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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부부관계

(부부심리상담/ 대화의 기술 ) 우리가 사과하지 않는이유: 빠른 사과 부탁해~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0. 31.

 

 

 

 

 

부부 사이에 사과를 잘하시는 편이신가요?

 

아직 한국문화에선 사과를 하고 용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본 많은 부부 사이에서 자주 듣는 말이 “ 이 사람은 절대로 잘못했다는 소리를 먼저 하지 않는다”였습니다. 그러면 반대쪽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를 하지~” 많은 부부들이 서로에게 사과를 하는 것에 대한 오해가 많았고 그로 인해 관계가 더 꼬이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 일수도 있겠지만 제가 관찰한 바로는 크게 한 3가지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 나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자존심이 세고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성향의 기질에서 많이 나옵니다. 특별히 평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 너무 착하다. 사람이 너무 좋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고 산 사람들인 경우, 배우자와의 마찰에서도 무조건 자신은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분들은 “ 완벽주의자”에서도 설명했듯이,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세상이 모두에게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쩌면 “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분들입니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 중에 오히려 자존감은 없고 자존심만 남아 있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배우자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아 사과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사과를 하면 자신이 지는 것 같고 열등해진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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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의 부부간의 마찰은 “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보다는 살아온 가치관과 생활습관이 틀려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누가봐도 잘못을 하는 것도 있기는 합니다. ) 남에게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사람과 자신이 먼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한다는 부부가 돈 때문에 싸운다고 했을 때 누가 옳고 그르다 할 수 있겠습니까? 각각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이죠. 그러니 어느 한쪽도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나의 행동과 선택으로 상대가 마음이 상했거나 혹은 상대가 오해를 했다면, 우리는 그 마음은 풀어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 사과가 필요한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신혼초엔 이 부류에 속했습니다. 겁이 많아 누구에게도 잘못을 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편과의 갈등에서도 절대로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늘 옳은 행동과 판단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또 인간관계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부부갈등에 있어서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수 있는 문제는 많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각자 성격의 차이이고 취향의 다름에서 오는 갈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배우자를 ‘그르다” 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 때론 내가 그의 취향을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 미안함” 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사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많이 보이는 경우는 들은 적도 해본 적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였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의 관계나 주변의 관계에서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기 어렵습니다. 미안하다 하고 서로 용서해주는 것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혀야 하는 사회적 기술인데, 자라면서 부모에게 들어본 적도 부모끼리 서로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는 경우, 내가 상대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그냥 시간이 지나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이 갈등이 사그라지길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러니  부부 사이에 갈등을 풀거나 오해를 해결한 적이 없어서  쌓인 갈등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그러니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똑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많이 보이는 것은 사과를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서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부류는 남편들에게 많이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아내에게 무조건 “ 미안하다 잘못했다” 라고 했지만, “ 뭐가 미안한데, 뭘 잘못했는데”라고 따지고 들면, 자신의 사과가 거부당하는 것 같아 더 화가 납니다. “ 도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 것이냐?” 고 하면서요.   사실 이 경우는 남자와 여자의 문제 해결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남자들은 보통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남자들의 뇌는 “ 문제 해결"에 초첨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뭘 잘못했는지도 몰라도 일단 “ 미안하다” 고 해서 화난 아내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너무 “ 단순한 해결 방식”을 택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별로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이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서 말로만 내뱉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면 아내는 귀신같이 알아차립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진정한 사과라기보다는, 남편이 자신을 “ 방어” 하려고 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 아내의 화를 더 돋우게 되는 것입니다. 

 

아내들의 경우는 대부분 자신의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을 “ 공감” 받고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아내가 원하는 사과는 남편이 아내의 마음을 읽어주고 헤아려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편들은 대부분은 그 마음은 외면한채 입으로만 하는 사과나 지키지 못할 약속만 남발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더 싸우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감정을 헤아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계가 반복되면 남편들은 이 사과마저도 하지 않게 됩니다. 괜히 말로 사과해봐야 싸움만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냥 아내가 잠잠해 지길 무작정 기다립니다. 

 

남편은  아내의 속상한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또 아내는 자신의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 정확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아내들은 “ 내가 너때문에 화가 났으니 네가 알아내 봐라”라는 식의 태도로 접근하기 때문에, 남편들이 아내가 왜 화가 났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아내들은 내가 왜 화가 나고 서운한지 조목조목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기분이 나빴음을 이야기 할때, “뭐 그런 거 같고 그러냐! 별것도 아닌 것 같고 난리다”라고 판단하지 않고 받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와 나는 다른 사람이니 같은 상황을 겪어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사실 부부 사이에  이것이 제일 어렵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겠지요. 나와 배우자는 다른 사람이고,  생각이 다르고, 모든 것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느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행복한 부부 사이의 출발점입니다. 가끔 남편이  별 것아니라 치부해도 저도 끝까지 주장합니다 " 나는 기분이 나빴다고! 당신이랑 나는 다른사람이잖아!"

 

그래서 저희집에서 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빠른 사과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부딪히거나 작은 오해가 생길 경우 괜히 괜찮은 척 참지 않고 “ 당신이 아까 0000 해서 내가 000 느껴져서 기분이 나빴다. 그러니 빠른 사과 부탁해! 그리고 다음엔 좀 조심해줘~”라고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 아! 진짜? 나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라고 사과를 바로 합니다. 사실 많은 부부들이 사소한 문제를 참다가 나중에 폭발하면서 “ 당신은 왜 번번이 이러냐! 도대체 내가 얼마나 참아야 하냐!”라고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상대방은  지나간 사소한 일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괜히 나에게 버럭 한다고만 생각하고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도 저희는 자주 씁니다. “ 엄마가 아까 00만 챙겨줘서 너무 속상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빨리 사과해줘~”라고 말하면 저도 별 거부감 없이 사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식의 사과는 서로 간에 오래된 갈등이 없고 자잘한 오해나 갈등일 경우만 가능합니다. (전반적인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소통포스트와 부부싸움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그러나 저희가 이렇게 “ 빠른 사과” 를 강조하는 이유는 첫 번째는 감정을 오래 묵혀서 서로 간에 큰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함입니다. 서운하고 속상한 감정은 절대로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쌓고 묵혀서 괜히 큰 싸움을 만들지 말자는 목적이 가장 큽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우리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용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임을 가르치기 위함입니다.  아이들에게 앞으로 살면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인간관계 기술이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오해를 푸는 이런 기술은  절대로 말로는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그 어떤 인간관계에서 보다 더 자주 서운해 지고 섭섭해지는 관계가 부부 사이가 아닐까 합니다. 그건 부부는 너무나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기대가 많아서 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더  서로 예의를 지켜고 아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을 그냥 모면하려는 사과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해 보려는 노력이 사과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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