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것에 서툰 사람이 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거나 그의 어깨에 기대는 것을 어색해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얄팍한 자존심은 타인에게 내 무게의 일부를 의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에서 멀어진 여행자는 그동안 자신이 무감 감해졌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여행은 사람의 본질을 회복하게 해 준다. 여행이 가져다준 설렘과 해방감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주 가까운 곳에 숨어 있던 외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 본문 중에서
대기업을 박차고 자신의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가는 머리말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할지 한창 고민하던 사춘기 시절, 스스로를 설득한 끝에 안정을 선택해서 대기업까지 입사했지만 그의 마음은 안정적이지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 직장 3년 차에 회사를 그만둡니다. 사실 이 선택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을 박차고, 미래도 안정도 보장되지 않은 삶을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의 선택은 옳아보였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여전히 드로잉과 여행작가로 활동하시니까요.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가방을 메고 홀로 드로잉 여행을 유럽으로 떠납니다. 남자이고 가족이 없어서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떠난 그의 여행이 부럽기도 합니다. 여행지에서 제일 많이 사는 매그닉(자석)도 사지 않는 그는, 자신의 그림이 여행의 선물이자 기록이라고 말하는 것도 멋있었습니다. 여행지에 대한 엄청난 정보나 팁은 없지만 일기처럼 그날그날의 기분과 생각을 그림과 글로 차분하게 표현한 것이 오히려 편안히 유럽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습니다. 그림도 잘 그리시지만 글도 참 잘 쓰시더라고요. 저도 나중에 이런 책을 내려면 그림연습도 글 연습도 더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여행이나 수필 등의 책을 좋아시는 분이라면 추천드려요. ^^
익숙하지 않은 베개 위에서 듣는
새들의 지저귐과 성당의 아침 종소리
한 번에 깨지 않는 잠을 조금씩 밀어내며
시린 아침 햇살 가득한 거리로 나선다.
오늘 처음 만난 이 거리에는
온통 궁금한 것들뿐이다.
사각거리는 펜 끝의 촉감을 느끼며
종이에 희뿌연 아침을 기록한다.
아는 이 없는 이곳의 모든 것이 낯설지만
그래서 나는 더 자유롭다.
익숙한 것들과 결별했을 때
비로소 솔직해지는 감정들,
세상을 몇 개의 선으로 표현하며
스스로 내뱉는 수많은 독배,
나에게 솔직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나는 여행을 떠난다.
축복받은 작은 모험을 시작한다.
-본문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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