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부모자녀

(부모자녀교육/ 자기조절능력) 때론 지겨움도 견딜줄 알아야 합니다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6. 2.

요즘 막내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정말 자극을 쫓아 뛰어다니는 강아지 같아 보입니다. 워낙 활달하고 에너지가 많은 아이가 코로나 때문에 집 밖에 나가지 못한 것이 안쓰러워서 웬만하면 나가서 놀게 해 줍니다. 그랬더니 막내는 해가 지기 전까지 밖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들어옵니다.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여름이 해가 길어서 요즘은 8시가 넘어야 해가 집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하루종일 밖에 있습니다.

그리고 혹 같이 놀 친구가 없거나 해서 집에 들어오면 늘 뭔가를 시청하려고 합니다. 하루동안 미디어 시청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은 보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의 하루를 가만히 지켜보니 거의 자기 전까지 잠시도 그냥 가만히 있거나 혼자 놀거나 멍 때리는 시간이 없는 것입니다. 마치 풀밭에 풀어놓은 강아지가 주인이 던진 공을 쫓아가듯이 너무 재미와 흥미 위주로 사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물론 이제 겨우 만 7살밖에 된 아이가 당연히 재미와 흥미위주의 삶을 사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자극 위주의 삶은 아이를 빨리 지치게 하고 쉽게 초조해지고 집중력이 금방 떨어지는 성격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막내에겐 일부러 하루 중 얼마간의 좀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네요.

비단 저희 막내뿐 아니라 사실 휴대폰을 들고 태어난 요즘 세대 아이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눈만 돌리면 화려한 영상, 음악에, 자극적인 소리 등으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게 만드는 미디어들이 널려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것에 너무 익숙이 되어 있으면 휴대폰이나 게임을 하고 있지 않는 순간이 너무 지겹습니다. 아니 지겨움을 넘어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니 짜증이 많아지고 심심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귀찮고 다루기 어려운 부모들은 또 핸드폰을 손에 쥐어줄 수밖에 없겠지요.

어제 정말 일 년 반 만에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코로나 이후론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식당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던 저희 식구는 모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기본적으로 식사시간엔 아무도 휴대폰을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약속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2-3 가정이 함께 가족모임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른과 아이들이 대략 15명 정도 모인 큰 모임인 듯했습니다. 어른들은 한쪽 테이블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쪽 테이블엔 2살에서 13살쯤 되는 5-6명이 되는 아이들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각각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들고 각자의 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 모두 너무나 조용히 영상을 보고 있는 덕분에 부모들은 대화를 할 수 있었겠지요.

개인적으론 그 모습이 참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식사가 나오는 그 10분에서 15분 정도도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참 씁쓸했습니다. 아니 밥이 나와도 밥을 먹으면서 영상을 보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더 나아가 친척인지 친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끼리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하는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다들 각자가 좋아하는 영상만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 모습에, 저것이 우리의 미래구나 싶어 참 슬퍼졌습니다. 서로 소통하고 알아가는 것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점점 많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 폰의 폐해는 어린아이들에게 집중력 저하도 일으키는 팝콘브레인도 만들지만 여러 가지 사회성 능력도 떨어뜨립니다. 예전에 온 식구가 tv 한대로 살던 시절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를 보기 위해 기다리기도 해야 하고 동생 누나 오빠와 피터지는 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쨌든 결정된 한 프로를 울며 겨자 먹기로 시청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문제 해결 능력도 키우고 동질감도 많이 키웠습니다. 어쨌든 함께 보긴 했어야 하니까요. 같은 프로를 함께 보는 것 만으로도 대화거리도 생기고 공통의 주제가 생깁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마저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각 가정마다 컴퓨터가 없는 집이 없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이 없는 집이 없으니 기다리고 양보하고 참아주는 행위 자체가 엄청 줄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앞으로의 미래사회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참 의문입니다. 마시멜로의 실험에서도 나타났듯이 자기조절능력은 미래의 삶을 많이 좌우하게 되니까요. 더 나아가 아마 미래엔 스마트폰 없이 서로 만나 어떻게 만나서 인사하고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를 유지해 가는지는 배우는 프로그램도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재미를 쫓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사실 모든 인간이 더 큰 자극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뭐든 정도가 지나치면 안 하느니만 못할 때가 많습니다. 너무 자극적인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 있으면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의 맛을 못 느낍니다. 우리 몸에 좋은 것은 자극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한 요리가 몸에 좋은 음식이듯이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안달 내지 않고 충동적이지 않고 여유 있게 크려면 지겨움을 견디는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때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고 참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맞이할 세상은 스크린 속 화려하고 재미있는 세상이 아니라, 공부를 하고 기술을 익히고 일상을 견뎌야 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반복과 지겨움의 연속이지요. 이 시기를 견뎌야 건강하고 성숙한 성인이 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들을 지겹게 하고 지루하게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너무 못 놀게 하고 휴식을 주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아이들을 너무 많은 자극과 재미에만 노출시키는 것도 건강하지 않습니다. 때론 아이가 눈을 뜨고 있는 시간 동안 늘 행복하게 기쁘게 해주고 싶은 부모들이 있습니다.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할뿐더러 아이들에게 건강하지 못합니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야 우리 몸이 건강하듯이 아이들도 행복 기쁨 감사 뿌듯함 좌절 인내 슬픔 실망 등등의 모든 감정을 경험하고 소화시킬 줄 아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은 때로는 울때도 있고, 좌절도 하고, 참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기회를 부모가 마음대로 박탈하시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