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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인간관계

(심리상담치료/ 인간관계) 상대를 다 안다는 착각.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9. 8.

 

 

 

 

 

 

 

 

 

 

 

요즘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고생하듯이, 여기 캘리포니아도 그렇습니다. 늘 이맘때쯤이면 정말 화창하면서도  선선한 한국 초가을을 연상하게 했던 쾌적한 날씨가 한창이었을 텐데 요즘은 더웠다 추웠다 정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날씨입니다. 그 덕분에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과 큰 딸은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고생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저는 추위는 많이 타지만 더운 건 사실 웬만해서는 땀도 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남편과 큰딸은 "자체 발열" 이 심해서 정말 조금만 가까이만 와도 난로가 옆에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요즘같이 더운 날 가만히 있어도 열불이 나고 살이 접히는 모든 곳에서 땀이 나서 힘들어하죠. 올해 만 17살 된 큰 딸이 요즘 맨날 하는 말이 있습니다. " 엄마는 절대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더운지"

 

이렇게 저와 체질이 다른 딸인데 예전에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선선한 가을이 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저는 외투와 부츠를 먼저 찾는 사람이었죠. 그래서 큰 딸이 어릴 때 아침에 등교할 때 늘 외투와 젖은 머리 가지고 실랑이였습니다. 저는 외투를 가지고 가라, 머리 좀 말리고 가라 난리고 저희 딸은  짧은 옷에 젖은 머리를 하고도 안 춥다며 난리였죠. 그러면 마지막에 제가 날리는 결정타는 " 너! 이러고 갔다가 감기 걸리고 오기만 해 봐!" 그러면 딸은 울상을 하고 억지로 마지못해 대충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고, 외투를 껴입고 갔던 생각났습니다. 이런 날이 정말 한 두 번이 아녔습니다.  물론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그 외투는 항상 가방 안에 있었고요. 나중에 딸 하는 말이  학교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외투는 벗어던진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딸은 정말 안 추웠던 것입니다. 그렇게 몸에 열이 많은 아이이니. 그러나 저는 제 기준에서 제가 느끼는 체감 온도만 생각하고 아이에게 억지로 많이 껴입혔던 것 같아요. 그러니 당연히 그 아이는 얼마나 덥고 거추장스러웠까요? 그리고 아침마다 그것 때문에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고 큰애를 기분 좋게 등교시키지 못했던 시간들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물론 저희 마음은 아이가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크길 바랬던 진심이었고 걱정이었지만,  어쩌면 그것도 저의 지극히 이기적인 내 마음이란 생각이 들어 한참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기준이라는 것은 고작 나의 짧은 인생 경험과 지식의 소견일 뿐인데 말이죠.

 

비단 옷뿐이었을까요?  제 생각과 가치에 우리 아이들을 끼워 맞추려고 했던 것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습니다. 엄마라 '내가 내 자식 제일 잘 안다' 다들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부모는  어떤 부분에선 자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오류 또한 너무 잘 범할 수 있는  존재이지요. 왜냐하면 우린 우리 자신조차 제대로 잘 알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정말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대가 누구이든지 간에.. 그 오류는 사랑과 진심이란 이름으로, 자신이 상대에게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차라리 나는 상대를 잘 모른다는 전제로 시작하는 것이 건강한 인간관계의 시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상대가 나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나와 전혀 다른 너를 이해하고 싶고, 알아가길 원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우리의 인간관계가 덜 어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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