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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 소소한 일상/ 미국생활) 아나필락시스( Anaphylaxis)를 아시나요?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6. 8.

아나필락시스라고 아시나요? 발음하기도 힘든 이 병은 소위 알레르기 쇼크( allergy attack)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땅콩이나 새우등을 먹고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하고 쓰러지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이렇게 특정한 항체에 노출되어 급성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병을 말합니다. 바로 처치가 되지 않는 경우 기도가 막혀 사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얼굴이 갑자기 붓고 기도가 부어올라 숨을 갑자기 쉬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개개인마다 보이는 증상은 다양합니다. 요즘은 음식이나 꽃가루뿐 아니라 환경오염이 심각해 특정 화학약품에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더 조심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심한 사람들은 몇분사이에 식도가 부어 약도 삼키기 힘들어 지기 때문에 Epinephtine autoinjector ( Epi-pen)라는 약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그래서 알레르기 반응이 급성으로 나타날 때 바로 허벅지에 찔러주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체되어 숨을 못 쉬게 되는 경우 생명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남편이 아나필락시스가 있습니다. 땅콩알러지처럼 나타나지는 않지만 심한 두통을 동반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목소리도 변하고 한쪽 몸에 마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서있거나 걸을 수도 없게 됩니다. 한 5-6년 전에 처음 이 알레르기 쇼크를 겪었을 땐 뇌출혈인 줄 알고 너무 놀랐습니다. 갑자기 일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목소리가 변하고 얼굴 한쪽면으로 마비 증상이 와서 911을 부르려고 했습니다. 응급차를 부르기 전 혹시 몰라 알레르기약을 일단 먹이고 전화를 하려고 했더니 1-2분 만에 기적같이 증상이 사라지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병원 응급실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약 먹고 증세가 호전되었다면 뇌출혈이 아니라 알레르기 증상이나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 역시 미국!!) 아마 그날 병원 응급실을 들어갔다면 약하나 처방받지 못하고 또 몇백불을 진료비로 날렸을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음날 일반진료로 남편은 병원에 가서 진찰도 받았으나 뇌출혈은 아니고 알레르기인 것 같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2년 년 전 한국에 나가 전신 MRI 검사까지 다 해봤으나, 뇌혈관이나 다른 신체혈관엔 큰 문제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냥 알레르기 쇼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남편에게 가장 큰 문제는 어떤 것에 이런 급성 반응을 보이는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몇년전 부터 일 년에 한두 번씩 꼭 이 알레르기 쇼크가 왔습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또 한 번 왔습니다. 남편은 몇 번 경험한 뒤 쇼크가 올때의 징후를 알고 있습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고 하더니 목소리가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바로 약을 먹어야 합니다. 어제는 증세가 심해 알레르기 약을 4알이나 먹고야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매번 올 때마다 다행히 남편은 약을 먹을 수 있어서 위기를 넘겼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서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음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야외 할동을 많이 하거나 먼지에 많이 노출된 날에 자주 그렇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거든요. 특히 계절이 바뀌는 시즌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야외에 오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제도 오래 알고지낸 교인이 이민생활을 정리하시고 한국으로 떠나시기에 저희 뒷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거든요. 그래서 아침부터 마당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고기 굽느라 남편은 먼지도 많이 먹고 밖에 오래 나가 있었습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사실 신경이 좀 쓰이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반응이 바로 나타났습니다. 음식이라면 주의해서 먹으면 괜찮은데 이런 꽃가루나 먼지는 사실 우리의 힘으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알러지 쇼크 때문에 남편을 항상 알레르기 약과 Epi-pen을 가지고 다니지만 사실 불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알레르기 쇼크가 언제 어디서 시작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약을 먹을 수 있었고, 제가 챙겨줄 수 있었지만 만약 남편 혼자 있거나 약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인 경우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생각을 하니 절로 기도가 나오더라고요. 병을 고칠 수 없다면 늘 주변에 그를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기를 하며요.

예전에 국과수 부검하시는 분이 나와서 죽음이라는 것이 너무나 도처에 깔려있다고 했습니다. 정말 사람이 이렇게 해서 죽는다고? 이런일에 죽는다고?라고 하는 일이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런 사건사고를 너무 자주 보는 그분들은 하루하루 더 열심히 의미 있게 살려고 노력하게 되신다면서요. 어제 갑자기 내 곁에 늘 든든히 있어준 남편이 고작 먼지 때문에 꽃가루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웬만하면 늘 함께 있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더 아껴주고 사랑해줘야겠다는 다짐도 했네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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