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미국생활

(미국생활/소소한일상) 모든 영광은 케이팝과 한국드라마에게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9. 11.

 

 

 

2016년 큰 딸이 주도하에 세 아이가 합동해서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둘째는 한글을 몰라 영어로..그리고 막내는 그림으로..중3이 되었던 큰딸은  이정도라도 쓸수 있음에 감사해요~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 가정들의 고민 중에 하나가 한국어입니다. 모든 부모들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특히 영어가 서툴거나 또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는 가정이라면 이중언어를 완벽하게 가르쳐야 하는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어릴 땐 잘하는 듯하다가, 아이들이 학교를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하루종일 학교에서 영어를 쓰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하면 한국어 실력은 형편없이 떨어집니다. 정말 의욕이 강한 부모들이나 혹은 영어를 아예 하지 못하는 부모가 아닌 경우 빼고 ,  한국말이 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부모가 어느 정도 영어로 말해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면 전부 영어로 말합니다. 영어에는 없는 반말과 존댓말이 미국에서 크는 아이들에게 쉽지 않고, 또 점점 자신의 억양이 부모와 같지 않음을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춘기가 되면서 부모는 한국말로 하고 아이들은 영어로 대답을 하거나, 영어와 한국말이 섞인 콩글리시가 난무하는 경우가 많지요.

 

저도 미국에 와서, 다 큰 자녀들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가정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물론 한국어를 쓰던지 영어를 쓰던지 상관은 없지만, 대부분의 이민세대 부모 중에 영어가 능통한 경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영어가 안 되는 부모와 한국어가 안되는 자녀 사이에 친밀한 대화와 소통이 힘든 가정이 많았습니다.  서로가 많이 답답해 하지요. 이 언어장벽 때문에  이민가정은 가족관계가 좀 더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도 큰딸을 낳고 꼭 한국어를 잘 가르쳐보리라 생각했어죠. 제 영어가 완벽하지 못했으니까요. 딸은 어릴 땐 큰 문제없이 이중언어를 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그 모든 이민가정이 다 다니는 토요일 한국학교도 귀찮아 보내지도 않았죠. 대신 큰딸이 초등학교 1학년 방학 때 제가 앉혀놓고 한 2주 동안 한글 자음 모음만 가르쳤던 것이 다였습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를 빼고 모두 영어를 쓴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딸도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멀리하고 영어로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말을 너무 가르치고 싶었지만, 아이와 이 문제로 부딪히기 시작하면서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내 고집으로 한국어 배우기를 끌고 갈것인지, 아니면 제가 영어를 더 배워 영어로 대화해야 하나 한참 고민했었죠. 사실 남편은 영어를 잘했기 때문에, 저희 집은 저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영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딸이 한국 예능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에 런닝맨이며 무한도전을 즐겨보던 저희와 함께 TV를 보던 딸은, 예능 속에 나오던 아이돌들과 배우들을 보고 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케이팝과 드라마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아이돌과 한국 드라마 예능을 섭렵했죠. 드라마도 사극, 스릴러, 범죄물, 법조물 가리지 않고 보는 바람에 각각의 장르에서 쓰는 다른 언어와 차이에 대해서도 물어보기 시작하면서 정말 한국어가 많이 늘었습니다. 

 

처음엔 예능속에  뜨문뜨문 나오던 자막도 못 읽던 아이였는데, 좋아하는 가수와 배우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달라지는 한국어 사랑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결정타! BTS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저희 딸은 방탄 소년단 노래의 가사 전부를 읽고 싶어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들이 나오는 모든 방송을 보길 원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한국어를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마치 옛날 마이클 잭슨에 빠졌던 저의 친구들이 팝송으로 영어를 배운 것처럼요. 물론 덕분에 공부와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 아니 원래 공부보다 다른 쪽에 관심이 훨씬 더 많은 아이지요.

 

아무튼 그렇게 딸 아이에게 고작 2-3주 한글 자음 모음을 가르쳐 준 것이 다인데, 지금 고 3이 된, 말많고 수다 떨기 좋아하는 딸은 저희와 한국말로 깊은 대화, 토론, 싸움 (?)까지 할 수 있습니다. 저희의 영어는 '구리다'며 자기가 한국말로 하겠다고 하거든요. (덕분에 제 영어는  좀처럼 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의 글도 떠듬떠듬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읽기도 되고 쓰는 것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한국에 데리고 나가도 아무도 미국에서 온 아이인 줄 모를 정도로 미국 교포 억양도 없습니다.  물론 한국어를 잘하는 것보다  자녀양육엔  더 중요한 덕목들이 많이 있지요. 그러나 세계에서의 한국 위세가 예전 같지 않고, 잘 나가는 케이팝과 드라마 또 덕분에 전 별로 힘 안 들이고 큰 딸에게 이중언어를 '완벽히' 가르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와 이렇게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하고 있는 집은 드물거든요.  그래서 더 더욱 응원합니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파이팅! (사실 둘째와 셋째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관련글

 

 

(소소한일상/위로) 당신은 어떤 책입니까?

방학동안 밀린(?) 드라마를 보다가 몇년전에 했던 출판사 드라마를 보았다. 연상연하, 어리고 잘나가는 연하남과 경단녀가 된 애 딸린 이혼녀의 사랑이야기는 정말 신데델라 동화만큼 현실적이

artistherapy.tistory.com

 

 

(육아/소소한일상) 나는 엄마다

스물살이 넘어 늦게 배운 영어로 100페이지 넘게 영어로 논문을 쓰는 것보다 자식을 키우는게 훨씬 더 어렵고 힘들더라 내가 이렇게 화나고 짜증이 나는 것은 다 아이들 탓이라며 비난도 해보고,

artistherapy.tistory.com

 

 

(부부생활/소소한일상) 남편이야기, 그의 이기적인 귓구멍(?)

남편이랑 오래 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외모는 후덕한 풍채를 자랑하고 그의 입담이나 깐죽거림은 개그맨 이수근 정도 됩니다. 가

artistherapy.tistory.com

 

 

(소소한 일상/ 가족이야기) 눈물나는 오빠사랑

오늘은 저희 막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집에서 막내로 자란, 이제 곧 만 7살이 되는 저희 딸은 조금 예민하고 까다로운것 말고는 정말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고 똑 부러지는 아이입니다. 타고

artistherapy.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