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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부부관계

(부부상담치료/ 성격차이) 행그리를 아시나요?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9. 24.

 

 

 

 

 

 

 

 

 

혹시 행그리라고 아시나요? 헝그리(Hungry)와 앵그리 (Angry)의 합성어입니다. 배가 고파서 내는 화를 말합니다. 배가 고프면 유난히 짜증을 잘내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지요. 저희 남편이 전형적으로 행그리가 심합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 오기 전 남편에게 배고파? 를 항상 물어봅니다. 배가 고프다 그러면 거의 들어오자마자 바로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그의 행그리를 몰라 싸운 적이 많았습니다. 

 

신혼 때 아무 생각 없이 제 뱃속 시간에 맞춰서 저녁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짜증을 내고 별것 아닌 것에 시비를 거는 남편 때문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녔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고 밥을 다먹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가 가라앉았습니다. 처음엔 당황했고 나중엔 이상했습니다. "배 좀 고프다고 그렇게 화를 낼 일인가? 사람이 어떻게 배고픈 것도 못 참나 " 하며..

 

그러나 그건 순전히 제 기준이였습니다. 저는 먹는 것에 별로 욕심도 없는 데다가,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장이 멈춘 것 같아 오히려 더 배가 안 고파지거든요. 그래서 스트레스 받으며 아예 아무것도 못 먹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반대였습니다. 식욕이 왕성한 사람이라 배고픈 것도 못 참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걸로 푸는 스타일이었습니다.

 

18년 정도 살았는데도 아직도 행그리는 안 변하더라고요. 며칠 전에도 일하다 미리 저녁을 준비를 못했는데 그날 하필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입니다.

 “ 뭐야 ~ 나 배고픈데 아직 준비 안됐어!?”라고 인상을 팍 쓰며 들어왔습니다. 

“어! 미안해 금방 할게, 이거라도 먹고 있어” 하며 도토리묵을 먼저 내놓았습니다. 

 “ 진짜 배고팠다고!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점심을 걸렀다는 말입니다. 아침은 든든히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들어온 시간은 5시였습니다.) 라며 툴툴거리며 묵을 먹고 있는 중에 밥을 금방 차렸습니다. 남편이랑 살면서 음식을 하고 밥을 차리는 속도가 정말 빛의 속도로 빨라졌습니다. 

 

그러나 그날 저도 오후에 직장에서 좀 짜증 나는 일이 있어 그의 행그리를 다 받아 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대화도 없이 밥만 먹고 대충 정리하고 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배가 부른 남편이 올라왔습니다.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 제가 보인 겁니다. ^^

“ 자기야 나 때문에 화났어?”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행그리가 사라졌죠 )

“ 아~ 그냥 나도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같이 짜증 났어. 당신 때문 아니야,”

“ 자기야 미안해~ 참아야 했는데 못 참아서..”

“ …. 당신이 그걸 어떻게 참아. 근데 분명한 건 나는 당신에게 일 순위가 아니야~”

“무슨 소리야 자기가  나한테 항상 일순위지”

“아냐~ 나는 번번이 당신의 배고픔에 밀려~ 어머님 아버님도 이겼는데 당신 식욕한테는 맨날 져”

“.......... 자기야 미안해 나는 아직 사람이 아닌가 봐~ 기본 욕구가 조절이 안돼~ ”

(행그리가 사라지면 저에겐 그냥 순한 양입니다.^^)

"ㅎㅎㅎ"

 

저희 남편이 행그리를 못 고치듯이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배우자에게 연약한 점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급한 성격일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게을러 보이는 느린 성격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남편이 다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제 성격의 연약한 점이 많습니다. 그건 그냥 우리의 성격이고 기질입니다. 이것을 뜯어고치려고 하거나 비난하고 정죄하면  거의 매일 싸워야 합니다. 대신 스테인리스 그릇 유리그릇 나무 그릇을 재질에 따라 사용하는 사람이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배우자의 기질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달리 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 것입니다. 

 

전에 이혼 전문 변호사가 나와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혼의 1위가 성격차이라고 나오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성격이 맞는 사람과 사는 부부를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모든 부부가 성격차이가 있고 그것을 맞춰가는 게 부부생활이라는 것입니다. 이혼하는 여러 다른 이유들이 많지만 서류상 가장 그럴 듯 해 보이는 것이 성격차이라 그걸 쓴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모두 성격차이가 있습니다. 누가 잘났고 못나서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론 상대의 성격을 이해하려 하고 맞춰주려고 하는 쪽이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합니다

 

남자가 되가지고  맨날 배고픈 것도 못 참아서 되겠어?”라고 맨날 싸우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빨리 밥을 미리 차려놓으시겠습니까?  때론 부부싸움은 정말 우리 하기 나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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