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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미국생활

(미국생활/소소한 일상) 내 뜻대로 안되는 인생, 그렇다면 즐기자 ^^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8. 24.

내 이럴 줄 알았어... 어쩐지 뭔가 찜찜하다 했지~"
얼마 전에 제가 일하던 학교와 일하던 에이전시와의 계약이 불발되는 바람에 직장을 잃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곤 잠시 쉬기로 하고 쉬는 동안 뭘 하면 놀지 놀 궁리를 며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남편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지요. 남편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타주로 이사를 간다며 일을 관둔다고 한 것입니다. 이 시국에 사람을 구하기 너무 힘들어 당장 제가 나가서 그 사람이 하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남편 직장엔 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이 빠지는 것입니다. 남편의 일은 치아교정을 한 뒤에 이빨이 삐뚤어지는 것을 예방해 주는 retainer(교정기)와 요즘 사람들이 많이 하는 투명교정기인 인비전 라인이나 밤에 이를 가는 사람들이 이를 갈지 않도록 막아주는 나이트 가드 등을 만드는 작은 Lab입니다. 남편이 주 기술자이자 사장이고 나머지는 그 일을 준비하고 마무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남편처럼 중요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닌 아주 애매한 직종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다 배우려면 너무 낯설고 어려운 분야이지요. 그래서 치공 기술이나 치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일반 식당이나 가게에서 직원을 구하기 너무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저소득 가정은 코로나 기간동안 정부 보조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기본 시급을 받으며 다시 일터로 나오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로 인한 정보 보조금을 이번 달로 끝낸다고도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일하러 나올 테니까요.

아무튼 그 소식을 듣고 " 하나님이 날 사랑하시는 게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시네... 당신 때문에 내 직장 자르신 것 같아ㅜㅜ"라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타이밍 하나는 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제가 학교로 일하러 나가버렸다면, 남편이 정말 곤란해지는 상황이 벌어졌을 테니까요. 사실 이 소식을 알고 얼마후에 가까운 학교에 오픈닝이 있다며 다시 일하러 나오라는 연락도 받았지만, 남편상황때문에 개인사정이 생겨서 못간다며 전화를 끊었네요.ㅜㅜ 사무실에서 전화도 받아야 하고 치과에서 온 환자들의 치아 모형도 일하기 편하도록 준비도 해야 하고, 다 된 물건을 패키지 포장해야 하고 영수증 발부하고 간단한 회계까지 하던 직원이라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출근을 하면서 그녀가 하던 일을 모두 배우고 있습니다. 정말 자잘한 기구의 이름과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을 익히느라 처음엔 너무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여름 방학에 그녀가 2주 휴가를 가는 바람에 미리 가서 배워둔 덕분에 너무 낯설고 당황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언제 구해질지 모르는 직원이 나타날 때까지 남편과 함께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원이 구해진다고 그녀가 하던 그 모든 일은 제가 트레이닝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라 언제 다시 자유로워질지 모르겠습니다. ㅜㅜ

여름에 잠깐 한 3주 동안 땜빵해주러 갈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기약 없이 일을 하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예전에 저희 어머니께서 수박장사에게 시집가면 여자는 수박 팔아야 하고 고기 장사에게 시집가면 고기 팔아야 한다며, 여자 팔자는 남편한테 달렸다는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은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남편도 저도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거의 이십 년 가까이 남편일엔 무관심했는데 말이죠. 결국 정말 여자 팔자는 남자한테 달려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아무리 제 가방끈이 남편보다 길다고 해도 생계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으면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공부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냥 남편과 일찍 함께 일해서 돈이라도 많이 벌 것을.. 하며요.

그러나 제가 살면서 배운 것은 원하지 않는 상황을 가장 잘 대처하는 방법은 될 수 있는 데로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기분 좋게 하는 것이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훨씬 낫다는 것을 정말 많이 배웠거든요. 그리고 인생을 좀 살다 보니 분명 이 시간도 제 삶에서 필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좀 당황스럽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분명 이 경험이 분명 제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리라 믿습니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남편과 함께 출근하면서 그는 일 시키게 되어서 미안하다며 이 기회에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 빨리 미주캠핑여행이나 가자고 하네요 ^^ 그럴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겠네요.

(미국생활/소소한일상)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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