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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인간관계

(심리상담 /예술치료 ) 치유로서의 글쓰기, 치유로서의 예술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5. 7.

 

얼마 전 읽은 박완서 님의 책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집에 사다 놓고 읽지 않았건 그분의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읽다 보니 아주 오래전에 이미 읽은 책이더라고요 ㅜㅜ 이런..

 

 

 


아무튼 작가님의 초사실주의적 묘사에 이끌려 또다시 책을 읽으면서 놀란 부분이 있습니다. 이분의 책을 오래전에 읽었을땐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글에서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후군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알면 보이는 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러지 않았을까요? 스무 살에 한국 전쟁과 피난 , 죽을 고비와 지독한 추외와 가난을 무수히 견뎌야 했던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그 지울수 없는 기억과 감정을 글로 풀어내십니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말이죠. 그래서 그분의 글이 초 현실주의 사실주의가 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분의 묘사가 어떤 독자들에겐 말 못 하는 내 심정을 누군가 읽어주는 치료의 역할을 분명히 했을리라 생각합니다. 박 작가님 스스로도 그 기억을 글로 풀어냄으로 치유를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화목한 가정, 남들은 다 팔자 좋다고 알아주는 이러한 결혼생활이 문득문득 나를 힘들게 했다. 속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겉만 빌려 입은 비단 옷으로 번드르르하게 꾸민 것처럼 자신이 한없이 뻔뻔스럽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졌다. 실제적인 가슴의 통증으로 비명을 삼킬 때도 있었고, 어디 남 안 듣는 곳에 가서 실컷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이 뭉쳐 병이 될 것 같은 적도 있었다."

하나의 생명의 소멸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우주의 소멸과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몇백만 분의 일이라는 숫자 안에 도매금으로 넘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내 피붙이는만은 그 도매금에서 빼내어 개별화시키고 싶었다. 그들의 고통. 그들의 억울한 사정 들어주건 말건 외치지 못하면 억울한 죽음을 암매장한 것 같은 죄의식을 생전 못 벗어날 것 같았다. 외침으로서 위로받고 치유받고 싶었다.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들 나는 날짜별로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세 간직하고 있다. 그 겨울의 추위가 냉동보관시킨 기억은 마치 장구한 세월을 냉동 보관된 식품처럼 썩은 것보다 더 기분 나쁜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건 기억이 아니라 차라리 질병이다.

나도 그때 생리만 멎은 게 아니라 성장도 멎어버린 것 같다. 반세기도 넘어 전의 추위, 굶주림, 불안, 분노 등 원초적 감각의 기억은 그로 인하여 감기도 걸릴 정도로 현실적인 데 비해 현재 누리고 있는 소비사회의 온갖 풍요하고 현란한 현상들은 그저 꿈만 같다.

나는 누구인가? 잠 안오는 밤, 문득 나를 남처럼 바라보며 물은 적이 있다. 스무 살에 성장을 멈춘 영혼이다. 80을 코앞에 둔 늙은이이다. 그 두 개의 나를 합치니 스무 살에 성장을 멈춘 푸른 영혼이, 80년 된 고옥에 들어앉아 조용히 붕괴의 날만 기다리는 형국이 된다. 다만 그 붕괴가 조용하고 완벽하기만을 빌뿐이다. " - 본문 중에서

 

박완서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굉장히 솔직하고 정직하셨던 분이라 이렇게 세밀하게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실 수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사실 자신의 마음을 읽고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되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많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런 억압되고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의 가장 큰 역할이기도 합니다. 문학, 미술 , 음악 , 영화 모든 예술장르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안에 나의 폭력성, 우울함, 분노, 두려움, 슬픔 , 기쁨 환희 등등을 다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치유의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그림으로 너무 상세히 묘사하기로 유명하죠

 


박완서 님처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는 그림으로도 많이 표현합니다. 치료로서의 미술로 가장 유명한 작품이 프리다 칼로와 쿠사마 야요이가 계시죠. 이분들은 정말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리신 분들입니다. 어떤 경우는 도무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당시의 감정을 그림으로 그릴 수도 있습니다. 예전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을 보면, 그때의 두려움과 공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이 그림은 백마디 말보다 큰 임팩트를 줍니다. 그 외에도 드라마나, 연극 , 그리고 음악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위안부 할머니의 그림입니다. 도무지 말로는 표현이 안되어 그림으로 그리셨다고 하지요

 

 

 

쿠사마 야오이님입니다. 자신의 환시와 망상을 그림으로 표현하시기로 유명하십니다. 

 

그래서 전 어떤 경우에도 예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예술적 표현행위는, 어떤 면에서 저 같은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보다 10배 나은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과 정신과에서도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치료의 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이유로 제 블로그 이름이 Art is therapy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되지 않아서 전문가를 찾는 것입니다. 아마도 박완서 작가님도 책을 쓰시지 않으셨다면 중년 이후에 우울증 혹은 불안장애 약을 달고 사셔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예술활동을 꼭 찾으시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적 활동을 권장합니다. 예술능력으로 성적이나 수행. 평가를 잘 받게 해 주는 것보다, 어릴 때 즐거움으로 한 예술적 행위는 분명히 나중에 인생에 좋은 친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돈을 벌어나 주지 않더라도 우리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삶을 분명히 풍요롭게 해 줄 것입니다. 그게 책이나 글일 수도 있고 영화일 수도 있고 그림이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연극이나 댄스여도 상관없습니다. 무엇이었든 갑갑한 내 마음 표현할 도구가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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