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치유가 되는 예술/북리뷰

(추천도서/ 수필에세이)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1. 22.

 

 

 

 

 

 

 

 

 

티스토리 이웃님이신 꽃도둑님께서 얼마 전 '프랑스 사람들은 책장을 보고 그 사람을 안다'고 답글을 달아 주신적이 있으십니다. 그 말을 듣고 저도 전 주로 무슨 책을 사서 읽었나 생각해보니 크게 4 부류로 정확하게 나눠졌습니다. 심리학, 미술, 기독교/신학 그리고 수필/자서전. 많은 분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소설책을 좋아하신다고  하던데, 저는 소설책은 정말 일 년에 한두 권도 읽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방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 소설책은 채 50권도 되지 않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나마 그 책들도 모두 자전적 소설이거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소설가나 베스트셀러 소설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몇 년 전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으로 김영하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한국에서 정말 유명한 소설가 이시고 여행을 정말 많이 다닌 분이라는 것을 방송을 통해 알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진짜 가방 매고 여행을 다니는 것은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침대에 앉아서 편안하게 다른 나라를 구경하고 문화와 역사를 훔쳐보는 것은 너무 좋아합니다. (아주 게으리고 이기적인 태도이지요. ^^) 그래서 예능 프로 중에서도 여행을 하면서 버스킹을 한 비긴 어게인이나, 여러도시를 다니면서 역사와 문화에 대해 수다를 떤 알쓸신잡, 그리고 다른 나라에 가서  예능을 한 신서유기 등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중에서 알쓸신잡 시즌 시리즈를 모두 다 챙겨 본 후 몇 년 전 한국에 갔더니 김영하 씨가 쓴 에세이 “ 여행의 이유”가 서점에 나와있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샀습니다.  그리고 한 2년을 묵혀놓고 오늘 아침에 읽었습니다. 마치 제목은 일 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하는 그가 여행의 유익한 팁이나  장점에 대해 썼을 것 같았지만, 내용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오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지겨운 일상의 탈출로 여행을 많이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여행은 오히려 나의 편견과 한계를 만나고 몰랐던 나를 알아가고 그 안에서 적응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자신을 만나는 것이라고 하면서요.

 

“그러나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그야말로 “ 뜻밖”이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것을 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은 각성은 대체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여행의 통찰은 우리 인간관계와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했습니다. (또 직업병이 발동하는 순간입니다. )  낯선 타지에 가서 새로운 경험과  도전으로 좌충우돌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듯, 우리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 아이를 낳기 전에 각자의 결혼과 육아에 대한 환상과 착각으로 시작합니다. 아무리 선배들의 조언 혹은 책으로 결혼과 육아를 배웠더라도 현실은 전혀 다른 모습이니까요.  마치 아름다운 여행책자 속의 사진으로  상상하고 갔던 여행지에서 마주한 여행지의 실체에 실망을 하는 여행객들이 있듯이,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았습니다. 다들 “ 내가 생각한 결혼이 아니야!  이건 내가 상상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야!”라고 좌절하고 혼란스러워합니다. 결혼과 육아뿐일까요. 모든 삶에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토록 바라는 대학을 가고 직장에 들어가고 혹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어도 인생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기대하고 예상한 여행이  아니라고 항상 실망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실망스럽더라도 그 문화와 환경에 맞추어 지내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은 살아야 하니까요.  또한 실망과 혼돈 속에서도 낯선 이의 호의와 따뜻함을 느끼고 내가 몰랐던 나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여행의 진짜 의미를 찾는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다 안다고 생각했던 배우자와 자녀에게서  타인과 같은 낯섬에 당황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여행과 삶은 많이 닮아있고, 여행을 많이 다닌 분들이 훨씬 더 유연하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확실히 제가 왜 여행을 선호하지 않은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국 오기 전까지 한동네에서 쭉 태어나고  자라서 초중고를 졸업할 때까지 전학 한번 간 적이 없었습니다.  미국 오기 전까지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었고 친척집이 있는  지역을 빼고는 따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본 적도 없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같은 삶이였습니다. 미국에 와서도 20년째 같은 동네에 머물러 있고 한집에 18년째 살고 있네요. 

 

 그러니 제 안엔 낯선 환경과 사람에 대한 적응력과 신뢰가 확실히 떨어진다 것을 더 알았습니다. 원래 불안이 높아 안정적인 것은 선호하지만, 어릴적 부터 익숙한 환경과 사람 하고만 신뢰를 쌓다 보니, 낯선 것에 대한 의심도 사실 그 누구보다 강합니다. 그러니 여행이 힘들고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책에 의하면 여행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있어야 하지만 낯선 이를 믿을 수 있는 신뢰도 함께 있어야 한다니까요. 아마도 전 여행의 맛을 들이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

 

책 제목이 주는 편견(?)이 있긴 하지만 여행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 같은 인간의 인생을  다시 생각해 주는 것 책인것 같아 개인적으로 저는 더 좋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그의 소설들을  읽어보고 싶게 하네요. 작가는 이런 간접적 마케팅 효과를  의도했던 것일까요?  궁금해집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