예쁜 하늘처럼요.

 

코로나도 산불도 걱정을 더하거나 덜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거든요.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우리의 마음만 어두워지고 주변의 관계만 더 나빠질 뿐이죠. 이럴 때일수록 감사를 더 연습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지네요.

 

가족들과 부모님들 아직 건강하고 큰 문제없이 잘 버티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직장을 잃고 사업이 어려운 분들이 많은 가운데 재정적 타격이 크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아직 먹을 것 입을 것 지낼 곳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감사합니다.  

가족들과 웃을 수 있고 예전보다 훨씬 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덕분에 서로를 더 많이 알아 가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협조적이고 큰 트러블이 없어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집에서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의 영어가 되어서 감사합니다. 

아이들도 그냥저냥 온라인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가끔 연락하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공동체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물이나 전기가 끊기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인터넷이 잘되니 감사합니다. 

내 마음 표현할수 있는 공간이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제 글과 이야기 들어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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