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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부모자녀

( TV속에서 배우는 인생/ 대화의희열) 오은영은 오은영을 낳고..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5. 28.


이번 주 대화의 희열에 대한민국 육아 최강 신으로 불리시는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셨습니다. 이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부터 금쪽같은 내 새끼까지등의 방송에서 , 통제불가, 이유불문의 문제행동 아이들을 바르게 인도해주신 분으로 유명합니다. 육아의 신이시자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이시기에 인간 발달에 대한 모든 것을 꾀고 계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도 이분의 책들과 방송을 통해서 여러 가지 참 많이 배웠습니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육아를 하면서 깨달은 것중에 하나는 책으로 교육으로 공부하고 습득한 저 같은 사람보다, 어릴 적부터 밝고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아이를 훨씬 더 잘 키웁니다. 어떤 면에서 긍정정, 자기 주도성, 자기 효율성, 건강한 자존 감등의 DNA가 이미 머리에 장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을 따라갈 방도는 사실 없습니다.

장항준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오은영 박사님도 소위 금수저급의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제가 말하는 금수저는 재벌이나 학벌이 높은 부모가 아니라 정서적 금수저를 말합니다. 아들 둘에 막내딸로 태어나신 박사님은 자라면서 부모님에게서 그 시절 딸이라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팔삭둥이에 저체중아로 태어난 박사님은 허약하고 까다롭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런 박사님을 한 번도 귀찮아하거나 짜증 내지 않고 자신의 좋은 면을 부각해주고 늘 자랑스럽게 여기어 주신 기억이 참 많다고 하셨습니다. 함께 있던 모든 패널이 그 시대에 그게 가능한 육아였나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오은영 박사님은 부모에게 이미 배운 것이 너무 많다며 오은영 부모님께서 이미 오은영을 키우셨네요 했습니다.

그런 오은영 박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 상반되었던 저희 어린 시절이 떠올라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가시나는 어차피 남의 집 사람이다. 가시나는 다 씰데없다"라는 할머니의 차별, 바보 겨우 면한 존재로 취급받던 똑똑한 오빠와의 비교, 끊이지 않았던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과 지긋지긋한 고부갈등, 그런 가운데 부모로부터 따뜻한 포옹이나 위로, 혹은 사랑한다, 잘한다, 고맙다 칭찬 한번 들을 수 없었던 엄하고 냉정한 분위기에서 저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초등학교 5-6학년밖에 여학생이었던 저는 집 3층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한 번에 죽을까, 아니면 식칼로 동맥을 끊으면 아프지 않을까, 수면제는 어떻게 구하는 걸까 고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땐 제가 죽어도 식구 중에 아무도 신경 쓸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였기에 어른이 되고나서 오히려 가정에 대한 소망과 간절함이 많았고 그래서 결혼도 빨리 하고 애도 낳았지만, 오늘 박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나같은 엄마에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졌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사랑받고 건강하게 자란 엄마에게 태어났더라면 우리 아이들이 덜 혼나고, 덜 주눅 들고, 덜 아팠을 텐데 하며요. 그런 생각에 눈물이 한없이 났습니다.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었지만, 사랑을 어떻게 주는 지도 사랑을 어떻게 받는지도 몰랐던 저는 너무나 서툴고 무자비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에 큰아이도 많이 아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잘키워보겠다며 발달 공부, 상담 공부까지 마쳤지만, 오은영 박사님과 같은 금수저를 만나면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해질 때가 너무 많습니다. 저는 십수년의 시행착오와 몸부림 그리고 오랜 공부로 얻어낸 것을 태어날 때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밥을 먹듯이, 옷을 입듯이 배운 이런 분들 이야기에 눈물 나게 부럽고 배가 아픕니다. 그리고 아무리 해도 나는 절대로 오은영 부모님 같은 부모는 될 수 없을 것 같아 심하게 좌절도 됩니다. 이런 과연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내가 부모교육을 할만한 자격이 있는지 말이죠. 그런 복합적인 감정으로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오은영이 오은영을 낳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나의 자녀가 오은영처럼 되길 바란다면 부모인 내가 오은영이 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육아가 힘들고 어려운 것입니다. 육아는 마치 자녀만 잘 키우면 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부모가 달라져야 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는 절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은영 박사님이나 그녀의 부모님 같은 부모는 아닙니다. 시작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포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너무 억울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에겐 그녀 부모님의 반의 반이라도 되는 어린 시절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제가 더 아프고 더 많이 울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오은영 박사님처럼 정서적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많은 정서적 흙수저 엄마들과 아빠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저도 이렇게 이를 악물고 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라구요. 아직은 개천에서도 용이 난다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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