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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 소소한 일상/ 고부갈등 없는 우리집)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는 법??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6. 22.


오늘이 제 생일이었습니다. 마흔을 넘어가니 생일이 다가오는 건 하나도 반갑지 않지만 말이죠 ㅎㅎ 올해는 미국의 아버지 날과 하루 차이라 어제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날 제 생일을 같이 축하했습니다. 매년 시부모님께서는 제 생일을 맞아 늘 카드와 함께 용돈을 주십니다. 어제도 아버님께서 제게 금일봉(?)을 주셨지요. 늘 매년 200-300불 정도의 용돈을 주셔서 그런 줄 알고 있다가 올해는 더 두둑이 넣어주신걸 알았습니다.

사실 작년에 주신 용돈도 그대로 가지고 있던 터라, 너무 많다며 사양했더니 아버님께서 구지 새 옷을 사 입으라며 찔러주셨습니다. 사실 다른 시부모님들은 어떤지 몰라도 저희 아버님은 정말 허튼데는 단 1불도 쓰시지 않는 분이신 걸 알기게 더욱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당신을 위해선 새 옷도, 신발도 심지어 커피 한잔도 사 드시지 않는 정말 검소한 아버님이시거든요. 그런 분이 너무 큰돈을 주셔서 너무 놀랐습니다. 평소에 그리 살가운 며느리와 시아버지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를 예뻐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평소엔 말씀도 없으시고 애정표현도 없으신 분이신데 말이죠 (역시 마음을 전하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인가요? ㅎㅎ) 사실 시아버님뿐만 아니라 시어머님도 참 저를 예뻐해 주십니다. 그건 저만의 특별한 이유들이(?) 있지요.

첫 번째는 저희 남편이 그리 효자가 아닙니다. 사실 많은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을 보면 자녀가 너무 효자 효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효자노릇을 해주길 바라고 며느리도 효부가 되길 바라지요. 그러나 저희 남편은 워낙에 부모 말을 잘 안 듣던 아들이라, 남들이 말하는 효자노릇에 대한 기대가 없으셨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좀 걱정스러웠던 행동이나 반항도 오히려 결혼하고 달라지고 철이 많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젠 가족들 중에 가장 독립적으로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아들이 되었거든요. ㅎㅎ 그런 긍정적인 변화의 공이 저에게 돌아올 때가 많았습니다. 시부모님 모두 늘 하나님의 은혜와 제 덕분이라 해주십니다. ^^

많은 고부갈등의 원인을 살펴보면 자녀들이 너무 착한 아들이나 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당연히 결혼을 해도 그럴 것이라 기대를 하죠. 그러나 결혼은 자신의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이기에, 부모에게서 자신의 배우자로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와 자녀가 있는 경우 갈등은 피할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이런 과정이 필요 없었기에 고부갈등도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부모님 모두 신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계시고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시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저를 참 예뻐해 주십니다. 거기다 피아노를 칠 수 있수 있는 며느리를 바라셨던 어머님은, 기도응답을 받았다며 교회에서 미약하게 반주를 하는 저를 너무 좋아해 주십니다. 가끔 기분이 우울하실 때 제 허접한 연주라도 피아노를 쳐드리면 점수도 금방 딸 수 있습니다. ^^


세 번째는 저희 부부가 젊은 사람들치고 투닥거리지 않고 서로 아껴가며 잘 사는 것에 참 고마워하십니다. 시부모님 모두 결혼이란 것이 쉽지 않은 것을 너무 잘 아십니다. 두분도 많이 힘드셨고 주변에도 결혼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기 때문이죠. 더 나아가 지인들 중에 마흔이 넘어서 결혼을 안 한 친구들의 자녀도 많고, 이혼하고 혼자되어 사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으시니까요. 부모님께 큰 효도 못하고 있어도 부부간에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아이들 키우며 사는 그 모습만으로 참 대견하다 해주십니다.

마지막으론 저도 초반부터 시부모님께 잘 보이려 과하게 애쓰지 않았습니다. 시부모님께서 저를 이쁘게 봐주신 것이 훨씬 컸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려 너무 애쓰지 않았습니다. 원래 제 모습이 아닌 것은 언젠가 탄로가 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잘보이려고 애쓰던 그 노력은 실망으로 변할 때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저답게 행동했습니다. 아마 그래서 좀 무뚝뚝하고 내성적인 며느리가 살갑게 다가오지 않은 것이, 아마 결혼초엔 표현은 안 하셔도 서운하시기도 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20년 가까이 보고 지내시면서는 원래 제 성격이라 이해해 주시고 편안하게 받아주십니다. 그래서 저도 오히려 많이 편안해졌고 시부모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예쁨 받는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제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주변의 많은 결혼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시댁이나 처가 갈등 가운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우자와 아무리 마음을 맞추어서 잘살고 싶어도, 한국문화에서 원가족과의 갈등으로 속을 썩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신앙이 있으시고 유순하신 시부모님을 만난 것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인생은 공평한 거구나 싶기도 합니다. 비록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랑은 넘치게 받고 살진 못했지만, 하나님도 못 말린다던 고부갈등은 제겐 사실 없거든요. 제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너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요즘은 너무 많이 합니다. 그래서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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