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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되는 예술/북리뷰

(에세이/ 추천도서)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북리뷰

by art therapist (아트) 2020. 12. 7.

 

 

 

 

 

 

 

 

 

 

 

 

“ 너무 많은 감정이 밀려왔고,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줄리아는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

잘 대해주지 않으면 고소할 거예요.

당신들이 한 짓들을 아주 낱낱이. 줄리아에게 가장 좋은 입원실을 주세요.

탄수화물이 많이 든 음식은 싫어해요.

줄리아 털끝 하나라로 건드리는 환자가 있으면, 죽여버릴 거예요.’

심장이 고동치고, 손가락이 비비 꼬이고, 위가 쓰렸다.

금방이라도 구토가 나올 듯 신물이 올라왔다.

나는 줄리아가 속한 새 세상을 보기 위해 다시 유리문 뒤로 갔다. “

 

“이번 생에서는 이 병과 살아야 해. 마크,”

줄리아는 병의 무게에 눌려 있으면서도 우아하고 당당하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 이 병을  조울증이라 불러도 좋고, 그냥 질병이라고 불러도 좋고, 뭐라고 불러도 좋아.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병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거야.

이 병은 늘 나와 함께 할 거야. 하지만 최소한 나는 더 이상 이 병이 두렵지 않아.”

본문 중에서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골라온 책이었습니다. 일종의 직업병이죠. ^^그리곤 한동안 읽지 못하다가 어젯밤에 책을 펼쳐보고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정신병동에 입원을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환자의 가족, 남편의 마음이 너무 고스란히 잘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마치 제가 그들이 사촌이나 친척쯤 되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정신질환이니, 우울증과는 너무 나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줄리아와 마크였습니다. 대학교 때 사랑에 빠져 6년의 긴 연애는 요즘 젊은이 답지 않게 너무 진중하고 순수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지지하면 앞으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거 같은 이 아리따운 신혼부부에게 그야말로 “ 날벼락” 이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은 아내는 잠도 며칠 연달아 자지 못하고 급기야 환청에 시달리며 자살 충동을 느낍니다. 이 사건 있기 전까지 정신병력도 없고, 가족 중에서도 아무 병력이 없던 터라 의사들도 진단을 내리는데 고심합니다.  초기 조현병이었다가, 산후우울증이었다가 마지막 29살에 조울증이란 진단을 받습니다. 

 

살면서 정신병동을 가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거기다 정신과의 입원과 치료과정은 다른 질병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남편은 처음에 적잖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렇게 한 번으로 끝나길 바랬던 그녀의 질병은 재발과 치료를 반복하면서 부부는 익숙해져 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 중증 정신과 치료과정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고, 또 그것이 얼마나 환자나 환자 가족들을 당혹게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 혹은 착각을 정말 잘 표현합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선 나라면 과연 이 남편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겉으로 너무 멀쩡해 보이는 배우자가 잠도 안 자고,  악마니 천사니 하는 소리를 하며, 죽어야 한다는 소리를 몇 날 며칠 한다면 , 정신질환을 공부한 저라도 지쳐 나가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물론 마크와 줄리아도 여러 가지 의견 차이로 싸우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는 끝까지 아내와 가족을 지켰습니다. 때로는 아내와 아들 모두 자신에게 짐인 것 같고, 또 언제 아내가 상태가 나빠질지  알 수 없는 불안과 처해 있는 상황에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는 끝까지 남편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이것이야말로 정말 “ 찐 사랑” 이 아닌가 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다면 불평도 불만도 없고, 싸우지도 화내지도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정말 성숙한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만 잠깐 아파도 온 식구가 힘듭니다. 그래서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발 입원 퇴원과 재활을 반복하는 아내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정말 성숙한 사랑을 하는 이 부부를 끝까지 응원해 주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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