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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중년의 삶/ 나의 생각 ) 나이들어서 좋은 점들...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5. 3.

 

 

 

 

 

 

어린 시절 사십 대 중반의 제 모습을 상상해 본 적 없습니다. 아마 그땐 그 시간이 이리 빨리 올 줄 몰랐겠지요. 나이 들면 건강도 젊음도 다 잃어버려 생기를 잃은 모습으로 그냥 세월만 죽이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그 젊은 시절을 간직하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보니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느낍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 체력,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주름도 생기고 배도 자꾸 나오지만 나이 들어서 좋은 점들도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나이 들어서 좋은 점 첫 번째는, 아침잠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정말 1-2년 전까지만 해도 잠이 많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곤욕이었습니다.  다들 나이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다고 그러던데, 그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아이들 등교시키고 또 출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정말 아침마다 오분만이라도 더 자고 싶어서 몸부림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6시 반이 되면 눈이 자동으로 떠지는 것입니다. 정말 자고 싶어도 잠이 안 오는 것이었습니다. ㅜㅜ 그래서 요즘은 여유롭게 일어나 아침에 아이들 등교 준비, 출근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더불어 저의 개인시간이 늘어난다는 소리이니까요. 하고 싶었던 일을 좀 더 할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나이 들어서 좋은 점은 중요한 결정을 할 일이 많이 없다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은 기회도 많고 시간도 많지만 사실 눈앞에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이 놓여있습니다. 진로나 직업도 그렇고 결혼, 출산까지 말이죠. 누구 하나 나에게 딱 맞는 해답을 주는 사람도 없기에 늘 우왕좌왕하며 " 이것이 맞는 것일까? 어떤 것이 더 좋은 쪽일까?" 항상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치 중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가지고 아슬아슬 저글링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진로를 택하자니, 결혼은 언제 하나 싶고, 연애에 올인하자니 공부할 시간은 없고 누가 내 짝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 그 사이에서 많이 갈팡질팡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젠 모든 것이 이미 결정이 되었고 저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지금이 사실 마음은 훨씬 편한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나이가 들수록 우선순위가 더 선명해 짐을 느낍니다. 마흔 중반이 되고 보니, 이제 건강하게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적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십 년 넘는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갔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 앞으로의 사십 년도 분명 빨리 지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니 나에게 앞으로 사십 년이 주어질지, 십년이 주어질지 일 년이 주어질지 아무도 모르긴 합니다. 어쨌든 내가 살아갈 날들이 적다는 것을 느끼면 느낄수록, 시간에 대한 소중함이 더 와 닿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죽음 앞에 내 삶을 바라보면 인생의 우선순위가 점점 더 분명해 짐을 느낍니다. 젊었을 때는 사실 많이 느끼지 못한 것들인데 말이죠. 그래서 오히려 선택에 있어서 분명해지고 행동에 용감해짐을 느낍니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많이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론 인생이 내 맘 데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그 덕분에 오히려 더 유연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청년시절은 인생 다 내뜻대로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을 때 더 많이 좌절하고 실망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제 세월이란 것을 좀 더 지나고 보니, 인생이란게 원래 내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들이닥치는 파도를 막을 길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파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나간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좋은 것도 안 좋은 것도 영원한 건 없더라고요. 그러니 몰아치는 파도를 두려워할 일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파도는 바다가 있는 한 늘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대신 파도에 함몰되지 않고 여유 있게 넘을 수 있는 기술을 익히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정말 큰 파도가 닥쳐도 더 유연하게 넘을 수 있을 테니까요. 

 

어린 시절, 젊은 시절엔 막연히 중년과 노후가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주변에 하도 " 좋을 때다. 나도 너희만 할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늙어버렸다. 늙으면 좋은 게 하나도 없다. 좋은 시절 보내고 있는 줄 알아라. 금방 세월 간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인 말이 훨씬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살아보니 제가 생각한 것보다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나름의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안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도 별로 청년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제 젊은 시절은 너무나 불안정하고 아등바등했었거든요. 그리고 이 중년의 시절도 잘 보낸다면 저의 노년도 그리 나쁘지 않으리란 기대도 하게 됩니다. 그러니 나이들어간다고 우리 너무 우울해 하지 말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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