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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되는 예술/북리뷰

(수필집/ 추천도서)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2. 14.

 

 

 

 

 

 

 

'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애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본문중에서

 

" 이곳에 머문 며칠 동안 염치도 없이 당신이 집에 남기고 간 모든 것을 보았고 그 흔적을 지우고자 애썼지만 사실 당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연히 같은 해에 이 나라에 태어나, 당신이 좀 더 일찍 죽었고 나는 아직 살아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서둘러 경험한 죽음을 향해 나 역시 잠시도 지체하지 못하고 한 걸음씩 다가설 뿐입니다. 우리 인간 존재는 그렇게 예외 없이 죽음을 고스란히 맞이합니다. " -본문중에서 

 

" 내가 이 일에서 찾은 즐거움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해방감"이다. 어쩌면 세상의 수많은 일 가운데 청소를 인생의 직업으로 받아들이고 새로 시작한 가장 큰  동기라고도 말 할 수 있다. 악취 풍기는 실내를 마침내 사람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원래의 공간으로 돌려 놓았을 때 , 살림과 쓰레기로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을 완전히 비우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텅 빈 집으로 만들었을 때 나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낀다. 살아 있는 자라면 필연적으로 코를 막고 기피하는 것을 요령껏 없애고, 서람과 장롱, 수납장에 오랜 세월 고이 잠들어 있던 온갖 잡동사니와 옷가지를 끄집어내 집에서 탈출시키는 것. 그런 일이 나에겐 즐겁고 매력적이다. "- 본문 중에서

 

가끔 한국에 가면 친정 아버지와 늘 실갱이를 합니다. 돈이 당신의 보험이자 자랑이자 피난처인 아버지에게 돈 말고 세상엔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많다며 늘 바락바락 대들게 되거든요. 그리곤 친정집에서 철학, 심리학 그리고 죽음에 관련된 책을 보고 있는 저에게 " 그런 책이나 읽으니 그런 생각만 하지!" 한마디를 날리십니다. 

 

이렇듯 사람의 마음, 인생 그리고 죽음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소설 보다는 실화로 읽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접한 많은 수필집이나 정신관련책들의 실화는 소설보다 더 기막힐때가 많거든요. 정말 가끔 이 이야기가 실화인지 다시 겉표지를  확인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우리네 인간사가 너무나 다양하고 사연이 많고 감동이 되기도 하고 때론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끝엔 항상 죽음이 있었습니다. 

 

 

 

 

 

 

 

 

죽음은 막연히 무섭고 두렵지만 어떤 면에서 내 인생을 제대로 정리하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됩니다. 죽음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이들과 시한부의 인생이 절대로 같을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가끔 죽음을 생각합니다. 나의 죽음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 그리고  지금 그 죽음을  맞는다해도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도록 내 삶을 정리합니다. 사실 죽음 만큼 인생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도 없거든요.

 

 중년의 시간을 달리고 있다보니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고 도전할 것인가 대한 생각보다는, 아무래도 어떻게 하면 잘 정리하고 아름답게 떠날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아마 내 인생을 내가 잘 정리하고 마무리 할수 있다면 그 또한 큰 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인생들도 많습니다. 이 책을 쓰신 작가분처럼 누군가가 나의 뒷정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요.

 

고독사나, 자살, 범죄현장 그리고 도무지 손댈수 없는 집안정리등을 해주시는 특수청소라는 일을 하시는 분의 책입니다.  얼마전 유퀴즈에 나왔던  김새별님의 책인줄 알고 샀는데 아니더라구요. (하하 이런 실수!) 그러나 원래 시를 전공하신 분이라 그런지 글의 내용이나 서술방식은 오히려 더 문학적이고 소설책 같아서 오히려 단숨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상세한 표현과 묘사가, 뭐.. 이렇게 까지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역시 삶과 죽음을 가까이 바라보신분 들은 하나같이 철학자나 문학가가 되시는 듯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한번 인생에 대해서 돌아보았습니다. 돈을 쫓아사는 인생이 되면 안되지만, 자신을 책임질 정도의 경제적 독립은  삶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요. 많은 고독사나 자살의 이유가  정신질환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 직업이 무엇이든 그것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나의  인생가운데  언제나 죽음이 가까이 하고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이였습니다. 특수청소부라는 특별한 그의 삶, 그리고 그가 만나는  죽음의 현장과 사연들이 분명 우리네 인생과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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